민(miin, 이하 민)의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92」는 작가가 사는 지역에서 하나의 대상을 선택해 다수의 캔버스에 나누어 그리는 『요지경 Raree-show』 연작의 첫 번째 작업이다. 그는 회화의 대상을 세 가지 조건을 통해 결정한다. 그 세 가지 조건은 “작가가 사진매체의 렌즈로 한 번에 담아낼 수없는 대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분열)하는 대상”, “작가의 물리적 거주지 근처의 대상” 이다. 현재 민은 거주지 근처의 정원수를 그림의 대상으로선택했다. 나무를 29개의 캔버스로 쪼개어 그리는 동안, 나무의 형상은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이로 인해 민은 선택한 대상이 자아내는 오차를 수용하며그릴 수밖에 없다. 그는 나무를 붓과 물감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납작하게 묘사한다. 이 태도는 그가 캔버스의 옆면까지 뻗어가는 나무의 형상을그리는 내내 유지하는 것이다. 민이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92」에서 재현하는 대상은 나무만이 아니다. 나무의 형태를 피해 두꺼운 부피감과 붓 자국을 남기며 그려간 풍경은, 나무의 실제 배경이 아니라 민이 플레이 하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마비노기 Mabinogi’ 의 장소들이다. 이 풍경을 선택하는 기준은 민이 가상세계(마비노기) 안에서 머무는 목적 없는 장소들이다. 풍경은 오직 캔버스의 앞면에만 국한하여 그린다. 이에 대한 설명은 글의 마지막에 다시 다루겠다.
또 다른 작업 「나는 이제 사랑을 할 수 있어 Now I Can LOVE」, 「숲에서 춤을 Dancing in the forest」은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기억과 픽션, 회화의 화면, 모니터 안의 수많은 프레임을 꿰고 연결하기를 반복한다. 민에게 춤은 이유 없는 즐거움을 만드는 방법이면서 그 자체로 ‘이 몸으로 무엇을 한다.’ 는 의미이다. 하여 민은 춤에서 느끼는 이 감각을 확장하고 연결하여 자신의 주변과 군무를 의도한다. 액자에 설치한 두 개의 글은 각각 「유민-김은주」, 「유민-유대수」이다. 이 글은 게스트 하우스 운영자인 작가의 어머니, 판화가인 작가의 아버지가 쓴 글(SNS게시글과 작가노트)에 적힌 단어들을 가져와 재구성한 것이다. 왼쪽 끝에 설치한 유대수 작가의 「거꾸로 흐르는 길-유신의 추억」 은 유대수 작가의 창작물 그 자체이자 유대수 작가를 추억하는 민의 매개물이다. 민의 기억 속에서 「거꾸로 흐르는 길-유신의 추억」 은 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단독으로 찍어낸 것이었다. 민은 기억 속에서희미해진 그림을 다시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을 전시의 일환으로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한 작품 속에 그려진 부녀의 모습은민의 동료이자 가족인 유대수가 의도한 범주 너머에 존재한다.
또 다른 민의 퍼포먼스 작업 「Chopper」의 전시 장소는 넥슨 Nexon 사의 롤플레잉 게임 ‘마비노기 Mabinogi’ 류트 서버에 있는 ‘마법꼰듀’(민의 게임 캐릭터)의 집 앞이다. 게임 안에서 ‘낭만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캐릭터의 개인 공간은, 전시의 전체 주제인 모델하우스 MODELHOUSE를 의식한 장치이기도 하다.
...(중략)
민이 전시장 안에서 조성한 모든 작업의 양상을 신중히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이 자신의 소재에 어떻게 천착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감상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라는, 뜨겁지만 다소 오해를 받는 단어를 언급하겠다. 루도-내러티브 부조화 Ludo-Narrative Dissonance라는 용어는 게임 디렉터 클린트 호킹 Clint Hocking이 2007년 최초로 제안하였다. 루도 Ludo는 라틴어로 플레이, 행위 등을 의미하고, 내러티브 Narrative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사’를 의미한다.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란,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와 관계 맺으며 행하는 ‘플레이방식’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 내에서의 ‘서사’와 충돌할 때 발생한다. 즉, 플레이어가 느끼는 플레이(행위)의 방식이 게임의 세계관(내러티브)과 불일치함에서 오는 감각이다. 그간 게임 비평 내에서 이 용어는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가진 게임들은 ‘Shoot’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게임진행방식을 통해 운명적으로(또는 보편적으로) 폭력성을 가진다. “게임이 자기 안에서 스스로가 의도한(계획된) 폭력성(플레이 방식)과 그것을 부정하는이야기(서사)를 함께 제공할 때, 두 요소는 태생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가?” 게임 생산의 관계자들에게 이 질문은 아직까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은 이러한 쟁점 안에서 종종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를 인용한다.
이 단어의 함의를 숙지한 채, 작업의 소재와 표현법을 넘어 민의 위치와 운동을 확인하겠다. 이 움직임은 우리가 루도-내러티브 부조화를 떠올리면서고민하는 즐거움에 대한 생각들을 일시적으로 정지한다.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이 두 장소를 연결하는 움직임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면, 「서울특별시동대문구 이문로 192」는 그 두 가지 장을 오가면서 민이 무엇을 보며, 어디에 집중하는지 보여준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92」의 마감도료는정원수와 게임의 장소 모두를 아우르며 캔버스 앞면 전체에 칠한 것이다. 나무 형상은 마감재가 칠해져 있지 않은 캔버스의 옆면까지 뻗어가며 29개의캔버스를 연결하고자 움직이는 민의 태도를 암시한다. 그에 비해 반짝거리는 회화의 앞면에만 그린 게임의 풍경은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끝난다. 민은이 풍경들이 게임 내에서 목적이 멈추는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게임 내 플레이를 위해서는 많은 용량의 그래픽 요소가 필요하다. 이 ‘플레이를 위해서’라는 말은 게임이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사물만을 선별해 그래픽으로 구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게임의 배경이 고대의 성곽에 위치한 마을이라면, 제작자는 단순히 게임의 진행에 필요한 사물만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캐릭터를 통해 만지거나 활용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할지라도, 플레이어가 감각할 만한 특정한 정서와 인지를 위해서 만드는 것들이 있다. 제작자들은 기꺼이 게임의 장소에 기능이 멈춘 사물, 또는 장식을 재현한다. 이러한 재현 대상에는 당연히 게임이 만들어야만 하는 자연계와 세계 전체를 포함할 수 있다. 민의 시선은 루도 내러티브 부조화의 해결이나 해당 단어의 함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민이 작업에서 몰입하는 부분은 Ludo(행동)와 Narrative(서사), 플레이어(행위자) 사이의 관계가 가진 가능성이다. 이것은 목적론적 세계 안에서 목적과 의도, 의미가 멈추는 행동 방식과 행위자의 가능성이다. ...(이하 생략)
*전문은 전시장에 비치해 놓은 서문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퍼포먼스
넥슨 롤플레잉 게임 "마비노기" 류트 서버 - 낭만농장 명 "공주네마을"
(Character name : 마법꼰듀)
2020. 8. 27. - PM 9:00
2020. 8. 31. - PM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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