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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ARTLECTURE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People & Artist/
by h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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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_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where, in what form, shall we meet again), 1970, oil on cotton, 236 x 172 cm)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 1975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수화의 일기에 기록되었듯이 1970년 뉴욕 아틀리에에서 이산의 시 <저녁별>을 마음속에 읊으면서 그린 그림의 제목이며 내용이다.

김향안

 

환기의 자유함을 느껴보기 위하여 책을 읽었고,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내가 선택한 문장들은 원문을 그대로 빌려왔으며, 이것에 대한 해석은 내 관점을 통하여 바라본 것이다. 검정색의 글씨가 책의 내용이고, 붉은 색의 글씨가 나의 의견이다.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이 1960년대말~1970년대초 뉴욕에서 작업하며 썼던 일기의 한 대목 中

      

    도스토예프스키의 뭇 소설의 여주인공들 중에는 반드시 한 사람의 소냐가 등장했었다. 소냐는 천진난만한 소녀일 때도 있었고 풍파에 시달린 젊은 여인일 경우도 있었으나 언제나 마음은 맑고 순진했으며 상처 받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구원의 여상이었다. (중략) 그 소냐의 영상이 언제부터인가 나의 가슴속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나는 소냐한테서 배운 것이 많다. 그래서 내 구원의 여상이 소냐에게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 맑고 순진하다는 것은, 어떠한 조건이 붙여지지 않고 존재 그 자체로 남겨진 것을 의미한다. 존재 그 자체의 만남은 어떠한 조건도 용납하지 않으며, 그저 서로의 의식이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나의 소냐는 오늘도 내 가슴속에 사랑의 불꽃을 이루어주니 어찌된 일일까. 소냐를 제외하고는 내 마음을 부풀게 해주는 사랑을 나는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나의 소냐. 그것은 나의 젊은 시절을 꿈으로 가득 채워 주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무수히 등장했던 나의 애인이다. 1963.7

 

- 이러한 맑음을 추구하는 환기야말로 자유함의 표상이 될 수 있다.

자유함은 자신 스스로 갈고 닦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본인 스스로를 믿고, 지저분해져가는 마음을 본인 스스로가 닦아야 한다. 그저 가만히 있다고 청렴한 마음을 지닐 수는 없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있다.

 

 

232 p

 

자연스러운 생활

 

    11월인 지금에도 청평한 날이면 나은 으레 마당에서 식사를 한다. 계절이 바뀐 풍경을 바라보며 하늘 아래서 하는 식사랑 찬이 있고 없고 간에 신선하고 맛이 있다. 식사가 맛이 있다는 것은 건강의 상징이요, 기쁘게 유쾌하게 먹는 음식은 소화도 달 되는 성싶다.

 

(중략)

 

    내겐 특히 건강에 대한 좌우명이 없다. 그때 그때 자연스럽게 사는 것뿐이다. 부자연이란 것이 가장 불건강의 요소가 아닌가.

 

(중략)

 

    어쨌든 나의 건강법은 따로 있지가 않다.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일을 하고 따분해지면 목욕을 하고 산보를 하고 음악은 아침에 듣는다. 아침에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항상 마음이 청명하고 명랑하게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235페이지

 

 

편지와 일기

 

    119. 종일 제작. 명랑한 기분으로 나간다. 미술은 질서와 균형이다.

 

- 작품의 완성은 어떠한 명확하고 딱 떨어지는 답이 아닌, 미술가 스스로가 자기 작품에서 어느 정도를 더 그리고 그만 둘 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질서와 균형을 잡는 것이 미술의 일부이다.

 

 

    125. 일이 잘 가는 셈.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공부를 하라. 그리고 자신을 가져라. 용감하라.

 

- 자신을 가지고 용감하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를 믿으라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믿음이 있으면 그로 인하여 직관력과 생각과 행동이 나온다.

그로 인하여 자연스러운 행위가 가능하다. 그러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미술이다.

 

    130. 읽고 잊어버리고 보고 잊어버리고 듣고 잊어버리고. 그러나 안 읽고 안 보고 안 듣고 한 것보다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 이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행위로 여겨진다. 무엇이든 떨쳐내고 가지 않으면 자유를 얻지 못한다. 떨쳐내는 과정 속에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무의식속으로 그것들이 스며들어 자신의 일부가 된다. 이것은 본인 스스로의 믿음에 대한 훈련이다.

 

   21. 대폭(87x67 in) 처음 시작. 처음으로 대작이다. 달과 산과 바람과......

   흑선그림은 완성으로 손떼다

 

- 어떠한 작품의 완성은 미술가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을 통합하여 절대적인 완성이라고 일컫기는 힘들기에 그렇다. 즉 자신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행하는 완성이 바로 작품의 완성인 것이다.

 

25. 종일 화폭 속틀 두 개 만드니 지쳐버린다. 밤엔 우울한 심정. 미술의 밀림에 투족한 자 오래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꿈을 이루고 귀국해야지.

 

- 김환기 화백의 열정이 엿보인다.

 

29. P씨 전화로 귀국 작별인사. 섭섭하기만 하다. 사방형 찬란한 그림 계속.....

"오 참 자네가 말하니 생각나네. 이름은 잊었어도 얼굴이 환하네. 흩어진 친구들이여. "

 

- M. E. 몽테뉴(프랑스의 사상가, 수필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진정한 우정이란, 두 개의 영혼이 서로 혼화하고, 혼연일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어떠한 점에서 맺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대는 무슨 까닭에 그를 사랑했는가] 하고 아무리 추궁을 당해도 그것은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명상 에세이 19p)

 

 

김환기 - 19671013

 

봄내 신문지에 그리던 일 중에서 나는 나를 발견하다.

내 재산은 오직 '자신'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으로 가득 차다.

 

- 본인에 대한 확신이 분명해지는 글이다.

 

 

1970120

 

   고생하며 예술을 지속한다는 것은 예술로 살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고생이 무서워 예술을 정지하고, 살기 위해 딴 일을 하다가 다시 예술로 정진이 될 것일까.

 

- 이는 본인에 대한 믿음으로 스스로를 믿으며 사사로운 다른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이라는 것은 환경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1968

12.   

   선인가? 점인가? 선보다는 점이 개성적인 것 같다. 칸이 다시 가져 온 홍계배경을 황색으로 소피가.

 

123.

    나는 점, 점들이 모여 형태를 상징하는 그런 것들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보자.

 

126.

    일을 하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 간혹 울 때가 있다. 음악, 문학, 무용, 연극 - 모다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할 것인가.

 

- 울리는 미술은 할 수 있다. 본인이 하지 못한다면 하지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있다. 세상은 참 간단히 만들어졌는데 특유의 모호성으로 저마다 다른 해석을 던진다. 그러므로 개인의 해석으로 개인은 그것을 행동하고 느낀다. 그것이 바로 산다는 것이다.

 

128. Oil on Paper 2점하다. 빨간 바탕에 노랑 삼각형 점. 이제까지의 내 빛깔이 아니다. 밝은 빛을 좀더 해봐야겠다.

 

196821

 

예술(창조)눈 하나의 발견이다. 피카소가 이 생각에 도달했다는 것은 참 용한 일이다.

그렇다.

찾는 사람에게 발견이 있다.

일을 지속한다는 것은 찾고 있는 거다.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세계(자연)가 아닐까.

3점 했는데 두 점만은 맘에 든다.

나는 이 두 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 예술은 발견이자 과정이다. 미술가는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무의식을 발견하고 스며들고,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발견하고 자연스레 빛깔을 어우르고, 본인의 세계를 느끼고 끊임없이 찾는 과정이다.

- 세 점을 했는데 두점이 마음에 든다, 이 두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은 환기의 관점이 나머지 한 점보다 두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은 그의 스스로의 세계에서 자연스레 나온 것이다.

 

72. 작가가 늘 조심할 것은 상식적인 안목에 붙잡히는 것이다. 늘 새로운 눈으로, 처음 뜨는 눈으로 작품을 대할 것이다.

 

- 예술가이든, 어떠한 사람이든, 세상을 관찰하고 느낄 때에는 어린아이의 눈을 지녀야 한다. 어린아이들은 궁금증 앞에 주저 않고 앉아 세상을 바라보며, 어떠한 겁 없이 시소를 타며 다칠 걱정 없이 그네에서 멀리 뛰기를 한다. 초등학교 사이사이에 흔적이 남긴 개미집을 발견하여 그것들을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1969

 

106. 2:20 A. M. 늘 생각하라. 뭔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라.

 

- 생각. 자연이 많은 것들과 연결되었듯, 사람 또한 많은 것들의 연결소이다. 생각은 직감과 연결되고, 행동과 연결되었다. 그것들은 각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각이 발발하면 그것을 위한 직감과 행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뭔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은 꿈일 수도 있고, 그 외의 다른 여러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든, 부정적인 것을 생각하든, 세상은 하나의 단면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각하는 대로 된다.’

 

 

1223. 2 : 00 A. M.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장님과 귀머거리다. 이 아름다운 빛과 이 아름다운 비 내리는 소리를 못 들으니. 향안 53세 생일 새벽.

 

- 여기에서 장님과 귀머거리는, 생리적인 개념일 수도 있고 혹은 세상에 귀 기울이거나 눈뜨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다고 느낀다. 그러한 맥락에서 익숙해지는 것은 위험한데, 일상에 익숙해지면 주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970

 

226<타임즈>MARK ROTHKO가 어제 팔 동맥을 잘라 자살한 기사에 놀라다. 내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가 비명에 가다니. 어찌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 예술가인 것도 같다. 인생을 거의 살았는데 왜 그랬을까.

 

- 누군가의 자살은 의문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확실한 의지와 선택인 것이다.

 

 

예술은 이론을 초월하는 데 묘미가 있다. (환기미술관)

 

- 이론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이 저주가 되듯, 너무 많은 정보는 개인의 경험과 느낌이 들어갈 틈을 좁힌다. 그것이 바로 편견과 고정관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삶을 느끼고자 시도하는 예술은 이론을 초월할 수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힘을 지닌다.

 

 

파랑은 김환기 그림에 있어서 주조를 이루는 색이다. 광대함과 큰 공간, 평정의 메아리를 환기시키는 것은 푸른색이다. 그의 파랑은 결코 건조하지 않다. 그것은 잘 관리되고 조정되어 화가의 손에 의해 손보아져 있는데, 그는 그 속에 생생한 흔적을 남긴다. 파랑, 기본적인 색, 환상의 꿈을 일으키는 시각적인 근원, 공기와 소리의 색채이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 바위처럼 있는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보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나는 그에 대한 모든 걸 알 수 없다. 그는 그 자신이며 나는 그의 흔적을 통하여 그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발췌한 텍스트들은 내 선택에 달렸으므로 내 관점으로 바라본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 단면이 김환기화백 그 자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선택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며 김환기화백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기를 원한다.

   그의 삶이 어떠했으며 이것이 그림으로 어떠하게 자유함으로 나타났는가, 나는 이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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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리 입니다. 그림 작업을 하고 글도 가끔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