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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한 Anna Han: Find Me Not | ARTL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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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은 말을 한다.

공간마다 고유의 냄새와 소리, 빛이 존재한다. 어둠과 고요함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감각은 더 예민하다. 공간의 감각적 경험은 인간이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동원하여 공간을 인지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단순히 공간의 형태나 기능을 넘어 빛의 변화, 소리의 울림, 재료의 질감, 온·습도, 냄새 등이 유기적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공간에 서사를 담아 보려는 시도이다. 물리적인 지하 ‘공간’과 15년 동안 107회의 전시가 만들어진 ‘장소’†로서의 ‘사루비아’가 작업과 서사의 대상이다. 시공간의 중첩을 통해 공간이자 장소로서의 사루비아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모되었다. 특정 캐릭터로서의 속성과 즉물적 특징들이 열 개의 시구로 번안되어, 의인화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하나의 문장은 한 작품의 제목이다. 오감을 통한 연상작용은 또 다른 시공간의 기억을 상기하는 ‘이중 지시(Double Deixis)’††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늘 처음 온 곳인데, 어제의 냄새가 난다.
공기는 침묵했지만, 기억이 그의 침묵을 깼다.
내가 떠난 자리에서 누군가 아직 숨 쉬고 있다.
틈새의 빛은 침묵했고, 어느새 나는 그 빛의 틈에 있었다.
빛이 나를 붙잡았지만, 그림자가 저편에서 웃는다.
떠난 뒤에도 그 시선은 이 어둠속에 머문다.
어둠을 찾는다, 어둠은 나를 찾는다.
눈을 감자, 네가 더 선명해졌다.
나는 살아 있으나 숨 쉬는 건 내 안의 너였다.
마주 본 순간, 난 너였고 넌 나였다.

빛과 그림자, 소리, 냄새, 온도와 습도, 질감, 색채가 오감을 자극하고 상호감응하며 시선은 움직인다. 먼저 대상을 선택하여 물리적인 공간 구석구석을 관찰·발견하기 시작한다. 가장 습하고 냄새나는 숨겨진 세 곳의 평면도가 다양한 물성과 톤으로 검은 형상을 드러낸다. 그림자를 감지하기 위한 빛, 빈 공간을 인식시키는 투영, 정적을 일깨우는 사운드, 감정과 기억을 소환하는 냄새는 모두 감각을 일깨우는 무게 없는 존재들이다. 예술가의 감각과 직관을 유사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보고 느낄 수 있을 때, 시각적인 감응은 극대화된다. 확장된 지각의 스펙트럼은 다중적 관계를 만들고 유추의 단계를 거친다. 시간 또한 연결된다.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빛의 변화를 감지하는 현재의 순간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선택은 관람자의 몫이다. 

이제 이차원의 회화는 삼차원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맥락과 의미를 찾아 나간다. 캔버스와 벽화 작업은 표면 질감의 차이를 촉각적으로 극대화하였다. 무광과 유광, 거침과 매끄러움, 다층적 레이어, 균일한 톤과 그라데이션의 차이는 회화의 껍질과 환영적 깊이를 오고 간다. 붓질의 행위가 쌓아 올린 음각, 부조적인 껍질, 떨어져 나간 자국은 물질의 두께와 양감을 드러낸다. 부피를 감지하도록 벽면에 띄워진 회화는 삼차원의 입체가 되었다. 평면에 대한 개념이 공간으로 확대되도록 벽화는 빈 벽과 빈 공간에 가변적인 거리와 부피를 생성한다. 회화의 환영적 공간을 삼차원으로 전환하는 기제가 되었고, 이로 인해 시간은 지연되고 공간은 확장되었다.

시간 감각의 변화는 공간의 깊이와 연결된다. 비물질적인 환영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수록 조형적 요소들의 관계는 미묘하다. 이 공간적 깊이는 규정할 수도 측량할 수도 없다. 색채와 형태의 요소들을 쫓아 음미하고 분석하는 데 작동되는 시간 개념 또한 공간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동한다. 

높이와 거리, 빛과 어둠, 흑과 백, 투명도를 달리하는 막이 발생시킨 시각의 차이는 공간을 다면적으로 투영하고 시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눈은 특정 형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끄러지듯 그 사이를 돌아다닌다. 캔버스 작업의 경우, 물질적 표면에서 환영적 깊이로, 때로는 평면에서 물리적 공간으로, 고정된 대상의 주위와 그 이면을 상상하고 대상을 넘나든다. 그 경계에는 빛으로 물든 여백이 중간지대로 존재한다. 느린 시선은 스스로 공간을 변주하고 치환하며 또 다른 맥락과 해석을 엮어 나간다.

새로운 감각과 인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예술작품과의 조응은 내 안에 내재된 감각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다. 조형요소들 간의 조형적 질서와 균형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살아 숨 쉴 때, ‘공간’은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 예술적 창작과 감상은 감각의 차원을 열고, 감성의 교감을 갈망하는 순수하며 자발적인 행위이다. 내면세계의 깊이와 외연을 가늠하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지각적 경험은 일상의 익숙함으로 무뎌진 나 자신을 비추며,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찾아 나가는 소중한 순간이 된다.

황신원 / 사루비아 큐레이터


† 
문화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인간의 경험을 강조하며 공간(space)과 장소(place)를 구분했는데, ‘공간’에 인간이 가치를 부여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비로소 그곳은 ‘장소’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푸 투안, 「공간과 장소」, 2020, 사이

†† 
이중 지시(Double Deixis)는 화자나 서술자가 한 문장에 두 개의 시점 또는 관점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사용하는 지시표현이다. 언어학이나 서사학 분야의 개념으로 모니카 플루더니크(Monika Fludernik)가 발표한 논문 <Towards a 'Natural' Narratology> (1996)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전통적 플롯 중심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 인지 중심의 서사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 주요 개념이다.
애나한 작가는 작가노트에 이 개념을 언급하면서, 하나 아닌 두 개의 시점이나 공간을 동시에 지시하고 중첩시켜 특정 시공간에 서사가 발생할 수 있는 맥락을 설명한다. 

작가: 애나한
큐레이팅: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Accepted  2025-10-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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