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키 마츠야마의 한국 첫 개인전 《Portraits V》가 8월 8일부터 9월 6일까지 성수동 CDA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는 2013년부터 이어온 대표 연작 ‘Portrait of Dazzle’의 신작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정의를 주제로 한 ‘Anonymous Heroes’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또한 관객이 작가의 패턴 속을 실제로 걸으며 시각적 교란과 정체성의 흔들림을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 ‘Dazzle Room’도 전시장에 마련됩니다.
‘Portrait of Dazzle’ 시리즈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어진 초상화의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확장합니다. 작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함선 위장으로 사용된 다즐 패턴을 형식적 장치로 삼아, 온라인에 흩어진 얼굴 이미지에서 ‘눈’을 추출해 전혀 다른 실루엣에 투영합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익명성과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며,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이미지의 성격과 위험을 되묻습니다.
‘Anonymous Heroes’는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정의’의 작동 방식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익명성을 무기로 스스로를 영웅이라 칭하는 이들이 어떻게 정의를 실천하는 동시에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를 시각화합니다. 이 작업은 ‘정의’가 과도하게 행사될 때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이 위협받는 오늘날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Dazzle Room’은 시각적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다즐 위장을 모티프로 한 흑백 패턴으로 가득 찬 공간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했을 때보다 직접 걸어 들어갔을 때 전혀 다른 감각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온라인 시대에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한계와 편향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시각 외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경험을 제안합니다.
《Portraits V》는 디지털 시대의 초상, 정의, 커뮤니케이션을 교차시키며 관객을 질문 속으로 초대합니다. 작품 속에서, 혹은 패턴의 틈 사이에서, 어쩌면 당신의 얼굴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작가 노트
초상화는 르네상스 시대에 확립된 회화 양식 중 하나로, 특정 인물을 묘사한 그림을 뜻합니다. 그 이후로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로 초상화를 제작해 왔습니다. 어떤 초상화는 사실성을 추구했고, 또 어떤 초상화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거나 추한 면모를 과장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초상화를 제작하기 위해 보통 작가와 모델이 직접 대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Portrait of Dazzle’ 시리즈에서는 작가와 모델이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심지어 모델은 자신이 초상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이 시리즈에서 현대인의 초상은 온라인에 무수히 게시된 얼굴 사진에서 눈을 추출하여, 원래 인물과 인종·성별·헤어스타일·체형이 다른 인물의 다즐 위장(dazzle camouflage) 실루엣 위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실제 인물의 사진을 사용함으로써, ‘Portrait of Dazzle’은 작품 속 눈이 관객이 아는 누군가의 것일 수도, 심지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시에 이는 디지털 타투, 딥페이크(deepfake), 생성형 AI와 같은 점점 커지는 사회적 이슈를 환기합니다.
다즐 위장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함선 위장 기법으로, 이름 그대로 적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고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레이더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적함의 거리와 방향은 육안으로 식별해야 했는데, 다즐 위장의 복잡한 흑백 패턴은 대상이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고, 정확한 사격 계산을 방해했습니다. 다즐 위장은 온라인에서 정보의 진위가 불확실할 때 생겨나는 혼란을 비유하는 데 매우 적합한 장치이기 때문에, 작가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시게키 마츠야마는 일본의 현대미술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초기 일러스트레이터 경력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철학적 사유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습니다. 작가는 이후 더 개념적인 예술 작업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현대 사회의 소비 문화, 대중문화, 미디어, 그리고 기술이 인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작품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반복적인 패턴과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시각적 유희를 제공하며, 회화뿐만 아니라 오브제, 설치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적 표현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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