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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이 합한다는 것 | ARTLECTURE

예술과 기술이 합한다는 것

-예술과 기술을 합하라. 근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Art & Tech/
by 신대식
Tag : #공연, #무대, #기술, #예술
예술과 기술이 합한다는 것
-예술과 기술을 합하라. 근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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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새로운 도전,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만들겠다면 날카롭게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현대의 예술과 기술을 만나기는 참 어렵다. 창의적이고 불확실한 예술과 계산적이고 정확한 기술이 만나는 것이니 그야말로 물과 불의 조합이다. 그러나 관객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창작자는 더 확실한 표현이 가능하다. 예술과 기술의 조합에서 가장 강력한 결과물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날카롭게 만들어 기술과 융합했을 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만 들어도 거부감이 드는 분위기다. 기존에 디지털 요소와 결합하지 않은 순수예술가부터 낯선 예술가들까지. 대부분은 이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예술x기술이라는 텍스트를 보면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예술가는 멈칫한다. 또 어떤 예술가는 아예 관심이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순수 예술이 있고, 나라는 전달자가 융합에 대한 고려를 크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 예()의 상형문자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0bb9786707e44e12bacc5d5aaf7e8ad8


 

사실 예술(藝術)이라는 의미에 이미 기술적 의미가 강하다. 예술의 예()는 나무를 심는 기술에서 비롯된 한자다. 지금처럼 그냥 땅 파서 심는 게 아닌, 요령껏 무언가를 심는 재주는 곧 기술이었고 삶의 풍요로움과 연결되는 기술이었다. 거기서 비롯된 한자가 예()이며 곧 기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무대의 역사도 일반 관람객과 높이 차이가 생기는 상()이 생기고, 시대를 보여주는 배경이 생기고, 극장이 생기고, 소리 전달을 위해 기획한 예술 공간이 생겨났다.

기술은 예술과 비슷한 느낌이나, 현대에 그 의미는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등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무대의 역사 속에서도 이 기술들이 적용됐다. 어두워도 해를 만들 수 있는 조명기술,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들려주는 음향기술, 무대에 무언가 갑자기 등장하게 만드는 무대기술 등이 합해진다. 현재 공연되는 대부분의 공연이 이와 같은 기술을 필수로 요구한다.




2019년도 융복합무대기술매칭지원사업 결과보고서에서 발췌

https://artntech.arko.or.kr/artntech/project


 

2019년부터 아르코에서 진행 중인 융복합무대기술매칭지원사업은, 창작자와 기술의 융합이 잘 될 수 있도록 전문 강의, 컨설팅 등을 통해 무대 위에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마방진의 데미안 라이브공연은 포그스크린, 라이브캠, 크로마키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60건 이상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아르코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듯 각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로 예술과 기술이 융합됐다.

 


그런데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안타까운 점은,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됐으나, 재연(再演)을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하기에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다. 직접 해본 사람도, 관련 업계 종사자도 그리 말한다.

이러한 컨텐츠 형식을 실감형 문화콘텐츠라고 말하는데, 실감형 컨텐츠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제3의 매개가 필요하다. 디바이스, 특수 화면 등 실감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라이브 채팅이라든지, 가능하다면 실제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실감형 컨텐츠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 사실상 특별한 지원이 없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특히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연극, 무용 등 웬만한 금액과 도전정신 없이는 제안조차 쉽지 않다.

만약 예산의 문제 없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진행된다면 첫 번째로 무대선정이 중요하다, 무대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구(전력, 표현을 위한 무대 넓이, 설치 가능한 위치 등)의 사용 가능성이 파악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행위자와 기술의 일치다. 신체에 맞춰서, 동선에 맞춰서 그 지점에서 표현을 정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세 번째는 해당 테크를 조절해줄 수 있는 스텝이 필요하다. 공연장의 일반적인 스텝이 아닌, 기술을 다룰 수 있고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한다.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어떤 극장도 완전히 같은 모습을 갖춘 곳은 찾기 어렵다.

https://blog.naver.com/jump_arko/221227857480

 


그러나 앞서 서술한 세 가지를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겉보기엔 간단한 문제지만, 말을 바꿔보면 이렇다. 첫 번째, 무조건 같은 사양의 극장이어야 한다. 두 번째, 행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되도록 같은 신체 사이즈의 인물이어야 한다. 세 번째, 준전문가 이상의 스텝이 필요하다.

사실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에 따라 갈래는 또 나뉜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 다른 건물, 다른 형상 등을 표현할 때는 위와 같은 요소가 상당히 중요하나 VR, AR을 착용해서 무언가 덧보이게 하는, 실감형 연극을 위해서는 또 요소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 세 가지의 형식을 잘 지켜야 준비된 예산에서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VR, AR을 이용한 컨텐츠를 만들더라도 무대의 공간이 넓고 좁음에 따라 영상이 수신되는, 혹은 상호작용하는 과정인 인터렉션 속 간섭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나 드론을 띄우거나,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컨텐츠를 선보인다면 역시나 고민할 사항들은 많아지게 된다.

 


캐나다의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의 자전 1인극 ‘887’

현대 연극의 경계를 확장시킨 천재 연출가라는 평을 받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6/0003413634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벼리지 않고서는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만들겠다면 날카롭게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현대의 예술과 기술을 만나기는 참 어렵다. 창의적이고 불확실한 예술과 계산적이고 정확한 기술이 만나는 것이니 그야말로 물과 불의 조합이다. 그러나 관객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창작자는 더 확실한 표현이 가능하다. 예술과 기술의 조합에서 가장 강력한 결과물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날카롭게 만들어 기술과 융합했을 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나다의 연출가인 로베르 르파주는,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해 무대 위 다양한 표현을 보여주며 1인극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1인극을 이끄는 배우의 힘과 기술력을 동원해 10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보다 더 강한 무대 에너지를 발산한다. 관객은 1인극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1인극을 접하며 다양한 예술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떤 기술을 합하더라도 앞서 서술했던 무대, 행위자, 준전문가의 스텝 혹은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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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대식_문화예술경영 석사, 연극학을 전공하고 IT업에서 근무 중인 혼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