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필연적으로 소멸하는 것 가운데 군림한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공연 예술을 두고 한 말이다. 배우의 연기는 시간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다른 인물로 분해 온몸으로 쏟아낸 연기는 시시각각 소멸하며, 똑같은 공연을 내일 또 한다 해도 오늘 선보였던 그 감정, 그 호흡, 그 움직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공연을 시간의 예술이라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공연 중계 서비스는 수차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공연은 라이브이며, 이것이 촬영과 편집을 거쳐 영상으로 전달되는 것은 공연이 아닌 ‘공연 영상’이므로 이를 시청한 관객이 과연 ‘공연을 봤다’고 말할 수 있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공연이라는 말 자체가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모순이라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유행 이전만 해도 실황 영상 공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국립극장의 ‘NT LIVE’와 같은 극소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다수 제작사들이 실황 영상은 커녕 공연 클립 영상 공개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안 그래도 ‘밀촬’, 즉 공연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저작권 침해 행위로 피해가 상당한 와중에 직접 나서서 공연 영상을 공개하는 일에는 리스크가 따른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공연계가 치명타를 입으면서 실황 영상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예술의 전당 등 국공립 단체들이 선봉장이 되어 공연작을 온라인 중계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많은 제작사들이 작품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스트리밍 공연을 시도하였다. 서울예술단은 아예 ‘웹뮤지컬’을 표방한 작품을 창작하기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예술단 웹뮤지컬 공모 당시 안내문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바로 공연 관람 수요가 폭증한 것.

팬데믹 초입이었던 2020년 상반기, 85,311,272,671원이었던 티켓 판매액이 팬데믹을 거쳐 2022년 상반기에는 182,604,195,899원에 이르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팬데믹 시기에 공연 중계 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한 ‘생애 첫 관람층’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많은 우려 속에 시작된 공연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처럼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다.
뮤지컬 베르테르 2020 시즌 포스터. ©플레이디비
이제 공연 스트리밍 서비스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뮤지컬 ‘베르테르’가 OTT 플랫폼 티빙(TVING)과 손잡고 상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자라면 언제든 공연 실황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공연 스트리밍이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만 관람 가능한 라이브 시스템이었음을 감안하면 상시 스트리밍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경직된 이성의 세계를 깨운 낭만적 인간, 신인류 베르테르가 이제는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이번에도 동시대인들의 호응 속에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