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마음이 가는 길》은 다소 상투적인 제목일 수 있다. 명상센터나 명언집 등에서 쉽게 접했을 법한 문구다. 우리는 어딘가혹은 어느 대상에 ‘마음이 간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마음이 가는 길은 한결같고 순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변덕스럽고세속적인 경우가 많다. 작가는 통속적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숨겨진 집단적 믿음의상투성에 관심을 가졌다. 길거리나 공공장소, 대중문화 사이를떠도는 평범하고 진부한 이미지들을 포착, 수집, 변종하여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선보여왔다. 상투적인 관념과 그 이면에서 생기는 아이러니한 감정과 생각을 쌓아 2017년 이후 진행해 온 작업들을 ‘게시(post, 揭示)’와 ‘갱신(update, 更新)’해 지금 여기로 다시 불러온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복잡 기괴한 난제들이 만든 너무나 한국다운 풍경에서속된 마음이 가는 길은 어디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은 사무실 칸막이를 사용해 공공건물처럼 꾸며진전시장에서 지하철, 관공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다양한게시물과 스티로폼, 라텍스, 에폭시 등의 파편이 모여 갱신된‘척추동물’ 조각을 보게 된다. 작가가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이는 이미지, 사물들, 영상과 사운드는 언젠가 보고 들었던 것들이다. 순수하면서도 변덕스러운 마음처럼,작가는 진부함에 묻혀 있던 ‘한국다운 풍경’을갱신하고 게시하면서 우리 사회가 바라보고 있거나 가고 있는 곳을 다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마음이 가는 길》은 5월6일부터 5월 30일까지진행된다. 무료 관람이며, 관람시간은 화수목금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 30분부터오후 7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두산갤러리 02-708-5050. doosanartcenter.com
작가노트:
“전시장의게시, 갱신된 작업은 사무실 칸막이로 유연하게 구획되는데, 담벼락처럼보행자의 시선과 동선을 제한하는 동시에 제안한다. 전시장 밖의 쇼윈도와 전시장 안의 유리 칸막이에 ‘서울남산체’로 적힌 시 5편은그 시선과 동선에 이야기를 더한다. ‘마음’, ‘공포’, ‘게시’, ‘바닥’, ‘동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교차한 시선과 동선이 향하는 곳에는 눈에 밟히는 대상, 시답지않은 농담과 철 지난 아이템, 하찮은 모양새, 신경에 거슬리는소리, 덧없고 보기 싫은 미감을 가진 것들이 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다 같이 지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게시’되는 것들이 삐걱거릴 때, 수 없는‘갱신’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거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러한 상태를 느낌에도 헛발질과 삽질을 시작하는 때. <마음이가는 길>은 이 ‘때’들이모여 일으키는 환멸이 모멸로, 그리고 자멸로 이어지는 감정을 담는다.복잡 기괴한 난제들이 만든 너무나 한국다운 풍경에서 속된 마음이 가는 길은 어디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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