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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한국으로-스크린으로 돌아온 남화연의 몸짓 | ARTLECTURE

베를린에서 한국으로-스크린으로 돌아온 남화연의 몸짓

-이전작업부터 개인전 『마음의 흐름』까지, 남화연의 행보를 돌아보다.-

/Insight/
by 주예린
베를린에서 한국으로-스크린으로 돌아온 남화연의 몸짓
-이전작업부터 개인전 『마음의 흐름』까지, 남화연의 행보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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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에서는 작가가 최승희에 대한 사료 연구부터 안무 연구를 일단락하고, 스크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복기할 수 있다. 전시는 신작으로 구성되지만, 이전 2015, 2019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그리고 더 이전 최승희의 안무까지를 함께 아우르며 남화연이 10여년간 진행한 시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최승희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개미의 시간부터 혜성의 주기까지.” 세상에는 여러 단위의 시간이 존재하고, 각각의 시간 속에는 나름의 변곡점이 있다. 점과 점을 이어가며, 변하는 시간의 흐름을 그리는 과정은 꼭 안무를 이어가는 과정같기도 하다.(1) 아트선재센터 2-3, 작품과 작품 사이를 스텝 밟듯 밟아가며 둘러본 전시장에서는 5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온 남화연 작가의 마음의 흐름이 진행 중이었다.



 남화연 «마음의 흐름» Hwayeon Nam, 전시영상




1) 아카이브-퍼포먼스, 단일소재의 몸짓에서 긴밀한 연결고리로 나아가다.

남화연의 작업에 등장하는 소재는 모두 제 나름의 시간을 갖는다. 이를테면 개미의 동선을 따라가며 기록한 개미 시간에서(2014), 개미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움직이는 퍼포머로 등장했다. 코레앙 109에서는(2014) 실물 직지심체요절이 이동한 여정을 추적하고, 여정을 따라 푸티지를 채집해 하나의 영상으로 내놓았다.(2) 단일 소재를 넘어 긴 역사적 사건에도 서사를 부여한 것이다. 작가는 무척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지만, 막상 그사이에는 시간성을 제외하면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인다. 얼핏 여러 소재들을 시간이라는 아주 막연한 개념으로 어설프게 묶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소재 간에 강한 개념적 연결고리를 짓는 대신,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느슨한 몸짓을 만든다. 이는 전시를 보는 관람 방식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엮이는 독립적인 흐름이 될 수도 있다. 남화연 특유의 안무적 방법론’(3)은 작가의 넓은 관심 소재를 담기에 적합했고, 2012년 이후부터는 방법론을 넘어 본격적인 퍼포먼스의 형태로 작업을 발전시켰다.

 

퍼포먼스에 집중하며 작업은 안무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2012년부터 작가는 무용가 최승희에 주목하고 꾸준히 연구를 이어왔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최승희(1911-1969)는 친일 행적과 월북한 행보로 문제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한편 그녀는 정치적인 행보와는 별개로 한국의 전통 무용과 동양 무용을 두루 섭렵했던 근대한국무용의 시초이기도 하다. 작가는 최승희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간 무희이자, 동시에 코스모폴리탄적인 삶을 살았던 이중적인 성격에 주목한다.


초창기 연구에서는 최승희에 관한 리서치 사이 빈 부분을 연결하는 작업이 주를 이뤘다. , 퍼포먼스가 아카이브 자료로 기록되는 것은 필연적이나, 아카이브는 또다시 완전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빈 공간을 채우는 작가의 서사는 이런 아이러니에서 비롯된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했던 반도의 무희이태리의 정원은 최승희의 극장 공연 기록을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작업이다.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이 얼마 남아있지 않아 극장에서 공연했다는 것 빼고는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가는 이를 억지로 예측하는 대신, 완전한 재현의 불가능성을 인정한다.(4) 오히려 아카이브 기록에서 우회하거나 이탈하는 방식의 작업을 내놓는데, 한국관 전시에서는 극장이라는 기록에서 무대 위와 아래라는 묘한 연결감을 추출해 정원의 안과 밖이라는 장소로 옮겨놓는다. 한국관 전시장에서 열린 구조로 정원 밖을 바라볼 수 있었고, 관객은 반도의 무희영상 작품과 이태리의 정원풍경이 있는 공간이 합일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최승희에서 출발했지만, 개인에 대한 묘사 대신 무대와 바깥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신비감을 이야기한 것이다. 작가는 이 신비감이 아카이브와 퍼포먼스의 불완정성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며(5), 둘의 역학관계에 관해 아래와 같이 묻는다.


 

아카이브는 퍼포먼스의 조건으로 충분히 기능하는가? 아니면 역으로 퍼포먼스가 시간 속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임시적 아카이브가 되는 것일까?”

-THE ARTRO, 201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 인터뷰 답변 중-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출처: 2019 베니스비엔날레 korean-pavillion official © 남화연


남화연, <이태리의 정원>, 2019,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출처: 2019 베니스비엔날레 korean-pavillion official © 남화연


 


2) 몸짓으로, 그리고 다시 스크린으로. 평면 위로 돌아온 서사의 흐름

이전의 작업에서 최승희의 독립 안무 연구가 결여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남화연의 작업으로 넘어오며 최승희의 안무는 형태를 잃고, 작업 속 개념으로 부유했다. 이번 전시 마음의 흐름에서 작가는 최승희의 구체적인 안무 하나 하나에 더 주목한다.

전시장의 초입에 위치한 습작(2020)은 로댕의 키스에서 영감을 받은 최승희의 조각적 춤습작(1935)2020년으로 불러온다.(6) 영상 속 두 명의 퍼포머는 로댕, 그리고 최승희를 거치며 이어진 조각적 춤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개념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거나 진지하게 토론하는 대신, 퍼포머 둘은 직접 조각적인 몸짓을 시도한다. 퍼포머는 키스에서 착안한 전통 조각의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동시에 서로의 해석을 존중하며 즉흥적으로각자의 호흡을 맞춰간다. 두 퍼포머가 돌아가며 움직임을 리드하고, 또 움직이는 사이 조각적이라는 개념에 대해 주고받는 말들은 논리적인 말이 아니다. 움직임을 전제로 하는 말은 그 자체로 체계적이진 않지만, 움직임의 일부가 되어 습작전체 퍼포먼스를 완성한다. 말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퍼포먼스는 남화연의 안무적 방법론이 시행되는 과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작업이 곧 과정이 되는, 말 그대로 습작인 것이다.



 남화연, <습작>, 2020, 단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출처: 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ArtsonjeCenter


 

스텝을 밟듯,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가면 최승희의 안무 기록이 남아있는 에헤라 노아라를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최승희의 안무 기록을 다시 퍼포먼스로 기록한 동명의 영상작업 에헤라 노아라는 퍼포먼스와 아카이브가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험한다.(7) 에헤라 노아라와 그 외의 최승희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칠석의 밤: 아카이브(2020) 역시 기록된 자료를 현재로 불러와 다시 정리하며, 퍼포먼스가 아카이브가 되고, 아카이브가 다시 퍼포밍/상영되는 과정을 보인다. 몸짓에 대한 연구와 최승희에 대한 깊은 사료 연구가 병치되며, 전시는 개념과 감각을 긴밀하게 오간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비로소 전시장의 분위기를 엮는 하나의 소리를 눈치챌 수 있다. 전시장 한구석에 위치한 세로 채널 영상, 세레나데의 소리이다.


세레나데(2020)는 최승희가 경성에 와 처음 췄던 모던 댄스 독무 세레나데(1927)와 동명의 영상이다. 세레나데의 안무 일부가 기록으로 남아있었고, 작가는 안무와 안무 사이를 잇는 움직임을 시도한다. 영상 속 움직임은 최승희 기록을 바탕으로 춤을 추는 퍼포머 이외에도, 일정하게 튀기는 공의 움직임도 포함한다. 서로 다른 안무 사이 일정한 박자가 발생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연상 가능한 소리, 동작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으로 여백을 채운다. 세레나데는 강한 박자의 음악을 사용해 최승희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가 있기 전 몸으로, 박자를 타며 관람자와 최승희의 직접적인 연결을 도모한다, 두 세대를 건너 작가와 관람자는 최승희의 몸짓을 곧장 마주할 수 있었고, 세레나데의 박자는 전시장 전체에 울리며 다른 작업을 교묘하게 한 흐름 위에 올려놓는다. 박자에 맞춰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면, 습작영상 뒤편으로 영상 속 몸짓을 재현한 점토 조각이 보인다. 전시장 곳곳에 안무의 순간이 깃들어있는 것이다.



남화연, <세레나데>, 2020, 단채널 영상, 724, ‘마음의 흐름설치 전경,

사진 김익현 출처: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ArtsonjeCenter


 남화연, <습작>, 2020, 유토, 철사, 나무

사진 김익현 출처: 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ArtsonjeCenter

 

 

바로 아래층, 가로로 길게 펼쳐진 영상 뒤로는 바닥에 깔린 커다란 거울 면에 영상의 빛과 소리가 비친다. 작가는 전시와 동명의 설치작업 마음의 소리(2020)4채널 영상 사물보다 큰(2020)에서 다시 시간, 그리고 실제-기억의 관계를 스크린 위로 불러온다. 사물보다 큰은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의 작품, 일본 북해에 대한 기록과 생각을 일본인 친구와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으로, 오래 최승희 연구를 이어온 작가가 한번 숨을 고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실제와 기록에 대한 오랜 생각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여러 소재를 오가며 드러난다. 쿠르베의 회화가 시도한 사실에 대한 기록사물보다 큰에서 유사한 파도 풍경에 대한 영상으로, 파도에 대한 일화로 이어진다. 매체와 시차를 오가며 이어지는 기록 연구의 마지막은 최승희 이야기로 귀결된다. 최승희에 대한 연구를 다시 아카이브의 역사의 일부로, 일상 속 기억으로 떠올리며 영상은 끝이 난다. 사물보다 큰의 사운드와 빛은, 바닥에 설치된 마음의 소리위로 비친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영상 속 기록은, 최승희에 대한 기억은 거울 위에서 일렁이며 섞인다. 마치 최승희와 남화연의 기록이 물 흐르듯, 몸짓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전시의 큐레이터 김해주의 말을 인용하면 마음의 소리는 두 사람의 오랜 만남과 공명을 담아낸다.”(8)

 


<사물보다 큰>, 2020, 4채널 영상, 2547

아래 <마음의 흐름>, 2020, 혼합재료, 바닥설치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전 전시전경

출처: 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ArtsonjeCenter

 

 

두 층에 걸친 전시에서 작가가 최승희 연구를 일단락하고, 스크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복기할 수 있었다. 신작으로 구성되었지만, 이전의 작업, 그리고 더 이전 최승희의 안무까지를 함께 아우르는 마음의 흐름전은 몇 차례 연기된 3/24일부터 5/1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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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해주,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 전시 리플렛 중, (아트선재센터, 2020) 

(2)아르코 미술관 보도자료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초청작가 남화연의 국내 최초 개인전 열어” 중 「코레앙 109」 도판설명(아르코미술관, 2015)

(3)김해주, 위의 책, (아트선재센터, 2020)

(4)장서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 인터뷰-남화연”, (미술세계, 2019)

(5)장서윤, 위의 글, (미술세계, 2019)

(6)김해주, 위의 책, (아트선재센터, 2020)

(7)한아리, 남화연 전 『마음의 흐름』 전시리뷰, (아트조선, 2020.4)

(8)김해주, 위의 책, (아트선재센터, 2020)


*참고자료 및 인용 출처

-김해주,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전시 리플렛, (아트선재센터, 2020)

-아르코 미술관 보도자료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초청작가 남화연의 국내 최초 개인전 열어” (아르코미술관, 2015)

-장서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 인터뷰-남화연”, (미술세계, 2019)

-한아리, 남화연 전 마음의 흐름전시리뷰, (아트조선, 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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