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blo Bronstein and Rosalie Wahlfrid, <Historical
Dances in an Antique Setting>, 2016
격자 무늬를 가진 새하얀 벽과 오래된 대리석 아치,
기둥과 뾰족한 지붕을 가진 구조물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검정 타이즈와 빨간 스웨터,
큰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는 발레리나 셋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상속에서 그들은 조용한 음악과 새하얀 구조물을 배경으로 천천히 춤을 춘다.
바닥에 하얀색 테이프로 그려진 기하학적 무늬를 따라 때로 그들은 삼각형,
원형을 이루고,
한줄로 서기도 한다.
한 장면에서는 춤을 추는 무용수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행인도 보인다.
이 공연은 2016년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된 파블로 브론스타인 (Pablo
Bronstein) 작가의 드로잉 무용 콜라보 전시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파블로 브론스타인은 평소 18세기의 바로크 양식을 본딴 상상속 건축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을 해왔다.
어린시절 아르헨티나의 큰 집에서 런던의 작고 지저분한 아파트로 이민을 온 기억을 가진 작가는 장대한 공간을 상상하며 그려왔고,
실제 있는 역사적 건축물을 드로잉으로 재배치했다.
Pablo Bronstein and Rosalie Wahlfrid, <Historical
Dances in an Antique Setting>, 2016
건축의 양식과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의 분위기를 상상하던 작가에게 2016년 테이트 브리튼 건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 할 기회가 주어졌다.
1897년 처음 지어져 꾸준히 확장되었던 테이트 브리튼 건물은,
초기에 건물 입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갤러리였다.
균형과 대칭이 중요시되었던 바로크 양식을 부활시켰던 19세기 후반에 지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을 가졌고,
브론스타인 또한 대칭을 이루는 분수,
공원,
산책로 등을 그리며 바로크 정신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는 미술관 바닥에 흰 테이프로 대칭을 이루는 산책로를 만들었고,
테이트 브리튼의 외관을 재해석해 그린 드로잉을 내부에 설치해 실내에서 고전 바로크 시대의 공원을 연상케 했다.
Pablo Bronstein and Rosalie Wahlfrid, <Historical
Dances in an Antique Setting>, 2016
간편한 옷차림에 과장된 장신구를 착용한 세명의 무용수들은 바로크 음악에 맞추어 북쪽 갤러리에서 남쪽 갤러리로 천천히 이동한다.
2분의 솔로를 포함해 총 15분간 일어나는 무용은 1528년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궁정의 책 (The Book
of the Courtier)> 에서 묘사된 에티켓과 우아한 몸짓을 따라한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미술관 속 그림과 석고상들의 모습을 패러디하는것 같다.
무용수들의 편한 옷차림과 달리 거추장스러운 보석은 아름답지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Historical
Dances in an Antique Setting>을 번역하면 ‘고대 세트에서 추는 역사적인 춤’ 으로 볼수 있다. 진지함과 가벼움이 공존하며, 실제 역사를 착안했지만 작가의 상상으로 패러디된 작품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작품 속 바로크 양식은 건축, 드로잉, 움직임 등 다양한 형태와 세대를 거쳐 서로 연결되며, 영감과 패러디를 동시에 표현하며 고전 예술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