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9일부터 8월 10일까지 진행된 전시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 가수 이찬혁의 예술가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이다. 2023년 처음 선보인 동명의 전시 《영감의 샘터》에서는 ‘영감을 받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 전시는 ‘창작의 고통과 영감의 소진’을 다소 유머러스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한때 세상은 영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점점 창작의 경쟁이 과열되며 영감은 무분별하게 소모되고, 결국 ‘영감의 가뭄’이 시작된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된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영감을 다시 샘솟게 하겠다는 의지를 물이 메마른 어항을 앙상한 뼈만 남은 모습으로 껴안고 있는 조형물, 불타오르는 몸에서 땀을 쏟아내는 듯한 미디어 영상으로 담아내었다.


이번 전시에서 ‘영감의 샘터’는 이찬혁 자신이다. 〈영감 착즙실〉은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대량 복제하여 마지막 한 방울까지 영감을 쥐어 짜내는 현장을 구현한 설치형 작품이다. 빨랫줄에 널리고,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비틀고 쥐어짜 냄으로써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영감을 끄집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복층의 공간으로 올라오면 ‘이찬혁 영감의 샘터’라는 현판과 함께 체험존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에서 〈영감 착즙실〉을 통해 생산된 영감은 ‘이찬혁의 땀’이라는 가시적인 물질로 변모한다. 이 땀은 한 방울씩 관람자의 손등에 부여해 이를 문질러 냄새를 맡(도록 요구하)는 체험형 작품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영감을 받는다’라는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매우 직설적인 표현 방법을 활용한다. 비물질(영감)을 물질화(땀)시키고, 다시 이를 비물질화(체험)하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관람자는 영감을 전달하고 받은 영감을 통해 다시금 새로운 영감을 만들어내는 ‘영감의 순환구조’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영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한 이번 전시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는 다소 유희적인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되돌아 볼수록 현대 사회의 현상과 맞닿아 있다. AI를 통해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지브리 이미지, 스크립트로 손쉽게 쓰는 작문들과 이지리스닝 음악들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물들은 현재도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본래 인간이 가진 창의력과 판단력으로 수행하던 작업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이러한 현상은 전시의 초반에 등장하는 ‘영감의 가뭄’으로 향하는 길은 아닐까.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창의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