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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남긴 실루엣, 아나 멘디에타 Ana Mendieta | ARTLECTURE

대지에 남긴 실루엣, 아나 멘디에타 Ana Mendieta


/People & Artist/
by 이현희
대지에 남긴 실루엣, 아나 멘디에타 Ana Mendi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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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아나 멘디에타는 자신의 신체를 하나의 조각으로 사용함으로써 성, 젠더, 인종 등 사회적 경계를 흔들었다. 나아가 자신을 자연에 이식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체하고자 했다. 그녀의 작업은 페미니즘의 맥락 안에서는 본질주의적 페미니즘으로 해석되어 왔다. 사회 안에서 여성을 위치시키지 못하고 원시적 이미지로 환원시켰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멘디에타는 대지와 여성의 몸을 일치시킴으로써 여성적 정체성 뿐 아니라 이민자로서의 불안과 근원적 그리움을 투영하는데 주목했다.

<실루에타 시리즈 Silueta Series>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198598일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 고층 빌딩에서 젊은 라틴계 여성 작가가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의 남편인 조각가는 이후 용의자로 지목되어 법정 공방을 벌여야 했고, 언론에서는 당시 사회의 페미니즘 운동과 사망한 작가의 행보를 언급하며 자극적 기사를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남편 칼 안드레는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이 사건은 오래도록 회자되는 가십거리가 되었고, 사망한 작가 아나 멘디에타는 의문스러운 죽음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환되며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으로 박제되었다.




 게릴라 걸스, <이 남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What Do These Men Have in Common?> Offset print, 1995. ©Guerrilla Girls / 

 2016년 6월 Where is Anamendieta 시위대가 미술관에서 칼 안드레의 작품 소장에 항의하며 밀레디엄 브릿지를 건너 테이트 모던까지 걸어가고 있다. ©Liv Wynter

 


아나 멘디에타 (Ana Mendieta, 1948-1985)는 쿠바 아바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2살의 나이에 쿠바 혁명으로 인해 언니와 함께 미국 아이오와주로 건너와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가 작업을 한 시기에는 대지미술, 신체미술, 페미니즘 미술,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미술 운동이 있었고, 멘디에타 역시 이런 움직임을 수용하며 다양한 매체와 신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제: 얼굴 위의 유리 Untitled: Glass on Face>, C-print, 각 48.9 x 32.7cm, 1972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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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머리카락 이식 Untitled: Facial Hair Transplants>, C-print,, 각33.7 × 50.8 cm, 1972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몸으로 던지는 메시지

 

아나 멘디에타는 자신의 신체를 적극 활용해 원형적 인간에 대해 들여다보았고, 응시의 대상으로 존재해온 그동안의 여성의 이미지를 비틀었다. 작가는 플렉시 글라스로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를 유리에 뭉갰는데,(사진4) 이때 스스로 자신의 신체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행위의 주체이자 피해자로 존재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동료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신의 얼굴에 붙여 남성성의 상징인 털을 자신에게 이식한다든지,(사진5) 피를 뒤집어쓴 자화상을 찍기도 했다.

 


<강간 장면 Rape scene>, Suite of five estate color photographs, 1973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1973년 여학생이 캠퍼스에서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멘디에타는 친구들을 자신의 아파트에 초대해 언론에 보도된 대학생의 시신이 발견된 장면을 연출했다. 문은 약간 열려있었고 멘디에타는 피투성이의 반나체 상태의 피해자가 되어 테이블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관람객은 모두 앉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섹슈얼리티에 근거한 여성의 나체가 아닌 폭력에 의해 훼손된 여성의 몸을 자기 참여적 행위를 통해 강렬하게 보여주었다. 초창기 멘디에타의 작업은 자신의 신체를 오브제로 적극 활용하며 비틀고 때로는 가학적인 이미지를 연출함으로써 메시지의 주체로서 각인되고자 했다. 멘디에타는 처음엔 회화작가로 출발했으나 아이오와 대학에서 인터미디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양한 미술 움직임을 접할 수 있었고, 특히 신체 미술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신체를 하나의 조각적 재료로 사용했고, 기존의 여성의 몸에 부여되었던 관념을 해체하고자 했다.


 


<야굴에서의 형상 Imagen de Yagul>, C-print, 1973

©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Courtesy Galerie Lelong, New York and Paris and Alison Jacques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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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실루에타 시리즈 Untitled:Silueta Series>,1976

©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Courtesy Galerie Lelong, New York and Paris and Alison Jacques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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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에타 시리즈 Silueta Series>, Silver dye-bleach print, 46.4 × 61.6 cm, 1976

© MCA Chicago

 

 

대지의 숨결, 그녀의 실루엣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의 야굴 유적지, 아나 멘디엔타는 땅을 파내고 알몸으로 그 구덩이에 들어가 누웠다. 그녀의 몸은 하얀 꽃이 뒤덮었다.(사진8) 1961년 쿠바를 떠나온 후 1981년까지 쿠바에 갈 수 없었던 그녀에게 1973년의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여행은 쿠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야굴에서의 형상>(사진8)은 야굴 유적지 무덤가에서 이루어진 대지-신체 작업(Earth-body works)으로 실루에타 시리즈(Silueta series)로 이름 지어진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 작가는 고대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나 역사적 장소에서 실루에타 작업을 지속하며 대지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 자신의 실루엣을 남기기도 하고(사진9) 화약 가루를 통해 불에 타 소멸되는 자신의 형상을 기록하기도 했다.(사진10) 동시대 대지미술 작가들이 자연의 광활한 공간을 구조적으로 보여준 것과 반대로 멘디에타는 자신의 신체를 담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 안에서 감각적으로 자연과 소통하고자 했다. 그녀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담고자 했으며 자연의 소멸성을 그대로 수용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자연과 나 자신의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 여성의 몸 사이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나는 이것이 청소년기에 고향인 쿠바를 떠나온 것에 대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나는 자궁(자연)에서 쫓겨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의 예술은 나를 우주의 유대를 재확립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모성적 근원으로의 귀환이다.



“I have been carrying out a dialogue between the landscape and the female body (based on my own silhouette). I believe this has been a direct result of my having been torn from my homeland (Cuba) during my adolescence. I am overwhelmed by the feeling of having been cast from the womb (nature). My art is the way I re-establish the bonds that unite me to the universe. It is a return to the maternal source.

 


<노모의 피 Old Mother Blood>, 25.4 x 20.3 cm, 1981

©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Courtesy Galerie Lelong, New York and Paris and Alison Jacques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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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껍질 La concha de Venus>chromogenic print, mntd on masonite, 152.4 x 101.6 cm, 1982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아나 멘디에타의 작업은 1981년 쿠바 방문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대지에 형상을 빚기 시작했고, 형태는 추상적이고 도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고국을 떠나 유랑하던 그녀는 자신의 근원에 가까이 가고자 했다. 그녀의 작업은 점차 토착적이고 원시적 이미지가 강해지는데, 쿠바의 토착 종교인 산테리아가 새로운 작업의 원천이 되었다. 이전 실루에타 시리즈가 비물질적 경향을 띄었다면 이때부터는 조각적 형태를 유지하며 독특한 패턴을 구성하게 된다.

 

아나 멘디에타는 자신의 신체를 하나의 조각으로 사용함으로써 성, 젠더, 인종 등 사회적 경계를 흔들었다. 나아가 자신을 자연에 이식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체하고자 했다. 그녀의 작업은 페미니즘의 맥락 안에서는 본질주의적 페미니즘으로 해석되어 왔다. 사회 안에서 여성을 위치시키지 못하고 원시적 이미지로 환원시켰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멘디에타는 대지와 여성의 몸을 일치시킴으로써 여성적 정체성 뿐 아니라 이민자로서의 불안과 근원적 그리움을 투영하는데 주목했다.

 


<피와 깃털 Blood and Feathers>, color photograph, 1974 © The Estate of Ana Mendieta Collection, LLC. Courtesy Galerie Lelong & Co.

 


멘디에타의 작업은 그녀를 둘러싼 복잡한 사회적 상황만큼 다층적이다. 여성과 정체성은 그녀의 작업에 가장 강한 주제였으나 대지에 스며들었을 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각인된 존재는 하나의 흔적으로만 남겨졌다. 이때 실루엣은 여성주의를 넘어 본질적 실체로서 존재하고 사라졌다.

 

나의 예술은 곤충에서 사람, 사람에서 영혼, 영혼에서 식물, 식물에서 은하로,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에너지가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My art is founded on the belief that there is a universal energy that runs through everything from insect to man, from man to soul, from soul to plant, from plant to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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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희. 시각예술작가이자 독립기획자. 아하하아트컴퍼니에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