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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저편의 그 ‘무엇’ | ARTLECTURE

의식 저편의 그 ‘무엇’

-자유 즉흥 피아노 × 퍼포먼스 -

/The Performance/
by 학연
의식 저편의 그 ‘무엇’
-자유 즉흥 피아노 × 퍼포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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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막이 오르고, 한 대의 그랜드 피아노와 두 명의 사람이 보인다.


얼마간 아무런 소리도, 동작도 없다.
내 옆 사람의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앞사람이 들이쉬고 내쉬는 숨소리가 찾아와 깊숙이 꽂힌다.
침묵 속 메아리가 어색해질 때쯤 연주자와 퍼포머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연주자의 손에서 어깨까지가 허공에서 서서히 흔들린다.
이내 손끝이 건반을 누르자 피아노의 울림이 온다.
같은 순간 퍼포머의 신체가 음악과 함께 공명하며 변화한다.


두 영혼의 에너지만이 무대에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다른 것들은 이 에너지들이 노니는 길일뿐이다.


출처: TWO SOULS

 

 

TWO SOULS : Free Improvisation Concert 자유 즉흥 피아노 × 퍼포먼스

 

TWO SOULS : Free Improvisation Concert 자유 즉흥 피아노 × 퍼포먼스공연이 2023115, 서초구 브라움홀에서 진행되었다.

 

자유 즉흥 피아노 × 퍼포먼스공연이기에 세트리스트나 안무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주제나 어떤 조건도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채 연주자와 퍼포머가 서로의 몸짓과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며 한 시간가량의 공연이 진행된다.

 

편의상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주자와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행하는 퍼포머로 구분하여 글을 쓰고 있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 연주와 퍼포먼스가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고 움직임과 소리들이 떨림을 드리우며 격렬해졌을 즈음, 연주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팔을 뻗어 그랜드 피아노의 현을 튕기기도 하고 몸체를 치기도 했다. 퍼포머의 발소리, 깊이 내뱉는 숨소리, 신체를 서로 부딪히는 소리, 콧바람 소리까지 전해졌다. 연주가 곧 퍼포먼스가 되고, 퍼포먼스가 곧 연주가 된다.

 

이번에 필자가 공연을 관람한 장소는 서초동에 위치한 50석 규모의 음악 홀인 브라움홀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단차가 없는 작은 공간이기에 퍼포머들과 관객의 거리도 매우 가깝다. 이 덕에 신체가 가진 모든 감각을 자연스레 동원하여 공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시각과 청각을 비롯하여 무대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까지 피부에 닿는다.

 

관람객으로서의 경험도 특별한데, 일반적인 공연이나 영화에서 배우들은 관람객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극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행동한다.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을 극 중의 인물들에게 들키지 않고 벌어지는 일들을 쭉 지켜본다. <TWO SOULS>를 관람하면서는 인물들이 겪고 있는 무언가를 관망하는 입장에서 공연을 보다가도, 공연자들이 중간중간 객석을 향한 시선을 보낼 때면 순식간에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음을 인식하며 공연에 동참하게 된다.

 


출처: TWO SOULS

 


프랙탈 구조

 

이렇게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이 안에서 필자만의 비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즉흥성이,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서사가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고 격동의 시간을 겪어나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여기에서 또 생각에 생각을 타고 가며 결국은 무한히 확장되겠구나 하는 결론 아닌 결론에 이르렀다. 작게는 오늘 하루가 되겠고, 하나의 생명체의 일생이자 한 사회의 흥망 또는 생태계의 원리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세상의 이치가 될 수 있으니 우주 전체가 프랙탈 구조(부분이 전체를 닮은 기하학적 형태)와 같지 않은가? 그렇기에 어떤 이든 공연을 보며 자신의 상황 혹은 경험을 토대로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모두가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공연 후에 진행된 짧은 아티스트 토크에서 연주자 김새롬은 음악이 흐르는 투명한 통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퍼포머 노은석이 해왔던 춤 장르인 부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다. 두 공연자 모두 신체와 정신의 에너지가 하나가 되는 예술을 하고자 한다.

 

예술은 그 오랜 역사를 이어오며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탈바꿈해왔다. 이 목표를 실현할 방법으로써 근·현대 예술가들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택했는데, 이들은 즉흥 공연을 통해 본질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그 상태와 순간을 관통하게끔 했다. 개입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사실 본질이란 언제나 거기에 그대로 있거나 없으니 자그마한 우리가 어떻게 한들 본질을 해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쉽게 닿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본질 아닐까. 애초에 이 영역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조차 섣부른 시도일 것이다. 그러니 그냥 다음에 있을 공연을 보러 가자. 매번 색다른 공연이 될 테니 그 우연의 축복을 만끽해 보자.

 

<TWO SOULS>의 다음 공연은 20231118, 종로구 '오디오가이'에서 있을 예정이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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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학연_예술과 사람과 세상에 진심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