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와 매트(Pat&Mat)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만든 체코슬로바키아의 퍼핏 애니메이션. 정확한 분류는 인형을 사용하는 퍼핏 애니메이션으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본작은 캐릭터를 만들 때 찰흙이 아닌 석고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분리 독립 후의 슬로바키아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기 때문에 슬로바키아에서도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알아준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내에서 Večerníček(저녁)이라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방영되는데 CT(체코 텔레비전)와 STV(슬로바키아 텔레비전)에서 공동으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Pat & Mat (1976)
냉전기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 시절인 1976년 8월 12일 첫 에피소드가 나왔으며 이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될 때 체코로 넘어가게 되었다. 제작소가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108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었다. (더 많은 에피소드의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퍼펫 애니메이션이라 제작 기간이 워낙 오래 걸린다. 제작 당시 무렵부터 정식 수입하여 방영한 국가는 네덜란드와 체코의 옆나라인 독일뿐이였고, 일본은 80년대 초중반부터 수입을 해서 방영을 해왔다.
베레모에 둥그런 얼굴, 노란 옷을 입은 캐릭터가 패트, 원뿔 모양 털모자에 달걀형 얼굴, 빨간 옷을 입은 캐릭터가 매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파편처럼 내안에 머물러 있다. 스쳐지나간 삶의 흔적, 기억들은 흔적을 남길수도 없기에 그저 내안에 남아있는 작은 파편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르는 잔상들은 아련한 감정을 불러온다. 내게는 패트와 매트가 그런 파편의 하나이다. 성인이 되어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아련한 이미지들이 있다. 티비속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던 주인공들이 먹던 치즈와 비스킷, 아직도 그 이미지가 선명하다. 오랜시간동안 그 이미지의 출저가 어디인지 찾아 헤맸다. 그러던중,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발견한 ‘패트와 매트’를 마주하는 순간!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미지의 조각이 퍼즐처럼 딱 들어맞았다.
그렇게 찾게된 패트와 매트의 극장판 작품들을 감상하며, 내 안에 숨어있던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패트와 매트는 집안의 도구,물건 장비들을 활용해 집을 수리하고 필요한것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는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고안한 작가와 감독의 기발한 창의력에 감탄하곤 한다. 어찌 보면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답답하며, 어리숙한 패트와 매트의 일상을 들여다 보며 잃어버린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회복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완벽하고 매끈한 디자인과 수준높게 완성된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하지만 패트와 매트는 우왕좌왕하며 오래된 벽을 수리하고, 수리 도중에 발생한 상황을 특유의 센스와 의지로 극복 해낸다.
필자는 무엇보다 패트와 매트가 가지고 있는 우정이 이 애니메이션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느긋한 하루를 보내는 패트와 매트는 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서로의 힘을 합쳐 해결해낸다. 이런 태도가 우리의 삶에 깊숙히 녹아든다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경쟁이나 질투와 시기심이 아닌, 친구와 동료가 필요로 할때 손을 내밀어 마치 나의 일인것처럼 뛰어들 수 있는 그러한 태도 말이다.
팬더믹 시대의 우리들에게 필요한건 ‘힐링’일 것이다. 팬더믹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찾아왔던 현대 사회의 우울감과 권태감 그리고 크고 작은 어려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었으나, 현재 많은 활동들이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방식 또한 제한이 뒤따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는 예전의 패트와 매트를 추천한다. 비디오로 접할 수 있던 애니메이션의 화질과 감성 그대로 이제는 조금더 편안한 방법으로 감상하며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보는 것을 어떨까? 역시나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달한다.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속에 살아가는 많이 이들이 애니메이션 하나로 잠시나마 마음이 따듯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현존하는 수많은 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신의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