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앞에 사라지는 가능성>은 10개의 유럽 도시를 방문하며 관객을 인간의 어둡고 폭력적인 내면으로 인도한다. 각 도시의 평온한 풍경 아래에는 지난한 야만의 역사가 파묻혀 있다.
무대 위 네 명의 퍼포머는 시종일관 시시한 일상 행위를 하고, 텍스트는 나레이션을 통해서 관객에게 일방향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불참의 제스처’, 혹은 ‘실어증적 대화’야말로 이미지로 점철된 스펙타클 사회(Society of Spectacle)에 대한 최후의 저항인 동시에, 변태성과 붕괴된 윤리로 점철된 인간 내면의 황무지를 내보이는 과정이다. 작품은 한때 역사는 선방향으로 흐른다고 믿었던 모든 가치 기준의 침몰을 그린다. 그 결말에는 기대했던 축포도, 재난도 없다.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이미 끝났으니까.
엘 콘데 데 토레필은 등장 이래 지속적으로 유럽의 공연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페인의 콜렉티브로 연극, 무용, 문학, 시각예술 등을 넘나들며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 관해 탐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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