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는 미국 영화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시기입니다. 젊은 영화인들이 신선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으며 거대 영화사를 통하지 않은 독립적인 제작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이때 할리우드가 아닌 뉴욕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특히 도드라졌으며,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 감독이 바로 존 카사베츠와 셜리 클라크입니다.

감독 뿐 아니라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던 존 카사베츠(1929~1989)는 60년대 미국 독립 영화를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뉴욕에서 연극과 연기를 공부한 존 카사베츠는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연출 데뷔작인 <그림자들>(1957/1959)을 발표하였습니다. 이후 존 카사베츠는 (<글로리아> 같은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적은 제작비, 소수의 스탭과 함께 하는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자신 만의 고유한 영화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배우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메소드 액팅’과는 또다른 스타일의 사실적인 연기 연출을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한 캐릭터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카사베츠가 연출한 열 두 편의 영화는 몇 개의 형용사로 간단히 정리할 수 없는 삶의 복잡성을 탁월하게 형상화하며 쉽게 잊을 수 없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카사베츠의 영화를 얘기할 때 지나 롤랜즈(1930~ )와의 협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향 아래의 여자>, <오프닝 나이트>, <글로리아> 등에서 부드러운 섬세함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연기했던 지나 롤랜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카사베츠의 세계에 생동감과 깊이를 더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별난 인연>, <사랑의 행로> 등 상영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지나 롤랜즈의 출연작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근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셜리 클라크(1919~1997)는 미국 인디 영화의 대모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중요한 작가입니다. 무용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아방가르드 진영에서 활동하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으며, 5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며 실험적인 형식과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동시대 영화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존 카사베츠가 셜리 클라크의 촬영 장비로 <그림자들>을 찍은 에피소드는 유명합니다). 이후 셜리 클라크는 ‘시네마 베리테’의 문제 의식을 발전시킨 다큐멘터리 작업과 ‘영화’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였으며, 이번에 상영하는 네 편의 영화는 한 개인의 특별한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숨은 단면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셜리 클라크의 화법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특별 상영작인 아녜스 바르다의 <라이온의 사랑>(1969)은 셜리 클라크가 본인 역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당시 미국 영화계에 분 신선하고 자유로운 변화의 바람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제 기간에는 황덕호 재즈평론가와 이나라 평론가의 강연도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4월 15일(수)부터 5월 10일(일)까지 진행되는 “뉴욕 인디의 두 사람: 존 카사베츠와 셜리 클라크”에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강연

오네트 콜먼의 세계
일정│4월 25일(토) 오후 7시 <오네트: 메이드 인 아메리카> 상영후
참석│황덕호 (재즈평론가)

존 카사베츠의 세계
일정│5월 2일(토) 오후 6시 40분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상영후
참석│이나라 (이미지 연구가)


◆ <찬실이는 복도 많지>,<이장>은 "새로운 희망 - 동시대 한국영화 특별전" 작품입니다.
◆ "무비 프렌즈"는 초대받으신 분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 4월 22일(수) ~ 24일(금)까지 "시네마테크 X CGK 특별전 - 카메라의 태도: 3인의 촬영감독"이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