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호흡의 과정과 몸의 움직임에 따라 매 몰드는 조금씩 달라졌다. 작가의 시점에서 이 행위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지나간 한 사람의 순간을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조각가로서 그의 목적은 주변에 의한 존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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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리 곰리, <Another Time>, 1999-2013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antony-gormley-another-time-ian-hufton.html)
영국 동남쪽 해안의 마게이트 시에 가면 바닷가에 서있는 남자 형상이 보인다.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남자는 해초가 깔린 땅 위로 드러나기도 하고, 머리까지 물속에 잠기기도 한다. ‘남자 동상’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1999년도부터 제작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Another Time (또 다른 시간)> 조각작품이다. 영국의 마게이트 시를 포함해 런던, 옥스포드,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일본, 벨기에 등 100여개의 장소에 위치한 이 조각 시리즈는 고독와 정적을 주제로 안토니 곰리 자신의 몸을 캐스팅 몰드로 본따 제작하였다. 2013년까지 작가는 총 17개의 몰드를 제작하였다. 매번 그의 몸을 다른 사람들이 석고붕대로 감싸 굳혔고, 이후 작가가 무쇠 재질을 감싸 단단한 조각을 만들었다. 무쇠는 땅 속 깊이, 지구의 중심부에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재질로 작가는 무쇠로 만들어진 각 조각의 무거운 고체성을 강조한다.
안토리 곰리, <Another Time>, 1999-2013
(https://turnercontemporary.org/whats-on/another-time/)
호흡의 과정과 몸의 움직임에 따라 매 몰드는 조금씩 달라졌다. 작가의 시점에서 이 행위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지나간 한 사람의 순간을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조각가로서 그의 목적은 주변에 의한 존재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시절 잠들기 전 어둠속에서 방이 커지고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작품의 분위기에서는 그러한 정적과 고요함이 드러난다. 지금도 작품을 위한 포즈를 취할때 그는 눈을 감는다. 곰리는 무한한 공간에서 존재한는 것에 대해 꾸준히 질문한다. 시간이 지나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고 사라진다면, 작가는 그 사람의 삶 속 순간을 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증명하는 조각은 바람과 비, 파도를 맞으며 환경에 따라 부식이 되며 또 다른 존재로 살아간다.
마게이트 시 <Another Time> 조각의 위치
글_조혜연_ 일러스트레이터. 같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 이야기들_heyonc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