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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것들을 품은 광대한 우주, 개인 | ARTLECTURE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품은 광대한 우주, 개인

-척의 일생(2024)-

/Art & Preview/
by 제이문
Tag : #영화, #우주, #개인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품은 광대한 우주, 개인
-척의 일생(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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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영화 <척의 일생>은 공포 영화를 주로 연출해 온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스티븐 킹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모든 개인은 하나의 소우주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보통 인간의 몸과 마음이 거대한 우주의 축소판이자 우주와 같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에서 나온 비유적 표현이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척의 일생>은 척이라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이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재임을 보여준다.



영화 <척의 일생>은 공포 영화를 주로 연출해 온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스티븐 킹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주제만 놓고 보면 평범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보이지만 월트 휘트먼의 시를 모티브로 한 비선형적 구조와 초자연적인 요소에 더해 개인의 삶이 갖는 의미에 대한 독창적인 확장의 과정은 이 영화에 충분한 비범성을 부여한다. 주인공 척의 역할을 맡은 톰 히들스턴은 장시간 진행되는 춤 장면을 통해 뛰어난 춤 실력을 보이며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서의 매즈 미켈슨에 이어 또 하나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스타 워즈> 오리시널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할로 잘 알려진 마크 해밀은 척의 할아버지인 자이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로 다수의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거나 수상후보가 되었다.

 

역순환의 미학

 

영화는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나 순서는 3-> 2-> 1장으로 진행이 된다. 3장이 열리면 갑작스럽게 캘리포니아가 지도에서 사라져 가고 거리에는 커다란 싱크홀이 생겨나고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며 이 세계가 종말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런 와중에 사람들은 길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정체불명의 위대한 39, 고마웠어요 찰스 크랜츠!’라는 문구에 의아해한다.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척(찰스의 애칭)에 대한 문구는 인터넷이 영원히 끊기고 텔레비전이 방송을 멈추고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는 가운데에도 거리, 광고방송, 심지어 에어쇼를 통해서 끊임없이 나타나 완전한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3장의 마지막 장면에서 척에게 죽음이 임박하는 순간 하늘의 별들이 폭발하기 시작하다 영화의 화면이 일순간 암전으로 멈춘 듯 한 구성에 이르면 그제야 관객은 척의 죽음과 세상의 종말이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3장에 나온 세상의 종말과 척의 죽음이 연결되게 되는지, 3장에 나온 현실이 실제인지 가상의 현실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죽기 9개월 전 멋진 한나절을 보내는 척의 모습이 나오는 2장과 성인으로서의 척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일화들을 보여주는 1장까지 보고 나면 관객은 비로소 3장의 현실이 실은 척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세상이며 척의 죽음이 어떻게 한 우주의 종말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척의 일생을 죽음에서 시작하여 어린 시절로 마무리를 지음으로써 언제 어떻게 척이 죽는지를 아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는 내내 척의 평범한 생의 순간들이 갖는 숭고함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관객 자신의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시간의 역순으로 서사를 구성하여 서사의 마지막에 이르면 다시 서사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감동을 배가시키고 주제를 증폭시키는 기법은 이미 다수의 영화와 문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특히 이 영화와 비교하며 볼만한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는 미국의 거장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한 개인의 죽음에서 시작되어 역으로 삶의 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조이나 개인이 가졌던 삶의 양상과 그에게 찾아온 죽음이 갖는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에브리맨을 참고해 본다면 이 영화에 대한 깊은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월트 휘트먼, <Song of Myself>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영화의 3장은 척의 머릿속 세상이다. 척이 아프지 않았을 때는 3장의 세상도 정상적으로 돌아갔겠지만 그의 뇌에 종양이 생기고 그것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3장의 세상 여기저기에서 붕괴가 일어난다. 문학으로 보자면 그의 뇌 상태를 세상과 등치해 놓은 완전한 메타포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머릿속 세상이 어떻게 3장의 세상을 구성하게 되었을까? 이것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월트 휘트먼의 <Song of Myself>이다. 무려 52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이 시 중에서 영화는 51번째 섹션에 나오는 내용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Do I contradict myself? Very well then I contradict myself,

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

내가 나 자신과 모순되냐고? 좋아,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과 모순된다,

나는 광대하고,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

휘트먼은 시에서 그는 여러 가지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중 하나가 자아와 우주의 동일성이다. 휘트먼은 개인의 자아가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나를 통해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에서 내가 나와 모순된다는 것의 의미도 내 안에는 나의 유일한 자아만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생을 살아가며 만나고 경험한 수많은 목소리, 욕망, 정체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끼리 상충되고 충돌한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나는 충분히 광대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내 안에 포함한다는 것이 인용한 부분의 내용이다.



척은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을 통해 이 시를 접하며 그녀가 알려준 이 구절의 내용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게 된다. 비록 척은 어렸지만 자신이 광대한 우주의 한 부분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성할 수많은 타인들과 자신의 내면에서 공존하며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게 될 것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린 척이 이 시를 알게 되는 장면은 1장에서 나오기 때문에 관객은 1장까지 보고 나서야 3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는데, 특히나 시의 내용을 알고 나면 3장에 나오는 인물들과 대사가 1, 2장에 나왔던 인물들과 대사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반복이 얼마나 유려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지는지를 알게 되어 감탄하게 된다.




척이 죽어가면서 하늘의 별들이 폭발하기 시작하고 그가 내면에 포함했던 모든 것들과 함께 그의 우주도 소멸한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척의 39년 인생을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개인의 삶이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의 필멸을 알면서도 수많은 것들을 포함한 채 자신만의 우주를 확장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척의 삶도 우리의 삶도 치하를 받기에 충분한 일이 된다. Thanks, Ch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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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이문_작가, 영화 팟캐스터 라고 소개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