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관계 맺기: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 《Everflow: 움직이는 장(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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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최근 공공미술은 단순한 조각이나 기념비적 설치를 넘어, 도시의 공간을 재구성하고 시민의 집단적 경험을 조직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서울특별시가 개최한 서울라이트 2025 가을 《Everflow: 움직이는 장(場)》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공간을 무대로, 빛과 미디어아트를 통해 도시를 재조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이번 전시는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하여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작품과 미래로 다리 하부를 활용한 레이저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관객과 작품은 분리된 주체와 객체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생태계”의 의미를 장(場)의 개념에 담고자 한 전시는 공공미술의 주요 가치인 ‘공공성 실현’과 ‘미적 공동체 형성’을 실천한다.
전시는 5명의 작가, 혹은 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0분의 러닝타임을 두고 반복적으로 상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작품으로 시작되는 전시는 오로라, 혹은 은하수를 보는 듯 황홀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 〈Solar Wind〉로 시작된다. 태양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을 형성하는 현실을 표현하는 이 작품은 별똥별을 닮은 빛이 아래로 흐르고, 또 퍼져나가며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로랑 그라소의 〈Panoptes〉는 신화 속 인물 아르고스 파노프테스(Argos Panoptes)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수많은 눈이 관람자를 역으로 관찰하는 감각을 제공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와 관찰하는 작품의 눈이 만나 서로를 마주 응시하면서 ‘보여짐’에서 실존을 감각하는 라캉적 응시를 경험한다.
이어지는 디스트릭트(d’strict)의 〈Eternal Nature〉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공간을 조성하여 빛과 생명,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메타 자연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삼성동에서 선보였던 〈Wave〉로 대중에게 알려진 d’strict는 이번 작품에서도 파도가 치는 모션이 등장했을 때 관객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Open AI를 활용하여 미디어아트를 제작한 최세훈과 티모 헬거트(Timo Helgert)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선보였다. 최세훈은 몽환과 현실, 기술과 감성의 경계에 주목하여 제작한 작품 〈The Valley and the Light〉를, 티모 헬거트는 시간, 감정, 그리고 조용한 변화를 상징하는 ‘달’을 중심으로 하여 명상적 순환을 표현한 작품 〈Moon Cycle〉을 선보였다.
전시에서 유일하게 미래로 다리 하부에서 진행된 아카 창(Aka Chang)의 〈Multimmersion_DDP25〉는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 ‘선’을 레이저를 활용하여 표현하면서 그 사이를 지나는 관람자의 움직임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이 관람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대중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DDP라는 건축물이 작품의 장(場)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라파엘 로자노 헤머(Rafael Lozano-Hemmer)가 제시했던 관계적 건축의 개념에서 전시를 바라볼 때, 전시는 단순한 빛 축제가 아닌 도시 공간을 재해석하고 시민과 상호작용하는 ‘관계적 공공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기간 전시되었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전시는 일시성이 오히려 강렬한 기억을 남기며 도시 경험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관계적 건축과의 연관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권력·감시 등 사회의 문제를 함께 다루며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로자노 헤머의 작품과 달리 심미적·경험적 차원에 좀 더 무게를 둔, 다소 이벤트의 성격을 더 드러낸다는 전시였다는 점이다.
서울라이트의 이번 전시는 도시 공간이 어떻게 관계적 예술의 장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작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이를 감상했던 많은 대중의 집단적 경험으로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서울라이트가 야간 축제를 넘어 도시와 시민이 관계 맺는 공공미술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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