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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가 곡을 마주하는 첫 단계, 초견 | ARTLECTURE

연주자가 곡을 마주하는 첫 단계, 초견


/The Performance/
by 정영
연주자가 곡을 마주하는 첫 단계, 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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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초견(初見)은 연주자가 처음 보는 악보를 한 번에 읽고 바로 연주하는 것으로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곡에 다가가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초견의 뜻으로만 보면 ‘악보상에 기보된 음표와 리듬을 얼마나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가’로 여기기 쉬우나 음악적 표현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견(初見)은 연주자가 처음 보는 악보를 한 번에 읽고 바로 연주하는 것으로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곡에 다가가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 입시나 연주 단체의 입단 심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연주자에게 초견이 아주 중요한 능력임을 시사한다. 근래에는 현대적 악상을 요구하거나 고난도 테크닉을 포함한 현대 곡들이 증가하는 추세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빠른 시간 내에 악보를 읽어내고 연주하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졌다. 초견의 뜻으로만 보면 ‘악보상에 기보된 음표와 리듬을 얼마나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가’로 여기기 쉬우나 음악적 표현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연주자가 지향해야 할 초견은 단순히 악보 상의 음표를 빠르게 소리로 바꾸는 것을 넘어서 곡의 음악적 구조와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에 비하여 초견의 중요성을 조금 더 일찍 인식하여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전공자들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파리의 고등국립음악원은 매 학기마다 매우 엄격한 통과 기준을 적용한 초견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줄리아드, 맨해튼 등 많은 유명한 음악학교에서도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견 과목을 개설하여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특히나 국악에서는 아직 초견을 초보자가 익혀야 할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연주곡의 연습 과정에서 따라오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본은 주법 익히기를 중심으로 짜여 있으며 이에 따른 연습 곡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초견은 음악 전공자들이 정확하고 빠르게 여러 곡을 익히기 위한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주법을 익힘과 동시에 음정, 박자, 강약, 셈여림표, 악상기호, 선율, 속도 등의 음악적 요소들을 균형 있게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주자들이 초견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연주해야 하는 악보를 사전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부담감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초견에 익숙하지 않은 연주자는 도약이 있는 음이나 여러 음을 한 번에 연주해야 하는 화음이 존재할 때는 연주해야 할 음을 찾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며, 어려운 리듬이나 음악적 표현이 잦은 곡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초견 실력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과연 후천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능력일까? 이 질문에 많은 초견 관련 연구와 논문들은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연주자가 쌓은 초견 기술이나 경험이 초견 실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데, 이는 초견이 연주자의 음악적 경험과 적절한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임을 시사한다. 여기서 음악적 경험이라는 것은 연주자가 그간 축적해온 음악적 표현법, 그간 연주해온 개인의 레퍼토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초견 경험이 많은 연주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음악 분석 방법을 통해 악보상에 있는 다양한 표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견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로 명백하게 이론과 실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뛰어난 초견 능력을 가진 대표적인 아르헨티나의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는 날카로운 음악 분석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현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는데, 어린 시절부터 스승의 지도에 따라 엄청난 분량의 악보를 초견으로 연주하도록 교육받았다고 한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리스트(Franz Liszt)는 어떠한가. 그 역시 뛰어난 초견 능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보 읽기 기술로 유명했는데, 그의 스승 체르니(Carl Czerny)가 매일 한 시간 초견을 연습하도록 가르쳤다 전해진다. 리스트는 이러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하여 상당히 어려운 작품들을 초견으로 공개적인 연주를 할 수준의 능력까지 갖게 되었으며, 너무 쉽게 연주하여 작곡한 당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정도라 한다.



 

앞서 말했듯, 초견은 전문 연주자가 되고자 하는 전공자들이 자신의 음악적 레퍼토리를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초견 능력은 연주자가 여러 작품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전반적인 음악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음악적 자신감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혹자는 연주자가 음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없다면 음악가로서 어느 정도 이상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초견은 다방면으로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특별한 기술이다. 특별한 기술인 만큼 특별한 훈련을 요구한다. 많은 논문에서도 말하듯, 반복적이고 다양한 곡의 연습은 연주자로 하여금 낯선 곡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음악적 요소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새로운 악보를 즉각적으로 습득하기에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처럼,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키는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리스트처럼, 듣는 청중으로 하여금 특별한 연주자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매일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정하여 초견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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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 영(jungyoung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