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레지던시>는 기회가 부족한 여성작가들에게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작업 공간. 협업. 홍보 등을 지원하는 <사공토크> 주관의 여성작가 자립형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는 김상미작가는 국을 끓이기 위해 멸치육수를 내는 과정 중 제 살을 녹이고 뼈를 삭히며 둥둥 떠오르는 멸치비늘에서 자신을 보았습니다. 이후 바늘로 멸치비늘을 떼어내고 실로 꿰매어 천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천으로 유물이나 바비인형의 옷을 짓는 꽤나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 가면, 화살촉, 장신구, 전리품들은 존재를 드러내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유물이었으며, 황금빛 자켓을 걸치고 사자 등에 올라 앉아 유쾌히 웃는 바비인형은 작가가 닮고 싶고, 살고 싶어하는 모습입니다. 다소 수줍고 조용히 움직이는 작가의 언행에 비해 강렬한 황금색과 도발적인 포즈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 시선의 끝에서 우리는 작가의 내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형체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 맛과 냄새만으로도 존재감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멸치처럼 김상미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잊혀진 자아를 찾고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작가는 오늘도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작가 자신의 삶을 짓습니다. -사공토크
긴 세월 동안 바다 위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에 검푸른 색을 새겨 온 밴댕이, 멸치처럼 우리도 삶의 바다를 유랑하면서 내 몸에 새겨온 노래가 있습니다. 미로 찾기 처럼 막막할 때도 있지만 멸치의 몸통 비늘로 바탕을 만들고 등 비늘로 길을 만들어 가며 내 피에 내 몸에 새겨진 그 노래를 찾아 갑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사금파리처럼 이곳에서 발굴된 멸치국의 유물들은 전체를 가늠하기 어렵고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당장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끓는 물속에서 모든 걸 빼내고 버려지던 존재의 몸 깊은 곳에 새겨진 이야기의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있습니다. - 작가노트 중-
이번 레지던시 기간에는 작가가 상주하여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기간내에 작가의 작업과정을 함께 나누며 대화하시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 아트잠실
주최,주관 : 사공토크.아트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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