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삶의 주체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개인의 삶은 시대와 상황이라
는 파도 속에서 미약하게 흘러간다. 도시 안을 유령처럼 맴도는, 약속된 편견과 위계, 시선, 들려
오는 뉴스들. 마치 거대한 눈(eye)처럼 개인의 삶을 이끄는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도망칠 수 없
는 사람들. 2020년 우리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픔에 빠지고, 영혼이 도시를 배회
하며, 현재에 정착하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에 갇혀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 속의 나는 파도
속의 아주 작고 미세한 모래이다.
우리는 일방향의 파도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은 개인에게 좀 더 대의적이고, 발전적
인 생각과, 행위와, 나아가 노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나는 보다 더 작은 단위의 이야기들
을 하고자 한다. 나는 도시 안을 살아가는 사사로운 개인의 상념들(어쩌면 '우리'와 연결고리를 발
견할지도 모르는)을 붙잡고,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를 한다. 종이 위에 물감과 스프레이로 드로잉
을 하고, 떠오르는 오늘의 단어와 문장을 반짝이는 색종이로 오려 그 위에 새겨 넣는다.
이것은 일종의 포스터(poster)이며 삶의 의미를 찾기 원하는 개인의 선전물이다.
강렬한 색과 반짝이는 색종이로 외치는 글자들로 나는 말한다. 나는 여기에 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형태로 나는 여기에 존재한다.
☆Donation:
기억 속에 함몰되어 버린 공포로 인한 불안을 종이 위에 드로잉 하여 표현한다.
얇고 구겨진 종이 위에 펜과 물감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의 형태는, 무의식 속에서 반복되는 악몽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어린이 책을 위한 동화 삽화 작업과, 패키지 등의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