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도
통의동 보안여관은 2018년 8월 21일 부터 9월 6일까지 ‘몸과 접촉’에 관한 동시대적 태도와 감각의 기의(sign)를 다루는 을 개최한다. 오늘날 몸은 젠더 이슈(gender issue)의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이자 사이보그로 진화하고자 하는 열망 혹은 두려움에 휩싸인 실험실이다. 또한 ‘먹방’과 ‘몸만들기(physical fitness)’등으로 통용되는 대중문화의 초극단이 발화하는 공간인 동시에 한국사회의 신체적 거리감을 조율하는 ‘매너손’의 배려를 받는 개체이기도 하다. 한때 육체는 정신의 온전한 지배를 받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지만 정신분석 철학과 뇌과학의 발달에 따라 의지 자체를 발현시키는 중요한 주체로 인식되었다.
은 인간의 몸이 지닌 인류사적 의의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체를 통해 이뤄지는 다양한 접촉의 감각을 주제로 한다. 전시에 소환된 작가들은 몸과 접촉의 사이에서 가장 직관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성 이슈(sexual issues)에서부터 단백질, 지방, 물 등으로 이루어진 물성의 공간, 그리고 인간의 의지와 감각을 일으키는 화학적 작용의 장소로 몸을 사유한다. 신체를 둘러싼 접촉이 생성시키는 개인의 감각과 그에 따른 사회적 관계에는 어떤 괴리가 있을까? 신체의 접촉은 어떠한 고결성(virtuous) 혹은 퇴폐성을 지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모든 접촉은 사회적 관계와 도덕적(moral)잣대에 틀림없이 귀결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번 전시는 이처럼 수 많은 함의를 지닌 몸과 접촉의 연상에 관한 7인의 예술가들의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안은미는 작가의 대표적인 표현 방식인 춤 대신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녀의 어머니 세대가 풀어놓은 첫날밤의 이야기를 채집한 <거시기 모놀로그>(2018)에 등장하는 ‘거시기’는 한국의 근대화시기에도 결코 근대화 되지 못했던 당시의 신체 접촉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도덕률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김지멍의 <언프리 허그>(2018)와 <셀프 쿠션>(2018)은 아이돌 팬덤과 소위 오타쿠로 불리우는 대중문화적 이미지 속 몸에 대한 가치 평가와 모순성에 대해 질문한다. 조현의 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통해 개인의 ‘존재감’이 결정되는 3D 게임을 제작했다. 이 게임 속에서 접촉은 육체의 존립 즉, 생명의 소실과 연장을 결정짓게 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오민의 에 등장하는 몸은 결코 서로를 인지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전에 조율된 스코어에 따라 스스로의 방향을 찾거나 걸음을 옮길 뿐이다. 여기서 신체는 리듬과 이미지 그리고 공간에 하나의 규율과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물성 그 자체이다. 한편, 박카로는 피부 접촉에 관한 의사과학적 접근을 보인다. 접촉이 일어났을 때 번식되는 세균에 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지식과 믿음의 체계를 되짚는다. 유신애의 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타자를 규정짓는 디지털 위생 관념에 대해 촉각, 시각 등의 신체의 감각을 중심으로 표현한다. 장지아의 는 세계인권선언문에서 발췌한 6개의 단어인 자유(Freedom), 거부(Denial), 평등(Equality), 저항(Resistance), 독립(Independence), 인권(Human)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6명의 퍼포머 사이에서 발생되는 접촉과 전유 사이의 묘한 공포와 쾌락을 나타낸다.
이렇듯 몸과 접촉에 대한 각기 다른 온도와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우리가 진정성의 역사에서 간과해 왔던 감각의 예민한 표층을 건드린다. 오래전부터 사회와 예술에서 인간 신체의 감각은 다층적으로 사유되어 왔다. 하지만 종종 이러한 감각들을 시대의 목적과 명분에 따라 때때로 묵인되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러한 영역이 사회의 정의나 규범의 분류 비집고 뚜렷이 자리한 것은 그 감각의 주인이자 유일한 증인인 우리 자신, 몸이 언제나 여기 실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수지, 송고은, 신현진
(아트스페이스 보안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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