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 아래에서 춤을
Dancing Under the Vines
기획: 류희연
참여작가: 수 박, 장종훈
디자인: 김경수
사진: 아인아 아카이브
설치, 도움: 밈모
도시는 빠르게 자라면서도 쉽게 수축한다. 목적에 따라 세워진 공간들조차 확장되자마자 허물어지고, 오래 머무르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소진되고 대체된다. 마치 덩굴이 자신이 올라탄 식물을 무성하게 덮듯, 도시는 제 몸에 맞는 형식만을 남긴 채 기능 바깥의 감각을 밀어낸다. 그 안에서 우리들의 이상은 속도감을 따라가지 못하고, 형식 아래로 가라앉는다. 《덩굴 아래에서 춤을》은 굽이치듯 자라난 도시의 풍경 속, 단순히 공간의 끝이라 부를 수 없는 가장자리에서 피어나는 흔들림을 바라보며 다른 방식의 개입을 상상해 본다. 속도에 밀려난 이상이 머무는, 형식이 닿지 못한, 효용의 바깥으로 밀려난 채 성장의 논리에서 지워진 존재들이 남겨진 자리. 우리는 그곳에서, 세계 아래에 머무는 감각을 다시 떠올려 본다. 어떻게 머무를 수 있을지를 생각할수록, 그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모호해지고, 언어보다 느리게 도달하는 어떤 감각으로 다가온다. 말로 명명되기보다 감각 속에 머무는, 모두의 시선을 끄는 서사보다는 주변에 조용히 깃드는, 무너진 구조의 틈에 붙어 스며드는 이야기들. 장악하려는 언어가 아니라, 들려오는 작은 이야기들에 관한 이야기다.
챔버 주변의 골목 곳곳에 자리한 수 박의 작업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도시의 가장자리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존재들과 다시 관계 맺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증식하는 세계 아래에서 지속되는 삶의 작은 리듬에 주목하며,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 사소하고 유연한 순간을 포착한다. 장종훈은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넓은 바다 위, 철근으로 만들어진 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지만 이제는 쉽게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겨지는 노동자는 이 구조 속 의미를 찾기 위해 정비소를 떠나지 못하고 섬에서 수집한 잔해를 이용해 기다란 탑을 만든다. 두 작가는 흐르듯, 흘러가듯,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어떤 몸짓을 그리며, 희미한 움직임과 멈춤에 주목한다. 그 움직임은 규정된 속도와 효율을 따르지 않고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유연하게 퍼져 나가며, 사라질 것을 아는 머묾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2025.07.18(금) - 08.03(일)
12:00 - 19:00 월 휴무
챔버 CHMBR (성북구 동소문로 26-6), 챔버 부근 골목
<오프닝 리셉션> 7월 18일(금) 19:00
<연계 프로그램>
-오징어의 변화: 7월 26일(토) 19:00 - 20:30 / 진행: 수 박
-Reassembled Monument: 작은 조각에서 기념 받침대로: 8월 2일(토) 19:00 - 20:30 / 진행: 장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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