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소정아.
너의 슬픔을 지나칠 수 없어서, 나의 열아홉과 똑 닮아있는 모습에 이렇게 편지를 써.
열아홉의 나는 몸도, 마음도 아팠고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했어. 그래서 항상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치유했고,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의 온기를 느꼈어. ‘아픔.’ 그것 자체가 짐으로 느껴졌지만 스스로를 치유하며 혼자 버텼어.
영화 ‘열아홉’ 스틸컷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 생겨버린 너를 봤을 때,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알 것 같았어. 미래가 막막하고, 어둠만 보이는 그 기분. 과연 통로라는 게 있을까 하는 그 조마조마함. 너는 잠시 눈을 감은 걸지도 몰라. 보이지 않는 멜로디와 보이지 않는 사랑에 기댄 채. 노래를 들으면 누군가가 옆에 있는 기분이 들고, 사랑은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주곤 해. 어쩌면 사람이 고팠던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나는 알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면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내가 먼저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면,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날 피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0%, 즉, ‘내 곁엔 아무도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아마 너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비밀이 밝혀지면 아무도 너의 곁에 남지 않을까 봐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해. 고립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 슬픈 거니까.
있지, 슬픔은 쌓이면 쌓일수록 배가 된다는 말이 있어. 슬픔이 쌓이게 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야. 그렇지만 반대로,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 아직 직접 말할 용기는 없지만, 최근, SNS에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올렸어. ‘나 정말 아팠다고, 나 힘들었다고.’ 그런데 독자들에게 작지만 큰 위로를 받았어. ‘생각보다 세상은 살 만하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러니, 용기를 내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보는 건 어떨까.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푸른 초원을 보면 끝없이 펼쳐져 있듯이 너의 인생도 분명 그럴 거야.
열아홉,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그 나이, 난 너무 아파서 내 인생이 끝이 아닐까 생각했어. 그런데 벌써 20대 중반이 되었고 앞으로도 먼 항해를 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어. 끝을 생각한다는 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너의 스무살은 그 누구보다 빛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사랑이 담긴 노래와 소년과의 사랑을 잊지 않은 채로.
사진 : 유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