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인공지능 시대의 감각
-전시 미디어의 장-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는 2019년 6번째기획전 <미디어의 장>은 미디어로 인해 변화하고있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조명한다. 책을 읽는 인간과 유투브를 보는 인간은 어떻게 다를까? 오늘날 범람하는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기술의발달을 낙관해도 되는 것일까? 이 시대에 인간관계는 어떻게 맺어지고 있는가? <미디어의 장>은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대폭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대에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들을 소개한다. 이 시대의 감수성을 동시대인들을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감각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만큼,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설치,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이전작업들을 찾아보게 되고,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40대 사이의 젊은 작가들로 근래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미지출처: 서울대학교 미술관 홈페이지)
전시는2층의 진마이어슨의 대형 회화로부터 시작해 3층, 지하1층, 지하2층까지 전관에 걸쳐 진행된다. 신체,경험공간, 삶의 방식 등 우리가 겪는 여러 변화를 다루는 작업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우리가 노출되어 있는 미디어 환경과 우리의 인지와 경험의 변화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다. 3층에 올라가자마자만날 수 있는 정유정 작가의 <자연스러운 자연> 시리즈가그러하다. 이 작업은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에서 연상해 수집하고 가공한 오브제들을 사진과 함께 전시하면서이미지의 영향으로 생겨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와 오브제의 재치 있는 연결이 이목을끈다. 식물들의 연둣빛, 초록빛, 햇살 같은 노란빛이 주를 이루는 싱그러운 색채 감각, 무겁게 내리누르지않으며 심오함이나 깊이감을 주장하지 않는 오브제들은 그 자체로 동시대 문화의 연장선이자 그 응축물인 듯하다. 소셜미디어에올리는 사진을 위해 어떤 장소에 가고, 소비를 하고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이미지와현실의 관계를 다루는 이 작업의 주제의식은 유의미하다.

(이미지출처: 작가 홈페이지)
자연을 소재로한 작업은 지하2층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정재희 작가의 <Homevoid> 는 관객들이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이다.텐트 안에는 방향제에서 숲의 향기도 나고 스피커에서 새와 벌레 소리도 나고, 노트북과 아이패드로고해상도의 식물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숲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험들을 깨끗하고 쾌적한 이 텐트 안에서다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한 켠에는 다육식물이 늘어서 있는데 몇몇은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다. 작가는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우리의 모습과, 진짜와가짜가 뒤섞여 있는 현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 벌레나 모래 같이 쾌적하지 않은 요소들을 감수해야하는 진짜 자연보다 그 정수를 가공해 향기와 소리와 이미지로 윤색한 가상의 자연을 선호하고, 가상에의해 만들어진 기대를 바탕으로 실제 자연을 경험하는 게 우리의 현 주소다. 이 텐트는 익숙하고 편안하게자연을 경험하는 우리의 방식을 집결해 놓으면서도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맥락들을 다 제거해버림으로써 우리의 경험방식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이미지 출처: 작가홈페이지)
한편 이번 전시에서특징적인 것은 콜라주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다루는 작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혜민 작가의 <Relationinterface-sns collage>나 최수정 작가의 <호모센티멘탈리스>가 그러하다. 최혜민 작가는 지인이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글에서자신이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이와 연관되는 이미지를 검색해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전시장에는 이 때의 텍스트와 최종적인 이미지가 병치되어 있다. 이작업들은 서로 한 이미지나 단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가 한 단어나 이미지를 클릭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을차용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서울대학교미술관 홈페이지)
<호모센티멘탈리스>는 감정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감정을 전시하려고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작업이다. 이 얼굴은 판타지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이는 작은 이미지들을 다층적으로쌓아 만들어졌다. 이미지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유도한다.
염지혜나 이영주의영상작업들도 이러한 콜라주의 방식이 나타나는데, 이들의 작업은 단일 스크린에 상영되면서도 단일 서사로통합되지 않는 여러 파편적인 이미지들과 이야기들을 뒤섞어 보여준다. 염지혜의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고 지구에 돌만남았을 때 그 돌이 회상한 인류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계속 뒤바뀌고 겹치고, 잡음이 생기고 분산되어 있는 영상을 통해 레이어, 복사, 붙여넣기, 변형, 창조로특징지어지는 디지털 시대의 인류를 보여준다.

(이미지출처: 서울대학교 미술관 홈페이지)
이영주의 <꿈꾸는 달걀들>은 미디어 시대에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어떻게 변화했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정자은행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온라인 화면 녹화, 기계의목소리 등이 겹쳐지며 영상이 전개된다. 마치 여러 창을 띄워놓고 작업하는 것처럼 레이어에 레이어가 씌워진다.

(이미지출처: 작가 홈페이지)
이러한 작업들에서연상에 의해 느슨하게만 연결된 이미지들이 중첩되고 겹겹이 쌓아 올려진다. 여기서 생겨나는 예기치 않은 만남과 병치 속에서 일시적으로 어떤 상상이옅게 뭉쳤다 이내 흩어진다. 이것이 동시대인이 이미지들을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작가들은 작업의 형식을통해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미지를 다루는 예술가로서 이들이 모으고 쌓아 올리는 파편적인 조각들은이미지 사이의 구멍을 채우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매력적이다.
미디어의 변화에따라 우리의 인지와 사고, 관계의 방식, 경험의 구조 등이이전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대 미술가들의 감각을 빌려 고민해보고 싶다면, 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젊은 작가들이 회화, 영상, 설치 등의 매체를 어떻게 다루는지보고 싶다면, 향후 열릴 개인전이 기대되는 작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전시를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미디어의 장>은서울대미술관에서 12월 4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정보보기: https://artlecture.com/project/view/id/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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