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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체류비용: 경계면에서 머무는 비오톱 | ARTLECTURE

우리가 몰랐던 체류비용: 경계면에서 머무는 비오톱

-김진아 비평글-

/Insight/
by 김미교
우리가 몰랐던 체류비용: 경계면에서 머무는 비오톱
-김진아 비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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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전시는 사이아트스페이스 중 쇼케이스형 전시공간인 사이아트큐브와 화이트큐브형 전시공간인 사이아트도큐먼트, 두개의 공간에서 2019년 봄, 단 5일 동안 한시적으로 이루어졌다. 드로잉 연작인 <방랑식물 243>을 한쪽 벽면에 공통적으로 전시한 각 공간에서 작가는 <땅, 땅, 땅>과 <방랑자의 농장>을 공중에 설치했다.

김진아 작가가 전시를 통해 구축한 한시적 생태계는 생명유지라는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어딘지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리고 이는 비오톱으로서 전시공간과 일상공간 같은 단절된 세계 사이를 잠시 연결한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자연이나 설치물을 통칭하는 비오톱은 본래 그리스어에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 혹은 영역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도시계획 용어이다. 비오톱은 현대 도심에서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인공/자연물이며, 특정 지역의 생태계에 기여하는 작은 생물서식공간이다. 인간중심의 도심 속에서 공원이나 작은 화단 등 곳곳에 형성되는 비오톱은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작은 거점 역할을 한다. 김진아 작가가 한시적이고 최소화한 생태계로 구축한 작품은 작은 거점이 되어 일상공간과 전시공간 사이를 왕래중인 관객들에게 그 간극의 영역-갭(gap)과 현재에 집중케 한다. 그리고 우리는  2번째 개인전 《Ground, up, ready》이 이루어진 사이아트스페이스에서 함께 전시된 <방랑자의 농장>과 <땅, 땅, 땅>을 비교하며, 관객이 일상공간과 전시공간의 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여러 방법론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사이아트스페이스 중 쇼케이스형 전시공간인 사이아트큐브와 화이트큐브형 전시공간인 사이아트도큐먼트, 두개의 공간에서 2019년 봄, 단 5일 동안 한시적으로 이루어졌다. 드로잉 연작인 <방랑식물 243>을 한쪽 벽면에 공통적으로 전시한 각 공간에서 작가는 <땅, 땅, 땅>과 <방랑자의 농장>을 공중에 설치했다. 

 

<방랑자의 농장(Farm of the wanderer)>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사물놀이 퍼포먼스 (2019) ⓒ김진아



관객이 작품과 먼저 마주치는 곳은 1층에 위치한 사이아트큐브이다. 다섯개의 강낭콩 덩굴의 뿌리를 품은 <땅, 땅, 땅>의 경우 작품과 관객, 전시공간과 일상공간은 그 사이를 가로막는 투명한 유리창을 중심으로 분리된다. 작품은 7 가닥의 와이어에 의존하여 공중에 설치되었고, 관객은 유리창 밖에서만 관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관객과 작품 사이를 가로막는 투명한 유리창은 하나의 면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시기간 동안 관객이 있는 야외는 실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광이 변화하며, 작품이 놓인 실내는 낮에는 자연광으로, 일몰 후에는 인공조명으로 공간의 환경이 유지된다.  <땅, 땅, 땅>이 연출한 상황은 이처럼 서로 상이한 환경을 드러내 실제로 두 공간은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투명한 동시에 단절성을 지니는 유리벽은 전시공간과 관객이 있는 실재공간을 분리하고, 관객이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땅,땅,땅(Thang Thang Thang)>, 드로잉, 암면, 식물, 설치 (2019) ⓒ김진아



지하 1층, 사이아트도큐먼트에 설치된 <방랑자의 농장>의 경우, 관객은 작가의 안내에 따라 최소한의 여건으로 부유하는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생장하고 있는 루꼴라나 민트 등의 식용허브들을 직접 만지고 뜯어 맛볼 수 있었다. 관객의 관람은 먹고 냄새맡는 일상의 행위와 특정한 맥락과 의미가 담긴 작품을 감상한다는 행위가 중첩되며, 관객이 머무는 전시장과 관객이 돌아가야하는 일상의 공간들 사이의 경계를 흩트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유하는 밭 Ver 1공중도시프로젝트>(2023)에서도 볼 수 있듯 일상과 비일상의 공간이 상호 침투하는 상황들을 제시한다.  

   


<부유하는 밭 (Floating Farm) ver.1>, FRP, EVA, 보리, 암면, 필터, 사건형 설치(Happened Installation), (2023) ⓒ김진아



이렇듯 작가는 상이한 두 공간의 간극에 집중을 유도함으로써, 동시에 두 세계 사이에서 작품과 작가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잠시 머무는 경계영역을 드러내고자 시도했다. 이는 2019년 겨울, 쓰시마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그녀의 세번째 개인전 《별과 밥 사이(星とご飯の間, Eyes on the stars, feet on the ground)》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상과 일상, 그 어느 한 곳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작품은 이상적인 정체성과 현실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있다. 작가의 고민은 대마도 전시에서 이상부터 현실까지의 스펙트럼을 다층적 레이어로 짚어내고 있다. 작가의 드로잉과 영상작품부터 아트센터 공간 곳곳에 설치된 오브제들, 그리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계란버터밥을 먹는 식사자리까지, 허락된 전시기간과 장소라는 한정성 안에서 작가는 식물, 작품 그리고 관객이 잠시 함께 머물며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이자 비오톱으로써 전시환경을 연출했다. 전시는 잠시 방문한 관객들을 작품에 담긴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2024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만들고 작업을 새로운 환경에 변주시키며 다양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영역들을 발굴해 선보일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을 통해 다각도의 미시적 관점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를 바라보고, 그 사이에 방황하는 우리의 처지를 위로받기를 기대한다. 



관련 작품 영상 링크

<부유하는 밭 Ver 1공중도시프로젝트>(2023) https://youtu.be/6rHjyk2FAzY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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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미교(독립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