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이라는 비교적 진부한 영화적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논하고 있지만, 복잡미묘한 주제들이 그 가벼울지 모르는 키워드를 보는 내내 압도해버린다. 영화는 숨겨져 있는 진실과 욕망을 잠재된 행위로 시각화하여 우리에게 어떤 ‘물음’을 던지지만,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무엇이 일탈이고 무엇이 근본 개념인가에 대한 물음에 다시 한 번 재고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어느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를 보며 구성원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주로 가족을 이야기하는 편인데, 신(scene)의 배경이 되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주는 공동체 생활을 사각 프레임에 자주 담아내는 특징이 있다. 언제나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들어오는 사각 프레임을 이토록 단정하게 다루는 감독이 있었나 할 정도로 시각적인 측면만 보았을 때는 ‘가족’이라는 주제와 함께 (영화적)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이지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180도 다르다 할 수 있다. 즉 안정된 프레임이 주는 여백과 삶의 구멍들이 우스꽝스럽기에 편안함을 안겨다 줄 수는 있지만, 뭔가 모를 불편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것은 감독의 냉철한 시각으로 되짚어 주는데, 극 중 시선은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는 현실 속의 아이러니이며, 우리 마음속 깊이 (꺼내지는 않지만) 묻어있는 욕망을 향한 극한 갈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주제와 안정된 프레임 속의 가치관과 개념이 겉으로는 함께 외줄을 타고 있는 모양새지만, 외줄을 벗어나 하늘과 낭떠러지라는 양극단도 함께 모색하고 있으니 그가 주는 시선의 모양새는 따뜻할지 모르나, 늘 (냉철하고) 서늘한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한편, 가족이라는 영화 제목과 키워드를 가지고 영화는 플레이되지만, 실상 이들 가족 구성원은 혈연구조가 아닌 그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세대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들은 통상적인 사회관념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기에 이들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하다. ‘무엇이 옮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들 상황이 주는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관습과 개념 그리고 도덕적 주체와 이탈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감독은 함께 되묻는다. (해답은 없이..)
‘가족’이라는 틀에서만 생각해봐도 그는 가족의 정의가 무엇이고 가치가 무엇인지 저울질하지 않고 이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이 주는 관계에 초점을 둔다. 즉 혈연에 의한 구성원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 구성원이라도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쉽게 구성되고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영화는 구조적인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관계의 충돌로 벌어지는 특정한 사건(그들에겐 추억)에 비중을 둔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들에게 특별했고 소중한 시간이 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사회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나요?’ 영화의 후반부에 이 대사는 이 모든 질문을 요약하듯 영화의 전반을 설명한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참으로 힘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일지 모른다. (묘사의 힘이 주는 텍스트와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단지 ‘하나의 대사’와 ‘대상 인물의 시선’ 처리만으로 그 함축적인 의미를 대신하고 있다. 비록 서사의 구멍들과 질문에 영화는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물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 해답은 개개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지만 (마치 서로의 개인사를 들추지 않고 어루만져주는 ‘어느 가족’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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