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에서 하는 전시는 대체로 재밌다. 홍대라는 특성과 공연, 영화, 전시를 아우르는 상상마당의 특성일지 모르겠지만, 시의적절하고 흥미를 끌 만한, 그리고 재밌는 전시를 곧잘 내놓는다. ‘그림 같은 집’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아이디어를 재해석해 공간을 꾸며놓고 그 안에 여러 작가의 작품을 배치한 전시이다.

<노연이, 세계 Ⅱ, 2017>
<그림 같은 집>
단순히 인테리어를 잘해놓은 집을 제시하는 걸 넘어 공간과 자연스럽게 조화된 작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집을 단순히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회사, 헬스장, 카페, 여행지 등으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집이라는 결론이자 지향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레이어드 홈_홈오피스+홈카페>
<박상희, 수영장, 2018> <박상희, 썬베드, 2018>
집과 회사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관련 시스템이나 프로그램들이 잘 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집에서 직장을 다니는 세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일이 잘되는 환경’을 집에서도 원하기 시작했고, 그리 넓지 않은 집에서도 일과 생활의 분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작품들은 출근도 퇴근도 없는 삶이 아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없는 삶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카페인 듯 집인 듯 회사인 듯 휴양지인 듯, 자신이 원하는 근무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그만큼 매력적인 일이 있을까?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집>
<정우재, Gleaming-Green day, 2016>
<김정민, where is red, 2016>
요즘 가장 핫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하나 고르라고 하면 플랜테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단순히 ‘식물을 기른다’는 생각을 넘어 ‘반려 식물’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게다가 공간에 어울리는 식물을 ‘배치’하는 것이 아닌 나의 습관과 생활, 집안의 환경에 ‘맞춰’가는 공존을 앞세우면서 집과 식물 그리고 개인의 관계도 재정립되고 있다. 전시도 그런 점을 의식한 듯하다. 자연에서 얻는 위안과 평화를 낭만적이고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과 우디한 느낌의 가구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공간에 들어가 있으면 잠시나마 바깥의 일은 잊게 된다. 김정민 작가의 <where is red>는 그 제목처럼 초록으로 가득 찬 이 공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플루언서 수박온니 & Sam의 방>
집의 개념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넓은 카페를 집이라고 하면 집이 되는 걸까? 아니면 캠핑카에서 살고 있으면 그것도 집이 될 수 있는 걸까? 과연 ‘집’이란 개념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며 어디서 끝나는 걸까?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면 거주하는 집이 아닌 대체 공간으로서의 집을 생각해보자. 일명 아지트다. 취향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방이 하나 있다면 나는 모든 소품을 나무와 구리 같은 소재로 만들고 그 위를 와인과 위스키로 가득 채우고 싶다. 취향을 위한 집, 트렌디한 인플루언서의 집, 집 같지 않은 집. 이 세 가지 집의 형태는 서로 다르지 않다. 모두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결국 ‘집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집이 집다워야 한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코로나19 이후의 세대, 이제는 그 틀을 깰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 책임을 우리는 떠안았다.
여기를 끝으로 전시는 우리에게 집의 기능과 형태를 넘어 집이 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에게 집은 무엇인가. 아직은 집에서 일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 나에게 집은 언젠가 돌고 돌아서라도 들어와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