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플레이스막은 4월 7일(토)부터 4월 28일(토)까지 이재헌 작가의 미발표작과 신작을 포함한 15여점의 회화로 구성된 밤의 진공 展을 연다. 미술의 다양한 매체들 중에 회화는 아마도 인간의 내면이 가장 잘 표현되는 매체일 것이다. 그 작품이 구상이든, 추상이든 또는 모노크롬이든 캔버스안에서 만들어진 선과 면, 그리고 오묘한 색감은 보는 이의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기도 하고 내면 깊숙한 곳에 알 수 없는 동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재헌 작가는 회화를 통해 동시대 우리가 가진 고민과 여러 감정들을 내밀하게 표현하고, 더 나아가 인간 실존에 대한 탐구를 꾸준하게 그리고 진지한 태도로 수행해 왔다. '그리고, 지우는' 반복적인 붓질은 그의 독특한 표현기법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의 특정 형상을 붓으로 지우는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지워진 형상을 만들어낸다. 지우는 행위를 통해 최초의 형태는 서서히 사라지지만 종국엔 역설적으로 강한 존재감으로 환원된다. 그의 반복적 붓질은 지워가며(부정) 동시에 채워가는 지양(aufheben)의 과정이다. 작가는 이러한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지워진 형태에 속성을 부여하려 한다. 그는 '붓질은 확신이고 지우는 것은 의심'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그리는 행위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지우는 행위는 인식된 세계에 대한 의심이다. 작가는 인식된 세계를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실존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각에 의존한 인간의 신체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지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밤' 그리고 부재의 공간인 '진공'을 세계의 본질이 존재하는 곳으로 규정한다. 작가가 말하는 '밤의 진공으로 향한 반복된 여행'은 암흑과 같은 세계를 더 자세히 보려 함이요, 밤의 진공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가진 고독, 허무, 두려움으로 점철된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규명하기 위함이다. 그는 시각이 아닌 내면의 감각으로 그 세계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표현하려고 하기 보다는 보이는 것을 지우면서 환원되는 그 본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한다. ■ 송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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