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개인전
2020. 9. 8 - 10. 6
아무개씨의 박물관
<낯. 선. 손>
짧은 찰나, 긴 호흡으로 오직 모델의 신체를 타고 흐르는 선에 집중한다.
몰입한 나의 시선을 타고 손이 호흡한다.
긴 호흡은 그리는 순간 동안 최고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숨 쉬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크로키의 선은 흐트러지면서 그 힘을 잃고 만다.
실내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5분 동안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5분 후 내쉬는 숨과 함께 몸을 푸는 듯 하더니 모델은 열정을 다해 다른 자세를 잡고, 근육의 움직임을 멈춘다.
그의 버팀과 열정이 치열한 일상 속 나를 닮았다.
울컥한 가슴을 쓰다듬듯 호흡을 삼키며 그린다.
걷잡을 수 없는 선, 멈추지 않는 손과의 사투처럼 격렬한 맥박이 뛴다.
감히 멈춰지지 않는다.
재빠른 시간 안에 누드를 그리는 것은 무뎌진 감각을 다시 끌어올려 준 기회였다.
누드는 겉치레와 같은 형식과 체면을 벗어버린 몸을,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점점 더 ‘사람'이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를 더 찾고 싶어진다.
다시, 5분의 크로키. 얽히고설킨 선들이 모였다 풀어진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 아무개씨
☆Donation:
<아무개씨의 박물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무개’인 너,나,우리의 일상과 기억을 채집하고, 예술 언어로 기록.전시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릴레이 전시를 하고, 작가와 함께 하는 기획 워크숍과 상설 워크숍 <아무개씨의 그림자극장> 을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