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중동작은미술관
기억의 재구성 Reconstruction of Memories
★허나영(미술비평)
마르셀 프루스트의 유명한 ‘마들렌’ 이야기에서처럼, 우리는 어떤 향기나 장면과 같은 작은 단서를 통해 과거의 기억이 밀려들어올 때가 있다. 기억은 분명 과거의 사건의 잔상이지만, 다시 밀려들어오는 순간 현재가 된다. 게다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사람바다 다르게 변형되기도 하니, 그저 과거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니 시간은 과거-현재-미래의 선형적 순서에 따라 흐르지 않는다.
중동의 시간도 그렇다. 일제강점기, 대전역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지역이고, 밤에도 불이 꺼질 줄 몰랐던 1970년대와 80년대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그곳에서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향수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 흔적들이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우리에게 또 다른 현재를 경험하게 한다.
아코디언 음악이 흘러나오는 화려한 간판의 카바레, 60년 전통의 식당, 오랜 시간동안 모은 서예와 동양화 액자, 오래된 기와, 한약거리의 한약냄새, 건어물 시장의 짭조름한 냄새 등등. 이 모든 것은 그저 화석이 되어 시간이 멈춘 유물이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중동 주민들과 상인들의 활기가 담겨있는 장소이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현재의 삶이 담겨있는 중동의 한켠에 중동작은미술관이 청춘다락 품 안에 있다. 젊은이들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실현되는 청춘다락은 젊은이가 적은 중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그 안의 중동작은미술관에서 중동의 기억을 현재에 다시 생각해보는 전시가 열린다.
2018년을 여는 1월부터 설이 있는 2월까지 열리는 <기억의 재구성>전은 2017 작은미술관조성 운영사업 일환의 기획공모를 통하여 선정되었다. 중동이라는 대전의 독특한 공간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공간의 파편을 한국화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권인경, 인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작은 골목을 유화로 표현하는 김정인 그리고 관람자에게 중동에 대한 기억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도와줄 미디어아트 그룹 크래커(Craker(김화슬, 김정훈))이다. 이 작가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중동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과 상인 그리고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보면서 중동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를 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저 여행자의 시선으로 구경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한 한 청년활동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중동을 예술로 이해해볼 수 있는 작은 시도가 될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중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건어물 시장, 한약거리, 인쇄거리, 윤락업소 그리고 50여년을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작품을 통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권인경, 숨겨둔 기억들, 순지에 수성흑연, 수성색연필, 아크릴, 41x31.9cm, 2018

김정인, 대전 중동 건어물간판, 시간,종이에 흑연, 17x25.5cm, 2018

Craker(김화슬, 김정훈), 반짝 마른 기억(shiny, dried memory)을 위한 드로잉,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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