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RTs’ 철학으로 확장한 경계 없는 예술행동
성백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openARTs(오픈아츠)’다. 정형화된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넘어 조각·회화·설치·행위예술은 물론 대지의 물성과 디지털 기술까지 경계 없이 수용하는 확장형 예술 철학을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부산을 거점으로 국내외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는 2000년 첫 행위예술 개인전 《나비를 기억하며…》에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인터넷 실시간 생중계를 도입하며 선구적인 실험성을 보여줬다.
이후 캠핑카로 개조된 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ARTsBUS’ 프로젝트를 통해 독일 베늘린 장벽, 폴란드, 체코, 시베리아 등 역사적 현장에서 반전과 경계 해체를 외치는 퍼포먼스 및 탁본 작업을 전개했다. 작가의 퍼포먼스는 찰나의 순간에 그치지 않고 전쟁, 분단, 기후위기 등 시대와 사회가 남긴 상처를 마주하며 이를 회복시키는 ‘예술행동’으로 이어져 왔다.
아울러 2008년부터 부산국제행위예술제 및 부산국제 openARTs 프로젝트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2016년부터는 'openARTs spaceMERGE?'를 운영하며 지역 전위예술 생태계를 다지는 기획자이자 현장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 왔다.
평론가 3인과 엄선한 ‘대표작 10선’과 다큐레이팅
이번 전시는 미술 평론가 김성헌, 김종기, 이혁발과 작가가 함께 논의해 선정한 ‘2000년 이후 성백의 대표작 10선’을 중심에 둔다.
<나비를 기억하며…> (2000): 한국 퍼포먼스 아트 역사에서 초기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과 전통 매체(한지, 먹), 신체 행위를 결합한 선구적 실험작이다.
유라시아 횡단 ‘ARTsBUS’ 프로젝트 연작: 부산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적 갈등 현장을 마주하며 국가와 이념의 경계를 허문 글로벌 예술행동 연작이다. 현장의 질감을 한지와 먹으로 남긴 탁본 작업을 병행했다.
<세이브 미얀마(Save Myanmar)> (2021):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인권 유린 현장에 연대하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과 함께 시대의 부름에 응답한 퍼포먼스다.
<Messenger_어머니의 바다> & <Messenger_아버지의 대지> (2025): 제주 협재해수욕장과 바리메오름을 무대로 신체와 자연 오브제를 결합해 생명과 치유의 미학을 시각화한 대지 예술 기반 작업이다.
전시 공간에서는 spaceMERGE? 고유의 ‘다큐-레이팅(DOCU-RATING: 다큐멘터리식 기록과 큐레이팅의 결합)’ 방식을 적용하여 퍼포먼스 현장 아카이브 영상과 비평가들의 텍스트를 함께 다룬다.
전시 첫날인 8월 13일 오후 5시에는 미술 평론가들과 작가가 참여하는 ‘비평가 &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성백 작가는 이번 아카이브전을 앞두고 "나에게 창작활동은 본인의 삶을 증명하는 강력한 알리바이"라며 창작활동이 시대를 기록해 온 본질적 이유였음을 강조했다.
전시명: 2026 올해의 Focus On 작가 선정 프로젝트
《성백 퍼포먼스 아카이브 展》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
비평가 & 아티스트 토크: 2026년 8월 13일(목) 오후 5:00
전시 기간: 2026년 8월 13일(목) ~ 8월 29일(토)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openARTs spaceMERGE?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동)
기획/주최: openARTs spaceMERGE?
후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문의: 051-527-8196
☆Donation:
윤윤상 Yoonsang Yoon
14인치 소형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88서울올림픽> 경기중계를 보면서 자란 유년시절을 지금도 떠올리곤 합니다. 경기장에 나부끼는 국기들과 애드벌룬 그리고 선수들의 유니폼 위에서 빛나던 엠블렘 장식들을 아빠가 가져다 준 전산지에 베껴 그리던 어두컴컴한 그 방과 허물어져 사라진 옛 집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줄리아 쿠렉 Julia Kurek
길거리, 폐허, 또는 한적한 공공 공간에 놓인 제 몸을 담은 영상과 사진은 인간이 고유성을 잃고 풍경의 일부이자 버려진 오브제로 전락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사람들이 마치 배경처럼 무심히 제 곁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을 물질의 순환 속 소멸과 재생의 과정에 새겨 넣으려는 시도입니다.
이렇게 제 몸은 기능을 잃고 일상의 지도에서 사라진 채 단편적으로만 남은 건축물의 운명과 공명합니다.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여섯 장의 사진 중 두 장은 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한 장에는 풍경 속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온전히 녹아 누워 있는 제가, 다른 한 장에는 솔잎에 얽힌 머리카락과 더러움이 묻은 얼굴 일부가 클로즈업되어 있습니다. 평소엔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을 강조해, 그 한 컷이 전체 경험을 응축하는 힘을 드러냅니다. 나머지 네 장은 공사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찢긴 철망을 집중적으로 포착했습니다. 대개 무심히 지나치는 이 작은 파편들이 화면에 담김으로써 사소해 보이는 것에 눈길을 돌렸을 때 비로소 발견되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웁니다.
얼굴의 파편과 철망 사진은 모두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치는가’에 대한 인식의 선택성을 묻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주의 깊음과 존재의 자격을 다루며, 몸은 폐허처럼 덧없음을 증명하며 존재와 소멸 사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잔재의 미학은 여전히 연약하고 억눌린 채 존재하는 개인의 실존적 경험과 얽혀 있습니다.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가시성과 기억의 이야기입니다.
Videos and photographs showing my body placed in public space – on the street, in deserted areas, or among ruins – depict situations in which a human being loses uniqueness and is reduced to the role of an object, an abandoned element of the landscape. In some recordings, passers-by walk past me indifferently, as if the body were part of the scenery – one of the worthless remnants of everyday life.
However, the works are not merely a critical commentary. They are also an attempt to inscribe the body into the circulation of matter, into the process of disappearance and renewal. Here, the body resonates with the fate of architecture – places that have lost their function and have been erased from the map of everyday life, yet still exist, though only in fragmentary form.
The videos are complemented by six photographs. Two depict me. In one, I lie inscribed into the landscape in a way similar to film frames. The other focuses on a fragment of a dirty face, hair entangled with pine needles. This framing emphasizes the perspective of detail – a fragment that usually goes unnoticed, and yet has the power to condense the entirety of experience.
The remaining four photographs focus on the detail of a torn mesh, such as one often seen fencing off a construction site. These fragments, usually passed by and ignored, have been captured in the frame to remind us that sometimes it is worth focusing our gaze on what seems insignificant, in order to discover a new quality within it.
Both the fragment of the face and the photographs of the mesh lead to reflections on the selectivity of perception – on what we notice and what we overlook. The project touches on questions of attentiveness and awareness of who or what deserves presence. The body, like the ruins, becomes a sign of transience – suspended between being and vanishing.
The aesthetics of the remnant intertwine here with the existential experience of the individual: of what is fragile, repressed, and yet still present. It is a story about visibility and memory – about that which endures, even though it seems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