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한민국 –2025년 6월 26일부터 8월 17일까지, 포항 동빈문화창고1969(구 수협 냉동창고)에서 국내외 8인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전시 〈사이의 숨결 Breath Between〉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산업도시 포항이라는 지역적 맥락 속에서, 기술과 생태,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비물질이 교차하는 ‘사이’의 공간과 감각을 포착하는 시각예술 프로젝트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부터 회화, 조형, 사운드,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들은 세계와 존재를 구성하는 경계의 흐름과 여운을 시각화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기욤 마르맹(Guillaume Marmin)은 파리 뫼동 천문대와 그르노블 행성 천체 물리 연구소와 협업한 몰입형 설치작품 〈Oh Lord〉를 선보인다. 이 작품에는 20세기 초 프랑스 천문학자 베르나르 리요(Bernard Lyot)가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라는 장비를 개발하여 촬영한 초창기 태양 이미지부터 NASA의 고해상도 실시간 영상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는 태양 관측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15,000여 장의 태양 이미지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정리하여 시청각 언어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과학, 시간, 빛의 층위가 교차하는 장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우주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안효찬은 조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 문명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모순된 구조와 감정을 드러낸다. 그의 대표 연작 〈생산적 미완〉은 건설 현장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위에 동물 형상을 얹어, 무언가를 짓고 버티는 노동과 그 바탕에 깔린 희생의 메커니즘을 은유한다. 그의 작업은 구축과 붕괴, 희생과 보상, 욕망과 결핍이 맞물리는 비극적 풍경을 조형적 언어로 포착한다. 본 전시에서는 <생산적 미완> 시리즈의 2025년 최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전형산은 ‘비음악적 소리’를 예술의 매체로 확장하며, 소리와 공간, 관람자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탐색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배타적 이접들#2; 바람의 속삭임 (wish)〉은 삼국유사의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모티브로, 16개의 움직이는 스피커와 안테나로 구성된 소리 설치 작품이다. 기계적 움직임과 비가시적 사운드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그 간섭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관람자는 소리의 흐름 속에서 익명성과 주체감의 혼란, 감각의 겹침을 체험하게 된다.
정성윤은 기계 구조와 비기능적 조형을 통해 인간 욕망과 질서, 소멸의 순환을 조형화해온 작가다.이번 전시에서 그는 회전, 압력, 팽창, 복원력 등 역학적 움직임을 매개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Milky Way》, 《VLS》, 《Self-discipline》, 《Love Letter》 등 네 작품은 긴장과 균형, 질서와 유동성 사이의 감각적 지형을 드러낸다. 기계의 형태를 통해 물리적 힘과 심리적 감각이 교차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포착한다.
김다정은 이미지의 편집과 회화적 재조합을 통해 감각의 흐름과 시간의 단면을 화면에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동 생성된 언어 구조와 과거 작업의 드로잉을 재조합한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 코팅과 갈아내기 등의 반복적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의도와 우연 사이의 긴장감을 ‘정지된 랠리’처럼 응축시킨다. 감정과 감각, 충돌의 흔적은 화면 속 다층적 레이어로 남아 관람자에게 미세한 시간의 감각을 환기시킨다.
강승우는 디지털 환경의 관음성과 무의식적 데이터 축적에 주목하여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충돌, 왜곡된 기억과 감정의 파편을 디지털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품 〈Rear Window〉는 히치콕 영화에서 착안해, 구글 이미지 검색 화면을 창문처럼 구성함으로써 관음과 감시의 구조를 재현한다.관람자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그 구조 안에 개입된 존재로 위치하게 된다.
윤인선은 디지털 이미지 환경에서 감각의 흐름을 분절하고 ‘지금, 여기’를 자각하게 만드는 작업을 전개한다. 《오토파일럿 내보내기》와 《트랜스》 연작은 자동화된 인지와 무의식의 작동을 시각화하며, 감각의 틈을 불러낸다. 반복, 셔플, 덮어쓰기의 이미지 구조는 디지털 세계의 무의식 루프 안에서 자아와 감각이 중지되는 ‘트랜스’의 순간을 예술적 인터페이스로 풀어낸다.
황선정은 포스트휴머니즘과 신기술, 생태계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현대미술 작가이자 뉴미디어 작곡가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Conscious Rhythms〉은 버섯 채집과 생태적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설치작업으로, 인간과 자연, 기술이 얽혀 형성된 데이터 생태계를 시각화한다. 실제 채집한 자연 데이터를 3D 스캔으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물리적 자원과 데이터의 흐름, 자연과 인공 사이의 경계를 환기시킨다.
〈사이의 숨결 Breath Between〉은 예술·음악·기술 플랫폼 PRECTXE(프렉티스)를 운영하는 LAAF가 주최·주관하고, 포항문화재단의 협력으로 개최된다. 2024년 개최된 〈HYPER NATURE〉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포항 기획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 전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특히 올해는 국가 산업 단지 도시와 인구 감소 지역에 초점을 맞춘 전시 프로젝트로 주목된다.
전시는 6월 25일(수) 오프닝 세레모니를 시작으로, 46일간 포항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포항문화재단과 <사이의 숨결> 공식 홈페이지 및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이의 숨결〉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감지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감각의 여운과 흐름을 예술적으로 환기시키는 시도다. 산업과 자연, 인간과 기술이 교차하는 도시 포항에서, 세계와 나 사이를 오가는 미세한 ‘숨결’을 함께 호흡해보자.
참여 작가: 강승우, 기욤 마르맹(Guillaume Marmin, FR), 김다정, 안효찬, 윤인선, 전형산, 정성윤, 황선정
주최·주관: 라프(LAAF)
기획: PRECTXE(프렉티스)
협력: 포항문화재단
협찬: 삼아사운드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Donation: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