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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가까운 미래를 집에서 엿보는 방법 | ARTLECTURE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가까운 미래를 집에서 엿보는 방법


/Art & Preview/
by 김나연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가까운 미래를 집에서 엿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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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국립현대미술관은 2024년 1월 9일 언론공개회를 열어 미술관 2024-2026년 중기 운영방향 및 주요 사업과 2024년 전시 계획을 발표하였다. 언론공개회 하루 전날인 1월 8일, 해당 발표와 관련된 압축적인 보도자료가 국립현대미술관 웹 페이지 상에 공개되어 있다. 이 언론을 향해 열린 보도자료를 활용해 관람자는 한 해의 계획된 전시와 미술관의 운영 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언론 보도용 자료를 열람하며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운영 계획 중 주목할 말한 주제와 내용을 함께 살핀다. 미술관의 언론을 향해 열린 정보들을 읽는 것은 미술관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게 해줄까?

파사드의 다른 면으로 접속하기: 미술관의 다가오는 전시와 계획에 대한 접근성


국립현대미술관(MMCA) 홈페이지의 보도자료섹션



국공립 미술관들은 홍보와 대중 공개 목적으로 보도자료를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경우 매년 초 언론공개회를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2월 중 열리는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해의 운영 방향과 전시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보도 자료들은 모두 미술관 웹페이지 상 보도자료카테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들은 언론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자료이지만, 누구나 웹상 접속을 통해 열람 및 다운로드 가능하다. 공식적인 언론이 아니거나, 관련 미술계 관계자가 아니어도 공공성을 표방하는 국공립 미술관의 전시나 중핵이 되는 방향 계획은 그것을 알아갈 접근과 권한이 열려 있는 것이다.

 

미술관이 미디어를 활용해 전시와 미술관 소식을 전하는 방식은 일종의 파사드(Façade)와 같이 작동한다. 건축물의 얼굴로 비유되는 파사드는 주로 주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부의 외벽 전체를 뜻한다. 파사드는 건축물의 시각적 정체성이 되는 동시에 출입하는 이들에게 건물의 첫인상을 남기는 주요한 건축 요소이다. SNS를 활용한 홍보가 활발해진 오늘날, 미술관은 말 그대로 건물 정면부 파사드에 전시와 관련된 배너를 거는 일만큼 자신들의 공식계정에 포스팅을 올리는 일을 중요시한다. 이 미술관의 공식 계정은 미디어 사용자들이자 잠재적 관람객들을 유도하는 미술관의 또 다른 차원의 파사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잠재적 관람자인 불특정 다수에게 미디어상으로 도달된 내용들은 대부분 미술관이 자신들의 정체성, 효율적인 미술관 소식 전달, 방문 유도 등에 대한 고려를 종합한 편집 작업을 거친 2차 가공 홍보물들이 되는 것이다. 받아보는 이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읽기 쉽고,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가공된 해당 포스팅들은 통일된 디자인에 쉬운 가독성으로 미술관의 소식을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파사드로서 우리에게 정면 모습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그 글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을 고정한 채로 전달해 주는 내용들은 입방체의 미술관의 여러 입면 중 전면부 만을 조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면을 가진 입방체의 다른 모습을 알기 위해선 정면 중심의 파사드 대신, 약간 각도를 틀어 다른 쪽문을 찾아 입장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미술관의 쪽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 각도 틀기, 파사드 옆면으로의 접속이 바로 이 언론 홍보용 보도자료들이다. 202418일에 공개된 국립현대미술관 2024-26 중기 운영방향 및 2024년 전시 계획 공개자료의 첫 페이지를 살펴보면, 해당 보도자료의 담당 부서는 학예연구실, 기획 운영단이며, 주관 부서는 홍보고객과임을 알 수 있다. 이 자료의 콘텐츠를 작성한 사람들은 학예 인력, 기획자들이며 그를 배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홍보고객과라는 이야기다. 즉 이 문서의 적힌 내용은 홍보형 포스팅을 목적으로 분량상 제한을 가진 채 문장이 편집되기 이전의 내용들, 혹은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포스팅 내용에서는 언급된 적 없이 누락되어 온 정보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서 접하는 콘텐츠들을 기획한 이들을 알 수 있게 된다. 특히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최종 홍보용 페이지에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에 대한 정보를 누락하는데, 해당 자료에서는 예정인 전시를 담당 및 기획한 큐레이터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도 자료들은 관람객의 시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면으로만 고정되어 다가오는 미술관으로부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관의 웹 페이지에 접속해 그 속을 조금만 유영하면 생각보다 우리가 즐겨 찾는 미술관을 다른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언론을 향해 열린 정보들을 관람자인 우리가 미술관을 둘러싼 감상과 이해에 색다르게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의 2024년 전시 계획과 2026년까지의 미술관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 글에서는 2024년 한 해의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들과 26년까지의 운영 계획 중 필자가 주목하는 흥미로운 주제와 이슈를 하나씩 살피며 이야기를 덧붙여보고자 한다.

 

포커스 1: 서울관에서 열리는 서울 조경, 도시 경관의 기억 - 한국 최초의 조경 여성가 정영선 회고전


정영선, 여의도샛강생태공원, 1997-2007 @정지현


국문조경가 정영선(가제)

영문: Jung Young Sun, Landscape Architect(TBD)

일정/장소: 4월 - 9월 서울

참여작가정영선

담당자이지회 학예연구사


해당 전시는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이자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1941~)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다. 1980년대부터 올림픽미술관 및 조각공원, 대전엑스포공원, 여의도샛강공원, 선유도공원 등 국가, 지역, 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고, 동시에 서울관 특색에 맞는 현장 작업을 커미션(commission)하여 정영선의 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한다. 작가가 주창해 온 조경가의 예술가적 자질에 기반한 장소맥락적 연구, 기능과 조형의 조화, 자연계에 내재하는 생태적 질서에 부응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조경을 시각예술이자 종합과학예술의 한 분야로 조망해 본다. 또한, 조경 특유의 시간성, 치유적 속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사회문화적 영향, 다양한 협업의 사례들을 연결하고자 한다.

 

지난해 10, 해당 개인전을 기획한 이지회 큐레이터는 해당 개인전을 준비하며 발표한 연구 내용의 일부를 해외 연구자 리뷰 플랫폼 ‘Doc Talks’에서 발표하였다.1) 그의 발표에 따르면 정영선은 서울의 주요 물길인 한강과 그 주변 생물권을 회복한 주역으로, 1980년대 이후 전국적인 도시 기반 시설을 구축함에 있어 생태 보호적 요소를 개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영선은 한강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1997)과 선유도 공원(1999-2002) 등을 통해 식민지 이전 생물권, 잃어버린 생태계를 다시 발굴하는 작업을 일생에 걸쳐 전개해 온 조경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야에서 해당 전시는 정영선이 국내 최초 여성 조경가라는 점에 인물로부터 조명하고자 하는 기획상의 출발점을 명확히 설정하였고 대형 국립미술관에서의 회고전이 갖는 힘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계획된 해당 개인 회고전은 최초로 대지 조경(landscape architect)이 시각 예술의 영역으로 선보이는 전시라는 점이 보도자료에서도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역의 갈래를 교차해 가져오는 경우 중 처음 되는 시도가 될 것을 전시의 효과로 기대한 것으로 읽힌다.

 

더불어서 재밌게 살펴볼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건축을 주제로 다룬 전시들은 대부분 과천관에서 진행되어 왔는데, 해당 전시는 과천관이 아닌 서울관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개의 분관 중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을 심화 집중적으로 다루는 서울관의 특징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정영선은 무엇보다 현대 서울 도시의 공적 역사와 풍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 볼만 하다. 이 점에서 그가 커미션 작업의 서울관 설치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라는 장소의 맥락과 풍경의 어떻게 개입할지 상상해보는 것도 먼저 알게 된 해당 내용들을 통해 여러 기대를 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경가, 건축가의 과거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전시장으로 불러와 설치할 것인가의 문제를 실제 전시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그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미술의 문법에 대응시켜 말하자면, 일종의 장소특정적(site-specific)’ 미술이다. 이러한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들은 당연하게도 장소가 곧 작품이기에 그 작품을 미술관이라는 건물 내부, 전시 현장에 그대로 데려올 수 없다. 그러므로 이때 이전 프로젝트들을 전시 안으로 불러오는 전시 구성과 설치의 방법들이 필요로 하는데, 이 설치의 문제는 전시의 문제의식과 대응하며 정교하게 고안될 필요를 요구하는 영역이다. 만약 해당 전시에서 그가 작업한 민간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와 문서, 사진 아카이빙의 형식만으로 그의 프로젝트들이 제시된다면, 이는 여성 조경가를 시각 예술 기관에서 최초로 소개한다는 기획의 고유성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아쉬운 전시가 될 것이다. 조경가의 식민지 이전의 서울 생태로의 복원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구축해 낸 그만의 건축적 세계가 전시의 형식 안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소개될지, 전시 안에서의 서사 전개와 함께 큐레이터의 현장 설치에 대한 감각을 추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전시라고 생각된다.

 

포커스 2: 에콜로지 플랫폼(ecology platform) 실천

국립현대미술관이 밝힌 2024-263개년 중기 계획은 다음의 6가지 핵심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 기반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 ‘국제미술작품 수집 대폭 강화’, ‘MMCA 리서치 펠로우십을 추진하고, ‘지능형 미술관 시스템’, ‘무장애 미술관, 모두의 미술관’, ‘에콜로지 플랫폼’. 이 중 마지막 계획, 미술관을 생태학적 플랫폼으로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미술관 문화를 조성하고 탄소 저감 및 관리 등을 실천한다는 계획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사회 공적 역할을 수행할 책임을 갖고 있으며 해당 책임에는 환경과 생태에 관한 적극적 고려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오늘날의 모든 미술관은 지속가능한 생태학적 뮤지엄으로의 실천이 고려를 넘어 일부 의무화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관련하여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에서는 유엔(UN)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에 함께하는 미술관 실천 툴킷(Toolkit)을 개발하여 전 세계의 미술관들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2) 해당 툴킷 웹 사이트를 살펴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컨설턴트, 관련한 도서 목록, 참고할 만한 프로젝트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제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뮤지엄의 생태학적 실천이 추상적으로만 목표화되지 않고, 각 뮤지엄이 놓인 자신의 환경과 조건적 요건에 맞는 실질적인 실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으로서 기능한다. 이렇게 툴킷이 기관을 향한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카테고리화한 것을 두고 생각해 보자면,  뮤지엄의 생태학적 전환 혹은 지속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큰 단위의 목표를 세분화하여 해당 기관이 현재 실현 가능한 구체적 지침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에콜로지 플랫폼으로서 실천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떠한 구체적 행동과 실천 계획을 밝혔는가? 국립현대미술관을 몇 개년에 걸쳐 방문해 온 이들이라면, 팬데믹 때부터 예약과 티켓 발권 시스템상의 변화를 느껴왔을 것이다. 물론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활성화된 것은 맞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 구축된 해당 시스템을 실물 종이 티켓 발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환해 활용해 왔다. 이에 관해 해당 자료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스마트 검표 시스템, QR 관람권, QR 리플렛을 도입함과 동시에, 전시 조성에 있어 3R(Reduce, Recycle, Reuse) 방향에 따라 전시 조성물의 재사용 등 탄소 저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음을 밝혔다. 이는 입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이 종이 발권 외 QR 티켓의 옵션을 더하였고 이것이 상대적으로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동시에 개별 전시실 입구마다 QR 기계들을 마련한 뒤 20233월부터 통합권 외에도 전시 별 개별 관람권 판매를 시작한 것 역시 사실이다. QR 티켓을 도입한 선택에는 오로지 자원 사용을 절약하기 위한 이유만이 전부인 것이 아니라, 뮤지엄의 디지털화, 개별 통합권을 통한 수익률의 긍정적 변화 기대, 발권 과정의 생략을 통한 관람자 편의성 등의 다중의 이유가 연계되어 있을 것이다.

 

미술관은 가령 생태학적으로 바람직한 플랫폼을 지향한다 할지라도 생태만을 위한 이유로 어떠한 선택을 실행하기 어렵다. 지향하는 바와 실제 운영하는 것 사이에 다양한 불가능과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미술관 또한 마찬가지일 터이다. 더불어 그 선택과 실천 내용들은 관계자가 아닌 외부 관람자의 입장에서 가시화될 만큼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행해왔다는 전시 조성물의 재사용의 측면과 관련하여 우리는 실질적으로 미술관이 어떤 종류의 폐기물을 얼만큼 재사용 및 재활용하였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사용하는 일은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과정 중의 작은 실천들은 현장의 실무자들이 아닌 이상 관람자인 우리와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추후 미술관이 실천해 온 재사용, 재활용 실천들에 대한 현장 실무의 기록을 별도의 채널을 통해 가시화하고 그 기록을 누적하여 공개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내부 관계자 아닌 외부 관람자 역시도 미술관이 지향하는 생태적 가치를 보다 이해할 수 있고, 미술관의 뜻과 함께하는 일을 선뜻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탄소관리플랫폼시스템을 2025년까지 구축 완료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탄소 감축을 목표로 실천하겠다 밝혔다. 현재 탄소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수요에 따라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체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미술관과 미술관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여 적합한 솔루션을 진행하는 외부 플랫폼이 특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해당 목표 역시 내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여러 자문을 통해 현실성을 바탕에 둔 이해와 로드맵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MMCA 런 디토(Run Ditto)’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관람자들이 미술관을 걸어오기를 독려하고, 런 포인트만큼 나무 심기에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2024년 상반기와 하반기, 2회 진행할 예정이다. 관람 후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업로드 하는 등의 일상적인 열린 이벤트를 제외하고서 관람자들이 능동적 관람으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특색 있는 기획을 특별히 찾아보기 어려웠던 국립현대미술관이기에 해당 기획은 눈여겨볼 만한 하다. 구체적인 캠페인 참여 방법과 일정은 아직이지만, 아직 국내 시각예술 분야에선 친환경이라는 표어 아래 제시되는 열린 캠페인들이 거의 보기 드문 만큼 미술관이 기획하는 바가 하나의 관람 문화로서 유효한 지속을 이어 가길 바란다.

 

미술관의 현재는 여러 입구를 가진다

취미 혹은 여가로서 미술관으로 전시를 보러 가는 일에는 동인(動因)과 동기가 필요하다. 얼마 없는 휴일, 혹은 이틀뿐인 소중한 주말에 미술관을 방문하게 만드는 동기는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술관은 관람자에게 그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식과 정보들을 각종 미디어의 망을 통해 전달하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과 방식을 고안한다. 이것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도자료와 언론 공개 행사를 주관하는 부서가 홍보고객과인 이유와 연결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미술관의 전달은 단방향의 고정된 각도를 가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정면만을 향해 전달되는 일정한 톤의 미술관 소식들은 어느 순간 잠재적 관람자들의 동기로 작동하는데 있어서 점차 그 힘이 무뎌진다. 그러므로 미술관은 여러 입면과 입구를 가졌다는 사실은 여러 번 반복해 떠올려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관람객에게도, 미술관과 전시를 만들어가는 이들 모두에게 말이다. 다면의 입방체이자 크고 작은 여러 문을 가진 공공의 미술관, 그 마당으로 모여드는 참여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는 누군가에게는 더더욱 생각을 더해 볼 사실이다.

 

따라서 이 글은 미술관의 웹 상 보도자료로의 열린 접근성을 활용하여 미술관을 다른 각도에서 (건드려)볼 수 있는 약간의 힌트를 제공해 보고자 하였다. 그 힌트가 바로 보도자료라는 미술관의 옆구리이며, 공개된 최신의 보도 자료를 함께 읽으며 그에 각주를 달 듯 이야기를 덧붙여보았다. 이렇게 관람 전 근미래의 미술관의 계획을 살짝 엿보며 수다를 떨어보는 일은 다른 종류의 관람 동인이 되어 전시라는 사건을 기다리게 한다. 동시에 과거에 발표된 미술관의 계획을 지금의 현재의 미술관과 비교해보는 것 역시 꽤 재밌는 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023년 초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세운 계획과 실제로 우리가 경험한 미술관의 2023년은 무엇이 다른가? 미술관이 과거에 전망했던 저 미래는 현재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이 질문들이 궁금하다면 잠시 웹 페이지에 접속해 저 깔끔한 공무원 템플릿의 자료들을 열어보면 된다. 여러 시간대의 미술관을 직접 비교하다 보면 미술관의 안팎을 잇는 여러 입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과 같은 입구, 같은 방향의 익숙한 관람 역시 좋은 것이다. 다만 내가 여러 입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과 오직 하나만의 출입구만을 알고 있기에 그쪽으로만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많은 입구를 거쳐보아야, 나는 이것의 어느 면을 보고 좋아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집에서, 책상에 앉아, 완벽한 제자리에서 웹 페이지를 유영하며 다른 방향의 입구로 미술관에 들러 보시라 넌지시 제안하는 바다.


각주

1) Doc Talks는 건축사와 이론, 풍경과 도시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동료 리뷰를 주고 받는 기관 간 상호 플랫폼이다. 이지회 큐레이터의 발표에 관한 짧은 소개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Jihoi Lee, “Designing River Islands: Recuperating Biosphere Along the Han Riverhttps://doctalks.net/23-October-2023-Wetzel-Jihoi-Lee_DocTalks-x-MoMA

2)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홈페이지 중 툴킷(toolkit)’에 대한 페이지.

https://cimam.org/sustainability-and-ecology-museum-practice/httpscimamorgsustainability-and-ecology-museum-practicecimams-toolkit-on-environmental-sustain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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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나연_미술을 둘러싼 말과 글, 작업의 자리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