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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we do is music. | ARTLECTURE

Everything we do is music.


/The Performance/
by 김진주
Everything we do is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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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참 좋아하는 구체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구체음악은 전통적으로 음악의 재료가 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자연적 음향들을 음악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 음악입니다.

구체음악이라는 단어는 전자음악사나 실험음악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사실 접할 일이 없는 단어이자 음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사운드스케이프나 여러 사운드아트 작품들을 소개하며 듣다라는 행위에 대해 환기하고 듣고 있는 것들혹은 들리는 것들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구체음악이야말로 듣다라는 행위에서 연결되는 감각적, 인지적 확장이 망라되어 정수를 이루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구체음악의 정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구체음악은 전통적으로 음악의 재료가 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자연적 음향들을 음악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 음악입니다. ‘구체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지각할 수 있는 형태나 성질을 갖춘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포함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녹음하고, 녹음한 소리를 변형, 합성 등의 가공을 거친 후 소리 객체들을 구성하여 음악을 완성합니다.


정의한 내용을 통해 구체음악이 시도될 수 있었던 중요한 2가지 요소를 발견해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녹음입니다. 일회적으로 발생하고 사라져버리는 소리들을 녹음하고 다시 들을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지각방식에 변화를 겪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예술 방식을 가능케 했습니다.


두 번째는 비악기적 소리를 음악의 재료로 받아들인 생각의 변화입니다. 현재는 노이즈를 활용한 음악들, 컴퓨터와 전자악기를 활용한 음악들을 향유하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받아들이기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9세 말 악기적 소음에 대한 탐구부터 20세기 초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시도와 외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다양한 음악들이, 그리고 구체음악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 비악기적 음을 악음과 같이 예술적 처리의 대상으로 본다는 생각의 전환을 매우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소리로 열리는 감상의 공간 속에서 논리를 추구하는 생각들이 무너지고 다양한 상상으로 채워지는 것이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 어딘가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 사고의 전환과 더불어 여러 예술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지금의 음악의 개념을 가능하게 했던 아티스트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구체음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

 

 

 

루이지 루솔로는 이탈리아의 화가 겸 작곡가로 20세기 초 미래파로 활동하며 소음의 예술이라는 선언문을 통해 소음을 음악재료로 포함시키는 미학적,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루솔로는 소음을 음악에 사용하기 위해 ‘Intonarumori’라는 악기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악기를 통해 여러 소음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핸들을 돌림으로 소음을 전조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대포소리, 사이렌, 배수관, 기중기소리 등 루솔로는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소음들을 구성하여 27개의 소음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기에 이르렀고, 연주회 또한 3차례나 열었습니다. 당시 참석했던 스트라빈스키, 라벨 등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화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음을 음악의 재료로 적극적으로 사용한 루솔로는 당시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상에 편입되어지는 환경적 소음 또한 주목하며 소음의 예술의 추상적 요소로서의 가치를 주장합니다.

 

 

불협화가 없다면,

그리고 우리의 귀가

현대적 삶의 빠르고 강력한 소음들의 복잡함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음악이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L’arte dei rumori”의 일부.

 

 

 

루솔로의 소음음악은 구체음악 등장 이전에 새로운 소리에 대한 음악적 시도로서 매우 선구적인 작업이었고, 이 후 존 케이지나 피에르 쉐퍼의 음악적 시도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Luigi Russolo and his assistant Ugo Piatti in his studio with the intonarumori (noise machines),

Milan, 1914-1915 출처. artsy.net




위 그림은 루이지 루솔로의 작업실에서 악기와 그의 어시스트 우고 피아티(Ugo Piatti)의 모습이 담긴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영상은 2012년 포르투갈의 미술관에서 재현된 ‘Intonarumori’를 전시한 현장 영상으로, 루솔로가 제시하는 소음으로 인한 풍부한 음향적 감성에 대해 교감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소음이 갖는 음향적 특질에 대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작업이 많은데, 우리의 시도가 가능했던 그 시작을 다시 살펴보니, 현재에 익숙해져버린 노이즈를 활용한 작업에 대한 환기와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경험 또한 얻게 됩니다.

 

 





존 케이지(John Cage)

 

 

 

존 케이지도 구체음악을 작곡했었지만, 사실 그는 구체음악보다는 우연성 음악으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소리 사용하기가 매우 획기적이었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존 케이지를 떠올리면 포기하기의식하기’, 2가지가 떠오릅니다. 존 케이지는 기존의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의 작곡행위를 포기하라고, 기존의 적극적인 청취를 포기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의식할 때 얻게 되는 예술적 만족감에 대해, 또 다른 음악적 경험에 대해 제안합니다.


 


존 케이지와 prepared piano.




위 사진에 보이는 prepared piano는 새로운 소리를 위한 그의 첫 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아노 현에 고무나 금속성의 재료들을 끼워놓아 연주함으로 피아노의 음색을 바꾸어 새로운 소리를 찾기 시작했고, 새로운 소리를 연주하기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기존 악기의 전통적인 주법으로만 연주하는 것에서 벗어나 악기를 변형하고 다양한 주법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도들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기의 변형뿐만 아니라 조개껍질, 통조림 통, 라디오 등 소리의 발원체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음악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요. 그의 가장 놀라운 음악의 재료는 침묵입니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독주곡, “4‘33”. 연주자가 등장하고 433초동안 TACET를 연주하고, 다시 말해 침묵을 연주하고 퇴장합니다. 모든 청중의 기대를 한껏 집중시키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요. 당신의 그 적극적인 듣기를 바로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의식하는데 써보기를, 그는 제안합니다. 그리고 작곡자가 인위적인 질서를 부여한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청자가 곧 자신이 들은 것에 의미가 부여하며 스스로 작곡자가 되는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의 작곡자에 개념 또한 뒤집습니다. 그는 이렇게 개인이 예술의 적극적인 향유자로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자신이 상상하는 소리와 이미지, 이야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Everything we do is music”

-John Cage




John Cage, 4’33 악보



John Cage, First Construction in metal, 1939, 연주 영상, 2015




피에르 쉐퍼(Pierre Schaeffer)

그리고 Musique concrète

 

 

피에르 쉐퍼는 구체음악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케이지가 있는 그대로의 소리들을 사용했다면, 쉐퍼는 소리를 녹음하고 조작적으로 사용하며, 다양한 소리들을 작곡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녹음된 소리들을 소리 객체로 명명하고 이 객체들을 기술이 허락하는 한에서 변화시키며 음악의 재료로서 사용하고 음악을 구성하는 것이죠. 이로써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소리 객체 자체의 존재와 의미에 집중하게 만들며, 음향적 특질 그 자체와 소리 재료로서 사고하기를 이끕니다. 그리고 그는 소리 객체들을 탈문맥화하여 소리 그 자체로 들을 때, 청각적 경험이 시공간을 다르게 지각하게 되는 경험으로 확장되고, 소리 재료의 구체성이 그 구체성을 버리고 추상적인 것이 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 이미 알고 있는 어떤 소리에 추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쉐퍼의 저서를 보면 소리 작업에 대해 기본 원칙 3가지를 세워뒀는데요.

 

 

첫째, 청각에 우선권을 줄 것.

둘째, 전자음원을 배제하고 acoustic 음원을 택할 것.

셋째, 새로운 어법을 연구할 것, 청중과 음악가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음악구조를 연구할 것.


 

그리고 이 원칙들을 고수하기 위해 실천사항 또한 정리합니다.



 

- 각종 소리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듣는 법을 새로이 배울 것.

- 음 소재를 고안해 낼 것.

- 종래의 방법과 달리 실제적인 소리 구현에 중점을 둘 것.

- 음악적 소재를 만들 것.

- 마이크, 필터 등을 갖고 소리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익힐 것.

- 작품을 구상하기 전에 습작을 반드시 만들어 볼 것.

-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에 임할 것.


 

놀랐습니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중견의 아티스트가 책을 출간한 당시는 1966. 이 때도 그는 끊임없이 시간을 들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감각을 항상 깨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보게 되어 제 자신에게는 뜨거움을 안겨준 놀라움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비단 구체음악가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추상적인 것들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창의적인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모든 아티스트들에게도 중요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시작한 이 움직임은 독일, 미국까지 나아갑니다. 당시 세계 2차 대전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예술가들이 많았는데 새로운 땅에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펼치며 Musique ConcrèteTape recorder music, 줄여서 Tape Music으로 일컬어지며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시도들이 이어집니다.




피에르 쉐퍼, 철도연습곡, 1948

https://youtu.be/aL77mHnCrNs



Karlheinz Stockhausen, Gesang der Jünglinge (1956) - aural score Part I

https://youtu.be/s7HD-95knVQ



위 두개의 영상은 피에르 쉐퍼의 철도연습곡과 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입니다. 철도연습곡은 1948년에 쉐퍼가 역무원들의 도움으로 역사 내의 소리를 녹음하고 제작한 구체음악 작품으로, 제목으로 유추했을 때 실재를 상상해볼 수 있는 소리도 있고, 철도와는 전혀 다르게 정글에 와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인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소리 그 자체가 갖는 예술적인 요소로 나만의 심상이 만들어지며 자유로운 감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는 인성과 성악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음색적 다양성에 대해 실험했는데요. 그는 가사가 있는 작품으로 인성의 음색적 단계를 달리하며 언어가 갖는 의미의 가치와 순수한 소리로서의 가치를 탐구했습니다. 인성과 전자음의 음색 조화를 이루기 위해 소리의 유사성과 여러 가능성을 고민한 소리의 배치와 객체들의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필자 또한 구체음악이나 라이브 퍼포먼스 곡을 만들 때 인성을 자주 선택하는데, 인성을 변형함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무섭다라는 인상을 주거나 음산한 분위기로 연출되지 않으려고, 소리적 특질이 공간과 의미를 전하는데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그의 고민이 들렸던 것인지, 아니면 소리의 조화가 제 안에 재밌는 이야기를 써내려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 음악을 들을 때 차분하게, 상당히 주의 깊게 듣게 됩니다. 링크한 영상은 여러 영상 중 그래픽 스코어가 매우 흥미로워 선택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된 소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니면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했다가 차이를 느꼈다가 하는 소통의 과정 그 자체로 음악을 듣고 보는 것이 충분히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역으로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구체음악을 재미있게 즐겨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일상을 소리로 감각하며

 

 

앞서 사고를 전환하는 문을 열고, 열정 넘치는 시도들을 행했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보았는데요. 동시대의 훌륭한 구체음악가들도 많지만 그 시작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중요했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20세기 초중반의 작품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내가 먼저 감각의 주체로서 주변의 소리들을 주목하고 각 소리가 갖는 생기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다른 감각과 사고까지 열리며 새로운 예술적 지경이 열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필자는 구체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일회적이고 휘발되어 존재했는지 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그 소리를, 또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녹음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소리를 수집하는 그 행위가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합니다.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며, 나노 단위로 생기를 감각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집을 하는 소리에는 사람의 호흡과 말도 있습니다. 목소리에 담기는 온도와 깊이는 고유하며 유일한 아름다움을 가집니다. 그리고 상황, 관계, 표현, 공간 등이 담기는 목소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소리들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변형되며 각자 시간을 맡게 됩니다. 구체성과 추상성을 넘나들며 상상하고, 서로의 상상을 나누며 자유롭고 다양한 담론을 이뤄볼 수 있는 이 장르가 아직도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매일 휘발하는 것들을 부여잡아 기억하고,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나누게 되나 봅니다.

 

일상을 소리로 감각하며 사고와 인지, 감각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을 해보세요. 내 안에 담기는 소리들이 미소가 되고 활력이 되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으로 움직여줄 겁니다. / 글.김진주

 


참고 도서 및 웹사이트


Treatise on musical objects_Pierre Schaeffer .

음색소음소리객체_김진호 저.

 

소음의 예술(L’arte dei rumori)

https://www.thereminvox.com/stories/theory/art-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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