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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 결론지어지지 않는 삶 | ARTLECTURE

결과로 결론지어지지 않는 삶

-‘리처드 세라’의 작품과 함께 -

/Insight/
by 이한나
결과로 결론지어지지 않는 삶
-‘리처드 세라’의 작품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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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작업하는 ‘과정’ 자체를 집중하여 바라보는 방식을 택한 리처드 세라를 통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중점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사건의 결과를 결론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결과로 남겨두는 방식 말이다. 결과를 통해 어떤 일들을 판단하거나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로 어떤 일을 회상한다면, 우리의 기억 속 사건과 감정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당연한 것들이 새삼 신기할 때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 같은 것 말이다. 어제는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벌써 8월이야.” “시간 진짜 빠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1월을 빼놓고는 거의 매월 1일이 시작될 때마다 이 말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빠르다고 말할 때는, 주로 아쉬운 것들이 많을 때인 것 같다. 주어진 현재의 순간에 완전히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거나, 완전히 만족스러운 순간이 지나갔다고 느낄 때 말이다.

 

일 년의 절반도 넘게 지난 지금, 우리는 아쉬운 것이 참 많다. 현재였던 순간이 과거가 되면, 우리는 그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을 잊어버리기가 쉽다. 진행형의 순간은 주로 어떤 결론으로 남겨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는 결론들의 나열로 가득 차버리게 된다. ‘순간을 소중히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당연한 말을 오래도록 생각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순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순간을 최대한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길을 걸을 때 그냥 걸을 수도 있지만, 발바닥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얼굴 위로 비추는 햇살을 느끼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날 수도 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작가가 있다. 미국 출신의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9~)`이다. 이 작가의 작업을 연구하면서, 작업하는 그 순간을 정말 중요시한다는 생각을 했다. 리처드 세라는 아마, 1981년 뉴욕 맨해튼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되었던 가로 37m, 세로 3.7m, 두께 6.4cm의 거대한 조각물 <기울어진 호>로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을 만들기 전, 1960-1970년대에 그가 했던 작업 과정자체에 중점을 두었던 시기의 작업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1981~1989), 미국 뉴욕 / 경향신문 자료사진



먼저, 리처드 세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그는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미술을 공부하게 되었으며 파리, 피렌체, 로마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1966년에 뉴욕에 돌아와 자신만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제강소에서 일을 했는데, 이후 그의 작업에 영향을 끼쳤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조선소에서 배관공으로 일하셨는데, 아버지의 영향 또한 받은 듯하다.


다음으로, 196-70년대 세라의 작품과 함께 거론되는 과정 미술이란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 작품의 주제로 삼는 미술이다. 작업할 때의 과정에 대한 본격적인 의식은 1950년대 액션 페인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프닝, 이벤트, 퍼포먼스 등의 개념과 이어진다. 미니멀 아트의 형식주의와 인간 감정이 부재하는 작업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게 되었다. 과정미술은 전형적인 오브제 이용 과정과 환경을 변혁하는 행위에 의해 인간의 경험과 그 행동의 한계성을 인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히, 시간적인 서술형식을 위한 소재와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구성요소로 간주한다. 얼음, , , 왁스, 펠트와 같이 자연변형이 되거나 변형이 용이한 재료를 이용하여, 감상자가 작품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과정미술작업은, 특정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직접 작업을 한다. 어느 곳에서 전시되어도 잘 맞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다. 작업실 바닥이나 야외 공간 여기저기에 작품의 구성요소들을 뿌려놓는 등의 전시 형태가 주를 이룬다. 또한, 창조적인 제작 과정을 추구한다. 불변의 미술 작품 형태의 결과물로 결론지어지지 않는다.

 

리처드 세라가 작업을 시작했을 때 중요시했던 것은 이치의 과정을 다루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1968년에 동사(verb)’ 리스트들을 만들고 동사 리스트와 연계된 조각들을 산출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종이에 적은 동사들은 주로 물질과 몸의 움직임을 연관 지은 것들이었다.



Richard Serra, <Verblist>, 1967-68. / 이미지 출처: MOMA(moma.org)

 

동사 리스트에 적은 “To Tear”에 대한 작업

Richard Serra, <Tearing Lead>, 1968. / 이미지 출처: Guggenheim (guggenheim.org)

 

동사 리스트에 적은 “To Roll”에 대한 작업

Richard Serra, <Double Roll>, 1968. / 이미지 출처: making art happen (makingarthappen.com)


 

세라는, 예술가는 그들의 시야를 확장시키기 위해 그들 스스로 이전에 본 적이 없었던 방식으로 보는 전략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작업할 때의 동작에 집중하는 방식의 보는 전략을 발견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부 원리, 즉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동적인 것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소개하고 싶은 다른 작업 하나는, <Gutter Corner Splash: Night Shift, 1969/1995>이다. 납을 뜨겁게 달궈 녹인 후, 전시장 벽면 한쪽을 따라 (내팽개치듯이) 부은 뒤, 납이 식으면 빈 바닥 쪽으로 떼어 놓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이다. 전시장의 벽은 그저 용해한 납을 붓는 틀로써 사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데, 납이 뿌려진 모양이 어떤 형태를 지니게 되었는지는 그에게 중요점이 아니다. 그는 납을 뿌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그리고 벽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굳은 납의 형태는 미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결과물로써 남은 납이지만, 그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세라가 작품을 제작하는 순간을 상상할 수 있다.

 


Richard Serra, <Gutter Corner Splash: Night Shift>, 1969.1995. / 이미지 출처: SFMOMA(sfmoma.org)

 

<Gutter Corner Splash: Night Shift> 작업 과정


 

작업하는 과정자체를 집중하여 바라보는 방식을 택한 리처드 세라를 통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중점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사건의 결과를 결론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결과로 남겨두는 방식 말이다. 결과를 통해 어떤 일들을 판단하거나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로 어떤 일을 회상한다면, 우리의 기억 속 사건과 감정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스스로를 결과론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을 느낄 때 우리의 마음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

<Richard Serra: Tools & Strategies | Art21 "Extended Play">

https://youtu.be/G-mBR26bAzA

월간미술 사이트 (과정미술 이론에 대한 참고)

https://monthlyart.com/encyclopedia/%EA%B3%BC%EC%A0%95%EB%AF%B8%EC%88%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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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