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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건축+예술=나오시마 | ARTLECTURE

섬+건축+예술=나오시마

-지역사회와 기업이 만들어 낸 예술의 땅 나오시마의 대표작 -

/Site-specific / Art-Space/
by YOON
섬+건축+예술=나오시마
-지역사회와 기업이 만들어 낸 예술의 땅 나오시마의 대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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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우리를 맞이하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위치한 대표적인 미술관 2곳을 소개하고 공간에 대해 고찰한다. 나오시마는 과거 구리 제련 산업으로 침체되었으나, 1987년 베네세 홀딩스와 안도 다다오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로 예술 섬으로 거듭났다. 지추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을 비롯해 섬 전역의 예술 작품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에게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일본 규슈, 시코쿠, 혼슈 세섬이 만들어낸 물길인 세토 내해(瀬戸内海)에는 수많은 섬들이 모여있는 다도해이다. 바다 위에 흩어진 3천여 곳의 섬들 중에도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섬이 있다. 바로 일본 카가와현 카가와군에 위치한 나오시마(直島)이다. 


과거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을 통해 경제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구리 제련소의 규모가 줄어들고 주민이 떠나며 섬은 활기를 잃어갔고, 이에 더해 공장들로 인해 산림까지 파괴되었다. 80년대까지만해도 나오시마는 사람들 없이 덩그러니 남아있던 암울한 섬으로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87년, 나오시마의 운명을 바꾸는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본 교육 기업 베네세 홀딩스(Benesse Holdings,Inc.)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회장이 10억엔을  투입해 나오시마에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계획 발표하며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주민과 수많은 회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나오시마를 세계적인 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겸 미술관으로 지어진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1992년)을 시작으로 지추미술관(2004년), 이우환미술관(2010년), 쿠사마 야요이 밸리갤러리(2022년)등을 건립하고 있다. 또한 섬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빈집이나 공터를 전시장으로 바꾸는 ‘이에(家)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 등을 통해 섬 구석구석에서 예술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작년 12월 겨울의 차갑고 비릿한 바닷바람을 뚫고 도착한 나오시마에 첫 발을 내딛으면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빨간 호박이 승선장 옆에서 자리잡고 앉아 우리를 맞이한다. 일본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쿠사마 야요이는 9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가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크고 작은 동그란 점들이 가득한 점박이 무늬가 대표적인 그녀의 작업은 비록 불안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으며 앓은 강박신경증과 환각, 환청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으로 진한 색채와 유기적인 형태와 만나 마치 어린아이가 그려내는 듯한 발랄하고 강렬한 오브제가 놓인 공간을 창출해 낸다. 쿠사마 야요이는 호박을 조각 작품부터 판화, 회화까지 많은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나오시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노란 호박과 빨간 호박이다. 2021년 8월 태풍에 휩쓸려 사라졌던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의 대표적 미술관 중 하나인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나오시마 여행의 시작과 끝 모두를 장식한다. 


항구에 내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나오시마의 대표적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이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관 건축물의 대부분을 지하에 위치하도록 설계하였는데, 이는 원래의 풍경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추미술관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안에 세계적 거장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영구히 전시하고 개별 작품마다 작품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시대도 재료도 주제도 다른 이 세 작가의 공통점은 ‘공간’을 중요시 여기며 ‘공간적’경험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작품 속에서만 머물지 않고 각 전시 공간의 특징과 이동하며 보여지는 나오시마의 풍경과 결합되어 절제되고 다채로운 공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지추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공간에서는 <수련 연못>(Water Lily Pond, 1915-26)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련 연작들을 볼 수 있다. 모네의 거대한 수련 연작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미술관도 자연광으로 수련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지추미술관도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아래 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수련 연작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는 바로 공간 바닥에 깔린 수많은 대리석 타일들이다. 미묘하게 다른 흰 빛을 띠고 있는 타일들은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해, 마치 끊임없이 흐르며 반짝거리는 물 위에서 수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색을 그대로 공간에 물들여 인상파를 대표하는 모네가 수련을 그렸던 순간의 시간과 공간을 재현하는 듯하다.


지추미술관은 모네의 작품을 현대적 관점에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모네의 반짝이는 수련 옆에는 새로운 빛의 경험을 선사하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빛과 우주를 주제로 삼아 관람자로 하여금 하늘과 빛을 보며 명상, 사색하게 만드는 터렐의 작품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통해 내면의 영적인 빛을 마주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공간인 <오픈 필드>(Open Field, 2000)는 마치 가상의 SF공간으로 계단을 통해 진입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지추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공간은 월터 드 마리아(Walter Joseph De Maria)의 <Time/Timeless/No Time>(2004)가 설치된 공간이었다. 미국 뉴멕시코주 들판에서 자연현상인 ‘번개’ 그 자체를 작업으로 선보였던 <번개치는 들판>(Lightning Field, 1971-1977)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상업성을 배제하고 자연을 작품으로 끌어들인 대지미술(Earth Works)과 연결되어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심리적인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한 작가이다. <Time/Timeless/No Time>는 입장 전 전시장 내에서는 소리를 내지 말고 정숙을 유지하라는 안내를 받게 된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전시장은 네모난 천창과 벽으로 향해 올라가는 계단으로 고대 그리스 신전을 미니멀화 시켜 가져온 듯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특히 그 가운데 있는 거대한 구는 단순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이고 신화적인 존재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분명히 거대한 구 위에 있는 창문 밖 하늘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는데도 월터 드 마리아의 공간은 소리도 빛도 멈춘 채 압도적인 존재와 나 단 둘만 존재해 작품의 제목처럼 시간(Time), 영원함(Timeless), 시간 없음(No Time)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다. 

 


지추미술관과 멀지 않은 거리에는 이우환 작가와 안도 다다오의 합작으로 지어진 이우환미술관(李禹煥美術館)이 있다. 이우환은 일본의 예술운동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토대 만든 작가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모노하는 물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는 일본의 미술 운동으로 재료 및 소재를 거의 손대지 않고 사용해 예술로 제시한다. 특히 날 것 그대로의 재료를 가지고 배치와 구성을 통해 ‘관계’와 ‘만남’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은 이우환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안도 다다오의 독특한 콘크리트 건축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야외 조각 작품이 인상적인데, 거대한 철제 아치형 구조물을 두 개의 바위가 고정하는 작품은 바다를 향한 입구처럼 보이며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휘어진 철판은 가벼운 종이처럼 보이는 독특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으며, 푸른 하늘 아래 U자 형태는 무지개를 연상시킨다. 철과 돌이라는 상반된 재료의 조합을 넘어, 이 작품은 예술의 섬으로 온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여정으로 이끄는 문을 제공하는 듯하다.


비록 이 글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과 미술관만을 소개했지만 나오시마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자연과 예술, 지역사회가 공존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섬이다. 과거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며 세계적인 예술 섬으로 재탄생한 나오시마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예술과 삶이 만나는 특별한 여정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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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YOON_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