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스튜디오:내작업실에초대합니다》 포스터 (2023), ⓒ이선희
디지털화(化)된 작품, 디지털태생(胎生)의 작품
일단 온라인 환경에서 필수 불가결의 특성은 디지털 매체이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 예술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온라인 환경을 작품의 정보와 기록을 디지털 아카이브를 목적으로 활용했다. 전시나 작품 혹은 프로젝트 그리고 작가의 독립적인 포트폴리오 및 소통의 채널로써 구성된 홈페이지 혹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의 계정들을 만들었다. 이는 전시나 작가의 예술관과 실물(원작) 작품에 대한 관심을 도모하고, 원작을 대신해 작품에 대한 부가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용도가 컸다. 즉, 디지털 기록으로 재제작되어 온라인 환경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에서의 물질과 미적체험을 기록이자 정보로서 디지털화(化)한 것이다. 우리에게 온라인 환경에서의 예술활동은 디지털화와 아카이브 공개라는 Net 2.0의 단계에 대부분 머물러 있었고, 이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2020~21년)에 오프라인에서 기존의 미적체험과 작품감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예술가들은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했고, 이는 여러 좋은 예술 실험들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디지털화의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예술가나 기획자들이 경험한 이러한 시행착오는 디지털화의 결과물과 오프라인의 원작을 비교하는 과정으로 드러난다. 즉. 디지털화 과정에서 그 결과물을 원작에 종속된 정보 혹은 기록으로 접근해온 관습과 독립적인 온라인 상의 결과물로서 원작과 같은 미적체험의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그러지 못한 현실을 감지하며 발생한다. 무분별한, 디지털 매체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을 디지털화한 결과물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들이 먼저 고개를 들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오히려 거리두기 시국을 통해, 떠밀리듯 우리가 수행하던 예술의 디지털화는 그 한계를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
그러한 시행착오 과정에서도 우리는 온라인 디지털 환경을 활용하며 그 매체에 대한 특성을 학습하며, 처음부터 그 매체의 특성을 기획에 함께 기획한 예술 프로젝트 사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탄생의 과정부터 디지털 매체와 온라인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로써 기획된 디지털태생(胎生)의 작품-프로젝트들이다. 이렇듯 설사 오프라인이 그 모티브가 되는 작품이 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디지털매체로 재구성하며 이는 단일한 작가의 예술활동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 그리고 관객의 참여까지 다양한 확장을 끌어낼 수 있었다.
《메타스튜디오:내작업실에초대합니다》 스틸이미지 (2023), ⓒ이선희
메타버스 환경을 매개로 한 예술의 감상과 교육
스몰토크에 참여한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서 온라인 환경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능성을 발견했다. 실질적으로 온라인 환경 안에서 상호소통하고 그 경험을 다시 기억하는 과정들은 기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와는 여러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아바타를 활용하는 메타버스 환경의 경우 그 안에 참여자들은 자신의 신체를 배치하고 그것을 조정하며 그곳을 또다른 온전한 공간(space)으로 인지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해 그 공간에서 무엇이 전시되고, 어떠한 경험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시각예술에서 주지하는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성향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환경 자체도 장소특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같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이 놓인 장소의 특성과 맥락에 따라 자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메타버스 환경을 전시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물리적이고 지리적인 동선이 아닌, 관객의 인지와 감각의 흐름을 중심으로 심리지리학(psychogeography)적 관점에서 새로운 감상방식이나 특정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 기존의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감각을 왜곡해 새로운 감상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매체들과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환경의 특성은 기존 전통적인 매체에 종속되고 파생된 환경이 아니라 여러 매체들과 함께 생태계처럼 공존하며 독립적인 매체임을 인지하며 탐색해야 한다. 이러한 탐색이 선행됨은 다양한 미적 체험에 대한 우리의 청사진을 확장하고 더 큰 그림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위에 나열한 논점들은 자유로운 대화 속에 기억남은 몇가지들이며 이것이 이후 두 예술가, 이선희 작가와 유소영 작가뿐만 아니라 기획자인 필자에게도 어떠한 프로젝트로 연결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스몰토크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온라인 매체를 대하는 태도를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작은 대화로 시작해 앞으로의 큰 그림에 대한 밑거름이 될 것을 기대한다.
이선희 작가 메타스튜디오 링크 https://app.gather.town/app/FT4lEH5Xfx1D0hAo/Meta-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