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일본의 오사카에 유명한 신사 '이세신궁'이 있다. 이 신사를 기억하는 이유는 신사의 특별한 건축방법 때문인데, 이세신궁은 특이하게도 '식년천궁'이라고 하여 20년마다 한 번씩 125개의 건물을 모두 새로 짓고 신을 새 건물로 옮기는 행사를 한다. 때문에 20년 후 새로 건물을 지을 곳을 신사 바로 옆에 두고 있다. 멀쩡한 건물을 때려부수고 똑같은 새 건물을 바로 옆에 짓는다니, 이 관습에 얽힌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식년천궁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신이 거주하는 건물이 노후되지 않도록 하면서 신에게 활기를 불어넣기 위함이라는 설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20년마다 건물을 새로 지을때는 정확히 이세신궁이 처음 건설되었을 때의 고대 건물 양식과 건축 공법을 그대로 따르며, 해체된 목재는 보수를 위해 보관하거나, 다른 신사에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2000년 전부터 존재한 신이 그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새로 지어진 건물을 '오리지널'로 인식한다고 한다. 종교적으로는 끝없는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며, 무한히 반복됨을 상징한다.
New (left) and old (right) Naiku shrines during the 60th sengu, 1973, A picture from 'The Rites of Renewal at Ise', by Felicia G. Bock
신도는 일본의 고대 종교이며, 이세신궁은 일본 신도의 본거지 같은 곳으로 2차대전 이후 점차 줄어드는 세력을 다시 확장시키기 위해 자민당 등 우익계 정치인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국의 신사들을 묶어 종교법인을 만들어 관리하려 하였는데 설립 과정에서 주요 세력으로 일본의 우익세력 '일본회의'가 참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일본회의에서 배출한 대표적 정치인이 아베 전 총리이다. 어쩌면 불편할 수 있는 주제이지마는 굳이 이세신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언제든 삭제와 무한한 재생이 가능한 이 디지털의 시대에, 이세신궁의 독특한 건축법과 철학이 요즈음 많이 접하는 메타버스 아트나 게임과 일면 닿아있기 때문이다.
이세신궁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그리스 출신 예술가 안드레아스 안젤리다키스(Andreas Angelidakis)를 떠올렸다. 그는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가상환경에서 작업하는 건축가이자 예술가로, 건설과 해체, 재건의 주제를 디지털 공간에서 독창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말랑말랑한 아테네 신전같은 조각 작품으로 제일 유명하지만, 사실 전 건축가이자 현 예술가인 그의 프로젝트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공간 모두에서 건설과 해체의 주제를 탐구한다. 작가의 'Soft Ruins' 프로젝트(2016)는 파괴되고 재건되는 건축물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한 작품으로, 이 작품은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가상 환경을 통해 현실 세계의 건물이나 구조물이 상당 부분 파괴되었거나 노후화된 상태를 묘사한다. 이러한 파괴된 구조물은 고대 그리스 건축물의 유물처럼 보이며, 그들의 모습은 시간이 감에 따라 변형되고 소멸되는 것처럼 보인다. 'Soft Ruins'는 안젤리다키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인 변화와 임시성을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 파괴와 재건은 건축의 주요 요소로 간주되며, 구조물의 형태와 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안젤리다키스의 작업은 인간의 행동과 환경의 변화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기에, 모든 양식과 구조를 동일하게 유지하여 '신을 담는 그릇'인 신궁을 다시 짓고자했던 신도의 종교적인 접근과 다른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안젤리다키스는 디지털 공간에서 구조물이 파괴되고 재건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통해 건축의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식년천궁과 유사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Andreas Angelidakis, Soft Ruin, 2016 photo copyright by Artforum
전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인기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또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무한한 건축과 파괴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인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블록을 이용해 자유롭게 건물을 짓고 부수고 다시 재건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게임으로, 크리에이티브 모드, 서바이벌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통해 자원을 재굴하고, 도구를 제작하거나, 원하는대로 건축물을 부수고 다시 재건할 수 있다. 끊임없는 창조와 재창조의 가상공간인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그 자체로 철학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진행되는 창조와 파괴, 이 두 가지 행위는 종종 우리의 세계에서 볼 수있는 생명과 죽음의 무한한 순환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건설과 파괴, 창조와 쇠퇴의 주요 테마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동양 철학에서의 양과 음, 불교의 윤회와 비슷하다.
Minecraft, image captured by Lee Suh
고대의 일본인들은 그들의 신을 위한 집으로 이세신궁을 끊임없이 재건축하며 마치 현재의 가상세계에서 일어날법한 일을 천년이 넘는 오랜 시간 지속해왔다. 유한성과 무한성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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