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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혹은 첫 번째 응답 | ARTLECTURE

세 번째 혹은 첫 번째 응답

-백남준아트센터 《일어나 2024년이야!》-

/Art & Preview/
by 안유선
세 번째 혹은 첫 번째 응답
-백남준아트센터 《일어나 2024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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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백남준에게 위성 통신과 같은 기술은 거대한 권력의 감시망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그에게 기술은 분명 조지오웰의 예측처럼 ‘빅브라더’를 경유해 이루어졌던 것과 유사한 일방향의 소통을 발생시키기지만, 수신자에 의해 ‘쌍방향의 소통’으로 전복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1.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백남준의 위성예술 3부작 중 첫 번째 프로젝트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198411일 미국 시간으로 기준으로 정오에 시작해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세 대륙 8개 이상의 도시에 생중계된 위성 텔레비전 쇼이다. 뉴욕과 파리에서 진행되는 생방송과 쾰른에서 송출하는 비디오테이프의 방영분, 샌프란시스코의 실시간 공연 등이 섞여 생중계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약 1시간 정도 지속 되었다. 실시간으로는 1천만 명이, 이후 반복 전송된 버전을 포함하면 26백만 명에서 3300만 명 이상이 시청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쇼는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앨런 긴즈버그, 샬롯 무어먼, 머스 커닝햄 등과 같은 당대의 손꼽히는 예술가와 로리 앤던스, 피터 가브리엘, 오잉고 보잉고 등의 대중음악가의 퍼포먼스와 공연, 뮤직비디오로 구성되었다.(1) 전례없는 규모의 위성쇼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건설한 미래의 모습에 대한 백남준의 응답이었다. 텔레스크린을 통한 전지전능한 독재자 빅브라더의 감시와 통제로 뒤덮인 암울한 미래를 그린 조지오웰을 향해 백남준은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고 말한다.

 


2.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


일어나 2024년이야!는 조지오웰을 향한 백남준의 대답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에 내포된 희망을 다루며,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다시 주목한다.”(전시서문) 백남준에게 위성 통신과 같은 기술은 거대한 권력의 감시망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그에게 기술은 분명 조지오웰의 예측처럼 빅브라더를 경유해 이루어졌던 것과 유사한 일방향의 소통을 발생시키기지만, 수신자에 의해 쌍방향의 소통으로 전복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2) 끝없이 반복되는 전쟁은 서로의 문화 대한 몰이해와 경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 그에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전시서문) 기술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인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인상은 전시는 첫 번째 섹션에 자리한 연표에 큼지막하게 표기된 1984이 출간된 1948,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등장한 1984, 그리고 현재인 2024년이라는 세 개의 시간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전시는 분명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궤적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은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동시다발적이고 촘촘한 모양으로 이루어졌기에 과거 혹은 그 이전, 현재 그리고 미래로 전시와 작품을 파악하는 것을 방해한다. 대신 과거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개입하고 항상 과거가 되는 현재의 순간 안에 백남준의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 연표에 큼직막하게 표기된 세 개의 시간 주변에 자리한 여러 사건들과 2024년에도 멈추지 않는 전쟁과 더불어 말이다.


 




3.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 바로 현대미술 작품입니다.”


백남준을 제외한 전시의 유일한 참여작가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과 미술 작가 류성실 협업으로 완성된 작업 <SARANGHAEYO 아트 라이브>(2024)는 주요 시퀀스를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이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 <TV 첼로>(2002), <로봇 K-456>(1996), <TV부처>(1974/2002)가 위치한 두 번째 섹션을 지나면 등장하는 마지막 섹션에 마련되어 있다. 음악과 미술이라는 서로의 장르에서, 혹은 장르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협업해 온 류성실과 바밍타이거가 선보인 <SARANGHAEYO 아트 라이브><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형식을 차용한다. 퍼포먼스, 공연 등으로 이루진 여러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선보이며, 이를 총감독한 백인 남성의 해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서로 다른 화면이 겹치는 식의 방송사고도 연출되어 있다.


이 작업은 앞서 지나온 전쟁으로 죽인 이들을 위로하는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기반이 된 세계 각국의 문화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을 가시화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자 한 <TV정원>(1974/2002),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11개국 방송사가 참여한 <세계와 손잡고>(1988) 등과 같은 작품이 이야기하는 평화와는 어딘가 어긋나있는 요즘의 평화를 가시화한다. 사이비 종교 단체를 연상시키는 바밍타이거의 퍼포먼스 평화의 체조’, 벤야민의 아우라의 개념과 이미지를 보는 방법에 대한 총감독의 설명,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경고하는 동시에 평화를 외치다 사망한 ‘BJ 체리장의 생전 모습, “Fuck this war, I want peace (I want peace)”라는 구절이 등장하는 노래 <Sudden Attack>을 바밍타이거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생방송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이 보여주는 평화는 과연 예술과 기술을 통해 평화를 꿈꾸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물음을 던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유머와 허무로 가득 차 있다. 한때 현대미술은 사기라고 생각했다던 총감독의 말은 생방송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송출되었던 화면의 녹화본인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의 형식적인 지점을 떠올리게 하며, 정말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백남준 작업이 가진 아우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총감독은 자신이 바밍타이거와 체리장과의 만남을 통해 평화를 목격했다고 말하며 이를 전달하기 위해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를 기획했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 바로 현대미술 작품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사기에 불과했던 현대미술은 평화를 이야기하고, 전파하는 수단이 된다. 오늘날의 기술로 전달되는 류성실과 바밍타이거가 바라본 요즘의 평화는 믿음과 긴밀히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다루는 평화는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다시 주목한다”(전시서문)고 이야기하는 일어나 2024년이야!의 주제와 느슨하게 연결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느슨한 연결고리는 백남준이 조지오웰을 향해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전시가 <일어나 1984년이야!><일어나 2024년이야!>로 외쳤던 것처럼 <SARANGHAEYO 아트 라이브>가 전파하는 희망을 믿어보길 제안한다. 이는 시시각각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세 번째 혹은 첫 번째 응답으로 이어질 것이다.


참고자료

1) 김진아, 「문화 매개자로서의 백남준 : TV 실험실 작업과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68~1984)」, 『시민인문학』, 제 42호 (2023), 307-309쪽. 

2) 김미교,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의 다층적 협업관계」, 『미술이론과 현장』, 제 35호 (2023),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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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유선_미술이론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