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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운명에 ‘홀리’를 더한다면 | ARTLECTURE

이미지의 운명에 ‘홀리’를 더한다면

-노상호 개인전 «홀리» -

/Art & Preview/
by 안유선
Tag : #개인전, #노상호
이미지의 운명에 ‘홀리’를 더한다면
-노상호 개인전 «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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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의 우리가 그러하듯 웹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떠도는 이미지를 마주하고, 소비한다. 작가는 매일 끝없이 증식되는 이미지 중 몇 가지를 수집하고 이를 먹지에 대고 그린다. 완성된 드로잉은 수집된 이미지의 모습과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모습을 모두 간직해 채 작가의 SNS 포스팅된다. 이미지가 생산되는 순간이다. 팔로워와 알고리즘을 통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재생산될 운명을 지닌 이미지 말이다.

 

만약 이러한 이미지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옮겨 온다면, 한데 모여 캔버스와 걸개그림 위에 자리하거나 비닐팩에 쌓여 옷걸이에 걸리고, 벽면에 부착되어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 잘려나갈 운명도 지니게 된다. 온라인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체적 감각을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아래 이미지는 전시 공간에 맞추어 커지거나 쇼핑하듯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질 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작가인터뷰 링크

1. https://www.youtube.com/watch?v=g14uUBf8oA8

2. https://youtu.be/4SBIvRUZYpE?si=0b9bvXldIJDpHQMH

3. https://youtu.be/f6KXqmaiqxo?si=_Rd3DGNZji7ox4gD


필자는 노상호의 작업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젊은 모색 2014에서 선보였던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단체전과 개인전, 아트페어에서 그의 작업을 감상했다. 어둡고 긴 벽면에 설치되었던(<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 작업을 보며 필자는 두 번의 놀라움을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관람객이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공간 안으로 들어가 벽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을 향해 빛을 쏘며 감상하는 설치와 관람 방식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동굴 안을 탐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감상한 드로잉이 작가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의 모음이라는 지점 또한 흥미로웠다. 인터넷 안에서 파편적으로 떠도는 이미지 모아 작가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드로잉 구석구석을 손전등으로 비추어보며 감상했었다. 노상호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이제는 알 수 없는, 가상 세계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인상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작가가 A4 사이즈의 드로잉을 옷걸이에 걸어도(5«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2017), 이전 작업보다 이미지가 강조된 걸개그림(«The Great Chapbook 2», 2018)을 선보여도 필자는 이미지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상호가 «비애티튜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때 매일매일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 이야기에 무언가 담겨 있어서 이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었다고, “사실 전 이야기에 별로 집착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미술이 이야기를 말하는 장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라고 밝힌 것을 고려해 작가가 매일 수집하고 출력하듯 만들어내는 이미지 자체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현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노상호 개인전 홀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미지에 집중해보자.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세 점의 회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눈사람이 중앙에, 양옆에는 비장한 표정의 천사와 영화 매드맥스가 떠오르는 오토바이를 탄 해골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곧 눈사람이 불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옆에 자리한 천사와 해골도 어딘가 독특한 지점이 있다. 해골의 머리는 세 개이며, 불타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중세 시대에서 온 것 같은 천사는 머리가 세 개인 거대한 토끼 인형 위에 서 있다. 전시의 다른 작품들도 이러한 어딘가 독특하고 이상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머리가 두 개인 사슴과 말, 6개의 손가락, 온몸이 불에 휩싸인 눈사람이 곳곳에 보인다. 전시 서문에 따르면 이러한 이미지는 상용화된 AI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가 AI 프로그램을 통해 도출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아닌 기술적 오류(Glitch 현상)로 발생한 이미지다.

 




우연히, 의도치 않게 태어난 이 이미지들은 기괴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풍긴다. 어딘가에 불타는 눈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마을 곳곳에 머리가 두 개인 사슴이 발견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이미지 자체로서 바라보게 되면 기이함은 더더욱 선명해진다. 현실에서 눈사람이 불타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묘사가 가능한 이미지가 된다. 작가는 기술적 오류로 발생한 이미지에 홀리(HOLY)'라는 이름을 붙여 성스러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성스러운 존재인 <홀리 HOLY>를 마주하는 자는 자신이 속해 있는 두 세계, 실제와 가상을 인지하게 된다. 실제의 위치에서 저기인 가상 세계를 생각하고, 가상 세계 위치에서 저기인 실제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실제와 가상의 경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고 있기에, 두 세계가 중첩된 여기를 지각하게 된다.

 




4층에 위치한 하나의 <홀리 HOLY>는 앞서 언급한 두 세계의 지각을, 작가가 기적이라고 칭하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홀리 HOLY>를 이루는 두텁고 투명한 틀과 그 안에 놓인 불타는 눈사람 그림은 실제와 가상을 오고 간다. 매끄러운 투명한 틀은 우리가 디지털 이미지를 접하는 모니터와 핸드폰 액정을 연상시킨다. 액정 안에 놓인 불타는 눈사람은 작가가 다루는 매개가 필요하지만, 온전한 신체성이 들어가지 않아 완전한 가상도 실제도 아닌 매체로 여겨지는 에어브러시가 아닌 붓 터치가 느껴지는 유채 물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투명한 틀을 액정이 아닌 실제에 존재하는 얼음으로 바라보고, 유채 물감으로 그려진 불타는 눈사람은 AI가 만들어낸 오류로 바라본다면 <홀리 HOLY>는 또다시 실제와 가상 사이에 자리한다. 전시 홀리에서 이미지는 가상도 실제도 아닌, 오류도 정확한 출력값도 아닌 홀리라고 명명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부여받는다.


전시명: 노상호 개인전 : 홀리
전시장소/기간:  아리리오갤러리 서울 / 2024년 2월 29일~4월 20일
시간: 일, 월(휴무) 화-토 (11:00-18:00)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안유선_미술이론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