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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시대》 | ARTLECTURE

《부캐시대》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전시-

/Art & Preview/
by 양지현
《부캐시대》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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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미술계에서 ’부캐‘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오래전부터 지속해 왔다. (중간 생략)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피로감과 생존문제를 다루는 차원을 넘어서 예술과 경제활동이 갖는 다차원적 세계의 긍정성과 에너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 언주라운드, 《부캐시대》 전시 글 중 -

작가는 작가 외에도 또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면서 작가라는 신비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예명을 사용해 두 가지 자아를 구분 짓기도 한다이는 예술계에서는 굉장히 일반적이다물론 예술가들은 창작을 위한 지원에 여전히 목마르지만점차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직업을 갖기 시작했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달라졌다재정적인 이유일 수도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일 수도자아실현을 위해서 등 서로 다른 이유로 시작되었겠지만 부캐’, ‘N잡러’ 등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은 언어와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언주라운드 전경



작가가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보통 전시 공간에서는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작가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작품을 통해 작가의 부캐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작품 안에서 도구나 재료로 사용되어 그저 작가의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하지만전시 <부캐시대>에서는 작가의 부캐를 그대로 드러내고 보여주며 본캐('본캐릭터)’가 부캐를 소개한다. ‘작가라는 직업만 보자면 낯설기도 하고때로는 세상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듯해 그를 대하는 것이 어려운 느낌이 든다하지만 본캐를 통해부캐를 소개받는 듯한 본 전시는작품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로 작가와의 거리감을 좁혀주었다.


 

 

[왼] 김민주초원 + - (2021), [오] 김지윤(Colorver), 방구석 패션쇼(2021)



 

김민주초원 작가는 사진작가로, 6년째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다흰 가운과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물품과 함께 놓여있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사물들은 어울리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또 녹아 들어있다작가의 본캐와 부캐 사이의 이질감 또는 동질감처럼 말이다죽음을 마주하는 공간 속에서 본캐가 가지고 있는 동화적인 활력을 끊임없이 주입해부캐의 생명을 이어가는 듯했다.


김지윤 작가는 회화작가이자 패션 유튜버이다전시 공간에는 흑백의 그림과 대조되게 그 옆에는 색상이 다양한 컬러버(김지윤 작가의 예명)의 의상과 퍼포먼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그는 옷감 위에 여러 색감의 그림을 그리고그것을 입고 걷는다. “차이가 나는 부캐를 가진 사람” “뭔가 이중인격 이런 것처럼 다이어트 전과 후 같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생존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자라고 말하는 영상 속 작가는 부캐와 본캐를 충분히 즐기고 소비하고 있었다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캐와 본캐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또 좁혀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왼] 박철호 작가 인터뷰 영상 [오] 신원삼, 은수월드 (2021)



박철호 작가는 고물을 수집한다고물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어 이야기가 잘 담기고생소해서 신비로워 보이기도 한 재료이다작가는 고물을 수집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데판타지를 가미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물이라는 실질적인 매개물이 놓여있어서 그런지 판타지적 요소도 전설처럼 있을법하게 둔갑한다작가는 자신의 부캐를 통해 본캐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여러 고물 사이에서 무언가를 수집하려고 하는 것이 본캐에 관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찾을수록 오히려 본캐와 부캐의 경계를 무력하게 하는 느낌의 작품이었다.

 

신원삼 작가는 냉면집을 운영한다냉면집의 모습을 촬영해 그가 일하는 영상과 함께 작품이 놓여있어 관람의 재미가 더해졌다그의 작업으로는어린 딸이 벽에 낙서한 것을 부부가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은수월드>를 지어준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솔직했고현실적인 본캐와 부캐의 모습이었다가장으로써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그의 모습과 시간에 쫓기지만딸의 낙서에 그림을 이어가는 작가의 모습작가라는 직업이 타 직업과 구별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왼] 백승현, 412gram (2020) / [우] 손 끝의 뇌 (2021)



백승현 작가는 7년 동안의 독일 유학시절의 기억 중 생계를 위해 베이글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가져왔다자본을 위한 노동과 예술을 위한 노동을 병행한다는 것 자체에 집중한 그의 작업은 단호하고도 차분한 조형물사진영상으로 표현됐다다른 작품이 자신의 본캐와 부캐를 놓고 대립하거나 소통을 해 작업을 구현했다면백승현 작가는 과거의 기억에 비추어 작가의 노동이 사회에서 어떻게 비추어지는지어떻게 놓여있는지를 말해준다.

 

예술계에서는 이미 다중 역할을 해내는 작가기획자매개자의 형태이다인력이 부족하고 생계를 이유로 시작된 바탕이 크다고 생각하지만여러 직업을 갖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 예술계의 이러한 형태가 잘 녹아들어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앞으로는 작가라는 본캐와 동떨어진 부캐들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일수록 관람객은 볼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부캐를 재료로써 예술을 통해서 나눌 수 있는 주제와 이슈가 생길 것 같다. / 글.양지현


전시소개: https://artlecture.com/project/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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