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펜타인 갤러리는 런던의 중심 하이드 파크 한가운데 자리한 런던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이다. 1934년에 지어진 갤러리 옆 잔디밭 부지에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건축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2000년 당시 디렉터였던 줄리아 페이튼-존스(Julia Peyton-Jones)가 기획하고 고 다이애나 왕비의 후원으로 탄생했으며, 2005년부터는 디렉터 한스 율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같은 쟁쟁한 건축가의 자문을 받아 선정한다고 한다*.
런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샤드(The Shard),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거킨(Gherkin), 라파엘 비놀리(Rafael Vinoly)의 워키토키(Walkie Talkie) 등, 이름이 곧 브랜드인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템즈강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이들 건물들은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이며, 오래도록, 아마도 지금 이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자 같은 사람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London Skyline, copyright: Mike Bird
그런데, 건축의 세계는 과연 견고하고 영원하기만 한 것일까? 한없이 가볍고 잠시동안 존재하는 것들의 자리는 없는 것일까? 오늘 이야기하려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앞서 언급한 일반적 건축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서펜타인 갤러리의 한시적 건축 프로젝트이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런던의 중심 하이드 파크 한가운데 자리한 런던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이다. 1934년에 지어진 갤러리 옆 잔디밭 부지에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건축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2000년 당시 디렉터였던 줄리아 페이튼-존스(Julia Peyton-Jones)가 기획하고 고 다이애나 왕비의 후원으로 탄생했으며, 2005년부터는 디렉터 한스 율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같은 쟁쟁한 건축가의 자문을 받아 선정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동대문 DDP 디자인으로 유명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2000년에 첫 커미션을 맡았고, 점차 런던에 건물을 설계한 경험이 없으나 세계적으로 주목할만한 건축가들을 매년 한명씩 초청하여 파빌리온 커미션을 맡기는 것을 주요 취지로 삼는 듯 하다. 렘 쿨하스(Rem Koolhaas), 피터 줌터(Peter Zumthor), 장 누벨(Jean Nouvel)등 기라성같은 건축가들이 한 번씩 참여했고, 요즈음에는 조금 더 젊은 신진 건축가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듯 하다. 초대된 건축가에게는 커미션을 받은 후 6개월간 파빌리온을 건설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프로그램의 짧은 일정과 제한된 공간은 건축적 실험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며, 실용적 기능보다는 '가능성' 구현에 촛점을 맞춘 실험적 건축을 위한 장을 제공한다.
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06 designed by Rem Koolhaas and Cecil Balmond, Photograph copyright: 2006 John Offenbach
파빌리온은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papilio'에서 유래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파빌리온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물이다. 옛날에는 정원에 연회를 위해 지어지던 작은 건축물들을 파빌리온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동양의 '정자'도 파빌리온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점차 건축에서 파빌리온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기간동안만 세워지는 것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건물을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사라짐을 전제로 하고, 공간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임무를 마치면 사라지는 건물이 파빌리온이다.
제일 처음 프로젝트에 선정된 자하 하디드는 삼각형 구조를 활용하여 그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비정형 건물을 보여주었다 (2000). 이 건물은 그 상징성 때문에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커피숍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금도 하이드파크에 가면 볼 수 있다. 이후 설치된 파빌리온들은 커다란 구형 흰색 풍선을 설치하여 사라짐을 전제로 한 파빌리온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하고 (2006) 건축가 자신의 고향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거나,(2017), 다채로운 색상과 비닐, 플라스틱등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뭐라 규정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2015)*.
Serpentine Pavilion 2000 designed by Zaha Hadid. Photograph copyright: Luke Hayes
2023년, 올해의 파빌리온은 파리에 거주하는 건축가 리나 고트메(Lina Ghotmeh)가 설계한 나무를 닮은 건축물이다. 프랑스어로 함꼐 앉아 식사한다는 뜻의 "아 따블르(A Table)"라고 이름 붙인 이 건축물은 나무 갈비뼈가 우산 모양으로 펼쳐진 지붕과, 그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그리고 내외부의 경계를 형성하는 패널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참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마치 큰 식당처럼 원으로 배열되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파빌리온의 디자인은 부분적으로 자연과 사람, 음식을 중심으로 고안되었으며, 디자이너가 고민한 땅, 자연,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실 아무리 작다고 해도 건축 프로젝트이기에 이 파빌리온을 위해 웬만한 갤러리 전시 프로젝트보다 막대한 연간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기업 후원, 홍보 마케팅, 철거 이후 건축물의 판매와 사용 등 프로젝트를 둘러싼 자본주의적 생태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건축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간다는데 데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연간 300,000명의 방문객이 다녀 갈 만큼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이며, 인지도를 바탕으로 토크, 작은 콘서트, 각종 체험 프로그램, 파크 나이트 (Park Nights), 시낭송 등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들이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철거되기 전까지 3개월 간 쉴 새 없이 진행된다.
너무 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폭발적으로 존재하지만 종래에는 사라지는 것.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는, 그래서 매력적인 프로젝트, 서펜타인 파빌리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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