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필름은 댄스가 등장하면 댄스필름인가요? -내가 지나가는 댄서를 찍었다고 해서 그게 댄스필름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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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댄스필름은 단순히 3차원적 퍼포먼스를 2차원적 그래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카메라 기법과 편집 등을 통한 영화적 기법을 통해 그래픽에 내재된 가능성을 펼치며 무용수 그 스스로와 춤의 움직임을 넓은 시야로, 그리고 좁은 시야로 새롭게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는 « 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을 바라보고, 시간을 구조화하고, 이야기를 서술하고, 하나의 경험을 다음 경험에 연결하는 영화적 방식은 컴퓨터 사용자가 모든 문화 데이터에 접근하고 그와 상호작용하는 기본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컴퓨터는 시각적 에스페란토1 로서 영화의 약속을 지킨다 »고 말한다.
무용 또한 이 담화에서 빠질 수 없다. 무용과 미디어의 관계는 밀접하다. 영상은 움직임의 이미지를 따오는 매체이고 무용은 퍼포먼스를 나타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영상 매체가 발명된 이후, 무용수는 그 안에 흔히 등장하곤 했다. 우리가 아는 영화를 처음 발명한 뤼미에르(Lumière) 형제는 1899년에 무용수 로이 퓔러(Loïe Fuller)의 춤을 영상으로 담은 « Danse Serpentine »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무용수와 안무가들도 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해 왔지만, 미디어는 주로 일종의 무대 디자인 도구를 위한 기술적 장치로 활용되거나 무용 이미지를 송출하여 보는 이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통로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크린을 통해 무용을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무용을 상영한다는 차원을 넘어, « 댄스필름(Dance film, 무용영화) »라는 하나의 장르로 발전했고, 특히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유례없는 전세계적 팬데믹 사태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무용 아티스트들이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더욱 활발한 교류를 시작하며 더욱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하기 시작한 60년대 뉴욕의 얘기를 해보자면,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와 빌 클뤼버(Billy Klüver)를 필두로 하던 예술가와 공학자 단체 E.A.T.(Experiments in Arts and Technology)에 속해있던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E.A.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 안무가 머스 커닝엄(Merce Cunningham), 세계적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와 협업하여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낸다.
그들의 대표작으로는 뉴욕 링컨센터 필하모닉 홀에서 초연된 « Variation V »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필름과 왜곡된 비디오 이미지들이 사용하여 머스 커닝엄 무용단이 출연하는 대규모 혼합미디어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는 무대 주위에 배치된 일련의 안테나를 통해 댄서의 움직임이 소리를 촉발하게끔 하여 이 안테나 주위를 움직이는 춤 시퀀스를 진행해 퍼포먼스와 영상, 음악, 엔지니어링 사이의 컬래버레이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미디어 기술의 혁신적 발전은 시청각 예술의 한계를 넘어 독창적인 방식으로 상상력을 구현하도록 더 많은 틀을 제공한다. 아방가르드 영화 제작자들은 정서적 각성을 실험하기 위해 춤과 무용 공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실험 영화 제작자 마야 데렌(Maya Deren)은 1940년대에 캐서린 던햄 무용단(Katherine Dunham Dance Company)와 함께 영화에 담기 위한 안무에 대해 고민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 카메라를 위한 안무 연구(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에서 데렌은 무용수, 안무가 및 촬영감독과 협력하여 숲, 집,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다양한 장소를 선정하여 같은 풍경을 반복적으로 편집하는 기법을 사용해 시공간을 왜곡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함과 동시에 댄스필름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 이번 영화에서는 무용수를 무한한 영화적 공간에 배치하려고 했다. 무용수는 카메라와 함께 움직임 자체에 대한 공동 책임을 공유한다. 즉, 이 움직임은 오직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춤이다. (…) 이는 공간적 차원 뿐만 아니라 카메라에 의해 창조되는 시간적 차원으로도 완성된다. » 2
« 나는 이 영화를 영화-무용의 표본, 즉 특정 영화의 유닛으로서만 행해질 수 있는 카메라와 커팅과 긴밀히 연결되어있는 춤의 표본으로 만들고자 했다. » 3
마야 데렌
데렌의 말대로, 영화에서 쓰이는 무용은 무대에서 쓰이는 무용과는 다른 언어로 쓰여야 할 것이다. 카메라의 눈으로 지각하여 초당 몇 십 장의 이미지 혹은 연속적 전기 신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로 담아지고 다시 스크린 위에 뿌려지는 춤이 관객의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춤과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영상 아카이빙과 영화 제작은 서로 다른 것임을 인식하고, 영화적 언어와 호흡으로 포착할 수 있는 무용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댄스필름은 단순히 3차원적 퍼포먼스를 2차원적 그래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카메라 기법과 편집 등을 통한 영화적 기법을 통해 그래픽에 내재된 가능성을 펼치며 무용수 그 스스로와 춤의 움직임을 넓은 시야로, 그리고 좁은 시야로 새롭게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1]에스페란토(Esperanto)는 폴란드의 자멘호프(Zamenhof) 박사가 국제적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1887년에 창안한 국제 공용어이자 보조어이다.
[2]Daren, M. (dir).(1945). 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인용원문 : « In this film, I have attempted to place a dancer in alimitless, cinematographic space. Moreover, he shares, with the camera, acollaborative responsibility for the movements themselves. This is, in otherwords, a dance which can exist only on films.(…) itis achieved not in spatial terms alone, but in terms of a time created by thecamera. »
[3]Daren, M. (dir).(1945). 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인용 원문 : « I intend this film mainly as a sample of film-dance—that is, a dance sorelated to camera and cutting that it cannot be « performed » as aunit anywhere but in this particular 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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