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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베는 빛, 차원을 엮는 빛 | ARTLECTURE

시공간을 베는 빛, 차원을 엮는 빛

-레이저 아트의 묘미-

/Insight/
by 최원정
시공간을 베는 빛, 차원을 엮는 빛
-레이저 아트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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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레이저 장비가 창작의 영역에 진입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이 닿지 않는 곳 그 이상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빛의 경로를 차단하여 그림자와 빛의 단면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마치 천재화가의 붓끝처럼, 언어를 자유자재로 빚어가는 연금술사처럼 공간을 베어내기도, 새로운 차원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쉬프트 키를 누른 채 선을 연장시키면 직선이 되는 신문물을 발명하기 전까지 똑바로 선 긋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 알맞은 것끼리 선을 연결해야 하는 문제로, 첫 미술시간에서 똑바로 선 긋는 연습으로, 책의 중요한 문장에 밑줄 긋기로 잘 알고 있죠. 손목의 스냅 반경을 넘어서는 줄 긋기는 지렁이 기어가듯 구불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이렇다 보니 직선의 사물 틈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인간은 어쩌면 오차 없이 쭉 뻗은 직선을 갈구하는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호숫가 달빛이 물속을 훤히 비칠 때, 야외 분수대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물줄기와 함께 흩뿌려지는 조명이 하늘로 끝없이 확장될 때, 깊은 어둠 속 손전등 불빛이 나무의 검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불빛이 도달한 시야가 닿지 않는 끝점과 그곳에 펼쳐질 시공간이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뻗어 나가는 빛줄기는 인간의 보는 능력만으로는 쫓기 힘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적과 환희의 빛, 레이저를 활용한 예술작품을 소개합니다. 레이저는 유도방출에 의한 광증폭,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응집력 있는 고강도의 광선이나 빛을 발산하는 장비입니다. 보통 무대예술의 특수조명으로 활용되고 작품 구현의 직접적인 매체로서 창작의 영역에 진입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굴절 없이 쏘아 올리며 빛의 끝 그 이상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불투명한 장애물로 빛의 경로를 차단하여 그림자와 빛의 단면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눈앞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여 다른 차원의 공간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쇼헤이 후지모토(Shohei Fujimoto)[Intangible Forms]는 붉은 레이저의 수많은 선을 교차시켜 눈앞에 무형의 3D 공간을 창조합니다. 줄지어 선 직선으로 공간을 연장하고 가로질러 나선형의 웜홀 공간이 만들어냅니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열리는 경험, 마치 보이지 않는 불기둥 가운데로 진입한 듯 억압과 해방을 번갈아 느끼게 됩니다.


 

 


Shohei Fujimoto [Intangible Forms] (2019) (출처 : sfjmt.org)

 

 


영화 속 검객이 자세를 바로잡고 가느다란 선만 보일 때까지 칼날을 휘두릅니다. 그 칼이 지나간 길목은 공기가 부서지고 소리가 갈라집니다. 당장 눈앞에 잘리는 것이 없는데도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검객과 나 사이의 예리하게 베인 시간과 공기는 새로운 감정을 이끌어내거나 전혀 다른 이야기의 국면으로 이끕니다.


 

료이치 구로가와(Ryoichi Kurokawa)[노드 5:5]는 프리즘에 반사되는 레이저가 움직이며 스크린을 비추고, 스크린의 이미지와 교감하여 움직입니다. 너비 50m, 높이 18m의 공간은 마치 숭고한 전쟁터처럼 레이저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이미지와의 교감은 우아하며 사운드의 에너지는 압도적입니다. 레이저 빛의 경로 중 스크린에 맞닿아 생기는 단면을 활용하여 빛 드로잉을 선보입니다. 빛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공간 인식을 확장하며 감각을 깨웁니다.


 


Ryoichi Kurokawa [Node 5:5] (출처 : http://www.ryoichikurokawa.com/)

 



더현대 서울에서는 윤제호의 [ART OF THE FUTURE - 빛으로 그리는 예술의 미래]1주년 기념 퍼포먼스로 선보였습니다. 보통 블랙박스와 스모그 환경을 선호하는 레이저 아트의 한계를 깨고 상업적인 공간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천정의 구조물을 캔버스 삼아 매핑 드로잉이 펼쳐졌고 레이저 빛이 광활한 공간 사이사이를 가로질렀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조성되어 있던 가든이 빛을 내뿜는 하나의 행성으로 변신했고 그 공간에 머물던 사람들은 내 주변을 스치며 지나가는 빛의 섬광을 경험하며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인식했습니다. 빛의 파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디지털 공간으로 말이지요. 관객의 새로운 감각이 열리고, 이 경험으로 공간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윤제호 [ART OF THE FUTURE - 빛으로 그리는 예술의 미래] 이현민 (출처 : 작가 제공)

 



레이저를 활용하여 총천연색 세계를 선보이는 이런 작품들은 마치 천재화가의 붓끝처럼, 언어를 자유자재로 빚어가는 연금술사처럼 공간을 베어내기도, 새로운 차원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디오비주얼 형태로 빛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며 공감각적인 스토리를 풀어나갑니다. 공간과 공간의 사이를,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관철시키며 상상력 위에 또 하나의 환상을 풀어낸 종합예술입니다.

 

 

<작품 참고>

쇼헤이 후지모토(Shohei Fujimoto) sfjmt.org

료이치 구로가와(Ryoichi Kurokawa) ryoichikurokawa.com/

윤제호 jehoyun.com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ᆞ최원정(파라다이스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