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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리 기억은 안녕한가요? | ARTLECTURE

당신의 소리 기억은 안녕한가요?

-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Artist's Studio/
by 김진주
당신의 소리 기억은 안녕한가요?
-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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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소리 채집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들은 없어지는 소리들을 지키고 기억하기 위해 수집하기도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보관하고자 수집하기도 하며, 임의의 소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료로서 소리를 수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곳곳의 소리 채집자들의 활동과 예술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는 뇌와 마음으로 기억하고 상상하며, 머릿속에 맺히는 상()으로 많은 것들을 인지한다. 그리고 기억 속 이미지는 시각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감각행위를 통해 얻은 정보들과 함께 기억’, ‘인지 정보로 저장된다. 그 중 소리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소리 기억은 소리와 연관된 행위, 소리의 발원체, , 향까지 다양한 복합 감각의 정보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소리만 듣고도 장소나 소리가 발생하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으며, 소리만 듣고도 배고픔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의 소리에 대해 얼마나 자각하며 살고 있을까? 혹시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그런 소리는 없을까? 우리는 평소 꽤 많은 순간의 소리를 채집하고 있다. 동영상을 찍고, 녹음을 하고, 보이스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기록한 동영상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아마도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반응할 것이다. 제대로 스피커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음량을 키우고그런데, 소리가 유실됐다면?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깔깔깔 소리 내어 웃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꽤 별 거다. 순간의 생동감 있는 상태가 그대로 담기는 소리라는 매체는 정말 꽤 별 거다.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소리 채집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들은 없어지는 소리들을 지키고 기억하기 위해 수집하기도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보관하고자 수집하기도 하며, 임의의 소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료로서 소리를 수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곳곳의 소리 채집자들의 활동과 예술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작품들을 살펴보기 전에, 소리를 채집하고 기록하며 창작하는 행위의 중요한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사운드(sound)와 랜드스케이프(landscape)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소리 풍경을 뜻한다. 청각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여 음환경에 대해 연구하거나 어느 환경이나 상황을 소리로써 표현한 예술 활동을 모두 포함한 연구분야이다. 그리고 사운드스케이프 창작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포노그라피(phonography)와 사운드스케이프 작곡(soundscape composition)이다. 이 분류에서 사용한 포노그라피는 명칭은 소리를 뜻하는 phono와 사진을 뜻하는 photography의 합성어로 최소한의 편집으로 환경의 소리를 그대로 청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운드스케이프 작곡은 포노그라피의 사실적 특성과는 달리 여러 이미지를 편집하고 조합해서 상상의, 또는 임의의 환경을 여러 소리로 조합하고 편집하여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시작부터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양이 꽤 방대하기에, 최근에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사운드스케이프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소리를 감각하고 기억하는 행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Water Rhythms : Listening to Climate Change



녹아내리고 있는 브릿지 빙하(Bridge Glacier), 사진: 미셸 콥스



수지 이바라와 미셸 콥스는 얼음과 물의 소리를 담아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지난 1212일까지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에서 전시되었다. 기후과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미셸 콥스와 사운드 아티스트인 수지 이바라가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산지, 히말라야 산맥, 그린란드 판빙 등 지구상의 가장 중요한 빙권 지역을 방문하여 산 정상에서 바다까지 빙하의 변화를 소리로서 기록한 작품이다. 물의 흐름, 물이 움직이는 퇴적물의 소리, 담수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 강변의 문화권의 소리를 녹음하고 기후 온난화로 물의 양과 힘이 변하고 있음을 듣게 한다. 헤드폰을 쓰는 순간 시공간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의 빙하가 녹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경험은 매우 기이하고 슬펐다. 정말 큰일 났다 싶었다.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만 하기에 한참을 앉아서 그 소리를 들었다. 빙하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녹고 있는 빙하와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들이 아른거렸고, 빙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한상철, 허윤희 작가들의 작품들도 떠올랐다. 빙하의 소리는 지구의 위기와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생명의 위협을 이야기하고, 잃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도에서 머물지 말라고,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겠냐고 물어왔다.

 

 

블루아워 : 염천교수제화거리 사운드스케이프


 

이 전시는 서울역 일대의 재개발 사업으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염천교 수제화거리의 풍경과 일상을 소리로 기억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소리산책자’, ‘창작자’, ‘수집가’, ‘소리 보존가의 관점에서 소리풍경이 기록되어 있었고, 일방적 전달이 아닌 기록을 공유하며 함께 기억하자고 이야기하는 전시였다.



라지인, <Daybreak : 아침을 깨우는 소리>



라지인 작가는 염천교 수제화거리의 10가지 소리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들은 것에 대한 소리 표현 기록하기를 제안한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를 담은 소리들은 기차, 셔터문, 가판대, 빗자루, 오토바이, 비닐봉투, 짐수레, 아침 작업, 종소리, 아침풍경 이렇게 10가지이며, 작가가 임의로 붙인 제목이 아닌 우리 모두가 그 소리에 이름을 지어주자고, 그리고 기억하자고 이야기한다.



이화연, 황새연, <ASMR 디스크 : 염천교 수제화장인의 소리 기록>



수제화 제작 과정을 영상과 CD에 그 소리를 담아 기록한 작품이다. 수제화가 제작되는 과정이 보통의 관심사에 속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다. 장인의 시간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세월의 흔적이 진득하게 베어 있는 장인의 손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듣고, 그의 시간을 오롯이 부어낸 제작 과정을 보게 되는 경험은 매우 숭고하다. 모양을 다듬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전혀 시끄럽지 않다. 수없이 두드려야한다 말하는 그의 설명에서 초연함이 느껴진다. 공간의 소리와 장인의 호흡까지 모두 담긴 이 소리 기록은 실제 그 시간을 경험하게 하며, 삶의 터전에 담긴 소리들이 문화적 가치로서 보존되어야함에 동의하게 만든다. 작품이 당신은 무엇을 지켜내겠냐고 묻는다.

 

 

 

Hildegard Westerkamp, A Walk Through the City




Hildegard WesterkampTransformations 앨범 표지



앞서 살펴본 전시 사례가 사운드스케이프의 포노그라피에 해당하는 사운드아트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사운드스케이프 컴포지션에 해당하는 사운드아트 작품이다. Hildegard WesterkampTransformations 앨범에 수록된 A Walk Through the City(1981)는 벤쿠버의 소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소리를 통해 우리는 여러 지표를 듣고 알아내게 된다. 소음 공해, 소외 계층, 아동의 취약성, 경제적 박탈감, 인간의 잔인성 등을 구체적인 소리와 추상적인 소리의 사이, 현실과 구성 사이를 들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실상에 대해서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도시 안에서 겪게 되는 폭력, 외로움, 박탈감, 소외감 등을 바라보게 만든다. 작품은 도시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전달하며, 외면하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는 행동하라고 이야기한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해보라. 그 소리를 쫓아가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곧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1980년대 벤쿠버의 이야기는 2022년의 현재의 소리를 추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일상에서부터 도시의 소리, 자연의 소리까지 더 넓게, 더 깊게 듣도록 만든다. 내 안의 소리, 외부의 소리, 타인의 소리에 모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듣는 능력은, 기억하게 만든다. 나의 소리 기억이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는 잘 들으며 살고 있는 것일까.

여러 소리들에서 어떤 것을 알아차리고 있을까.

혹시 무관하다 생각하고 넘어간 것들에 살아있는 소리들은 없었을까.

우리는 당연히 여겨온 소리들을,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하는 기억들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

자각할 필요가 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에, 살아있는 소리를 듣고, 기억하자.

 

 

당신의 소리 기억은 안녕한가.

 

/ 글.김진주

 

참고 서적.

사운드 스케이프:세계의 조율_Murray Schafer

Soundscape Ecology_Almo Farina

 

참고 링크.

https://www.susieibarra.com_Susie Ibarra 홈페이지

https://instagram.com/moond_exhibition?utm_medium=copy_link

_블루아워:염천교수제화거리 사운드스케이프 전시계정

 

https://www.hildegardwesterkamp.ca_Hildegard Westerkamp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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