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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프랑스 파리의 문화예술의 지도 | ARTLECTURE

변화하는 프랑스 파리의 문화예술의 지도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럭셔리 기업 미술재단 -

/Insight/
by 아트팩트
변화하는 프랑스 파리의 문화예술의 지도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럭셔리 기업 미술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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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가장 중심부, 1구에 위치한 파리 증권거래소가 2021년 5월 피노재단의 현대미술관인 피노컬렉션(Collection Pinault)으로 재오픈되었습니다. 파리 증권거래소는 1767년에 설립된 파리의 근대역사를 대표하는 건물로 이번 피노컬렉션을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리모델링에 참여해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프랑스아 피노(Francois Pinault)가 이끄는 피노재단은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 등 유명 패션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크리스티 경매회사의 최대 주주로 현대 미술시장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피노재단이 소유한 아트 컬렉션의 규모는 대략 1억 4천만 달러로 예상되며 세계 10대 컬렉터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죠. 이 컬렉션을 바탕으로 설립된 현대미술관은 이미 이탈리아 베네치아 푼타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팔레 그라시(Palazzo Grassi)가 있었지만 프랑스 파리 지점 오픈은 프랑스와 피노의 오래된 바램이었습니다. 파리의 서쪽에 위치한 블로뉴 숲에서 멀지 않은 세갱 섬에 미술관을 짓기 위해 정부와 약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협상을 했지만 결국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라이벌 기업인 루이비통 재단이 불로뉴 숲에 루이비통 재단을 먼저 오픈하면서 더욱 쓴 맛을 삼키게 됩니다. 그의 꿈은 2014년에 시작된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Réinventer Paris) 프로젝트로 피노재단과 파리 시, 파리의 상공회의소가 협의로 실현되게 됩니다. 파리시는 파리 증권거래소를 피노재단에게 50년 장기 임대의 형태로, 피노재단이 시에 총 8,600만 유로를 지급하며 계약이 성립었습니다. 현재는 회화, 사진, 조각 등 수천 점의

현대미술품으로 구성된 전시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 예술가들의 특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휴베르 로베르(Hubert Robert), 루브르 그랑드 갤러리 구획정리 프로젝트 (1796)

 


루이 14세 때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정책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는 현재 전국 1,315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중 연간 가장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프랑스가 예술과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어떤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발전되어왔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1190년 적들의 공격을 막는 요새로 세워진 루브르는 그 후 오랜기간동안 왕궁으로 이용됩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루이 16세와 그의 가족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왕실이 소유하고 있던 컬렉션과 성직자, 종교단체로부터 압수한 예술품은 모두 국가 소유가 되었습니다. 자국민들에게 이런 작품들을 자유롭게 보게하기 위해 1793년 국민의회가 중앙박물관 법령을 공포, 루브르는  박물관으로 개관되어 지금까지 프랑스의 중요한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잡게됩니다. 이렇듯 프랑스는 강력한 정부의 주도 하에 문화예술을 진흥해왔습니다. 1959년 출범한 프랑스 문화부의 중요한 키워드는 문화의 민주화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1977년 1월 31일 퐁피두 센터 오픈날


보부르 지역 퐁피두 센터 공사 장면

 


12만 점에 달하는 근현대미술을 보유한 파리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조르주 - 퐁피두 센터 역시 문화의 대중화라는 같은 맥락을 창립의도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퐁피두 센터가 위치한 보부르 지역은 원래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레 알 시장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영화 향수에서 주인공이 태어난 지역의 배경이 되었던 만큼 위생과 치안의 문제가 가득했던 낙후된 지역이었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파리 중심부에 다양한 형태의 현대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실천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설립하기 위해 그 당시 퐁피두 대통령에 의해 계획되었습니다. 1977년 오픈된 퐁피두 센터의 목표는 역시 문화의 대중화로, ‘모두를 위한 예술과 문화’ 정책 속에서 프랑스의 대중이 생소하게 느끼는 문화예술에 쉽게 다가 갈 수 있도록,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집중한 것이었습니다[1].

 


파리 까르띠에 재단 (Fondation Cartier)

 


프랑스 인문사회학자 마크 아벨레는 럭셔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이 세계화 시대에서, 마치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라고 말합니다[2]. 현재 미술계의 동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행해오던 문화예술분야의 자리를 조금씩 사립재단과 기업 메세나에게 내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 피노재단, 루이비통 그룹과 같은 럭셔리 산업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대중에게 기업이 소유한 컬렉션을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 변화와 자본주의와 동떨어진 새로운 면모를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 소유의 재단 미술관 역시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보여줄 좋은 장소가 됩니다. 보석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설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 재단은 파리에 최초로 재단 미술관을 오픈했습니다. 1984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에 의해 설계되어 알려지지 않은 전 세계의 현대 예술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프랑스 문화를 후원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어졌죠. 까르띠에 재단 알랭 도미니크 페렝 회장은 자신의 철학을 강하게 언급합니다.


《우리가 후원하는 예술가들과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절대로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종류의 혼합이나 상업주의를 거부한다. 우리는 예술가들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돕기 위해 여기에 존재한다》

 

프랑크 게리가 건축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Fondation d’entreprise Louis Vuitton)

 


아케팅(arketing)의 대명사 루이비통 LVMH그룹은 까르띠에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반 고흐나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루이비통 디자인에 이용한 제프 쿤스의 가방 시리즈는 2017년 역시 LVMH가 후원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가 됩니다. 또한 루이비통 그룹은 2014년  파리 블로뉴 숲 서쪽 편에 위치한 아크리마타시온 정원(Jardin d'Acclimatation)에 새로운 미술관을 오픈합니다. 피노재단과 마찬가지로 20년의 장기 대여 형태로 연 10만유로를 파리 시에 지불하고, 기간이 종료되면 건물은 파리 시의 소유로 변경된다는 계약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피노재단을 제치고 먼저 파리의 미술관을 설립하게 된 루이비통 그룹은 까르띠에 재단의 장 누벨, 피노 재단의 안도 타타오와 같이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건축을 맡았습니다. 유리패널로 서풍으로 돛이 부풀어 오른 범선의 모습을 재현해낸 루이비통재단은 파리의 랜드마크 속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4년 루이비통 재단을 대상으로 예술가, 비평가, 철학가들이 모여 «예술은 그저 사치품일 뿐인가? L’art n’est-il qu’un produit de luxe ?» 라는 제목의 청원 서명운동이 일어납니다. 그들은 « 예술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이 예술이 되는 세상, 모든 것이 상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세상» 에 맞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지도는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을 후원하던 기존의 메세나 형태를 뛰어넘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 후원을 약속한 피노재단과 루이비통그룹 처럼 기업의 후원과 문화예술진흥 활동은 다양해져갑니다. 그 중 재단 미술관 설립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동시대 예술계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의 재정이 뒷받침된 상설 컬렉션, 블록버스터급 기획전시, 유명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랜드마크로 탄생하고 있으며, 또한 기업을 홍보하고 기업과 대중을 잇는 소프트파워적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 류재한, 《국립 조르쥬 퐁피두 예술 문화 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의 핵심 기능 연구,  한국프랑스학논집 제68집, 2009, p.396

[2] Hervé Nathan, Mécénat. Comment le luxe a domestiqué l’art, article d’Anti K, 2019, disponible sur : https://www.anti-k.org/2019/04/28/mecenat-comment-le-luxe-a-domestique-l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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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진아_아트팩트는 팟캐스트, 칼럼,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탄탄한 관련 정보 수집 및 전공자들의 해석을 기반으로, 양질의 예술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며, 대중적인 시각으로 예술을 사회적 논의로 풀어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예술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예술에 관련한 풍부한 사회문화적 담론을 이끌어내 전공인과 비전공인 사이의 예술적 가교 역할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artfactproj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