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면적 직업이 정말 그 사람의 직업적 소명을 소개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마담 그레를 예를 들어 소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편에서 살펴본 마들렌 비오네는 패션을 조각하는 사람이라면 마담 그레는 조각을 패션하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본명은 제흐멍느 에밀리 크레브스(Germaine Émilie Krebs)로 처음에는 춤, 그 뒤 조각에 관심을 가졌으나 결과적으로는 패션을 하기로 선택합니다.
그녀는 알릭스(Alix Couture)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시작했고 1937년 그녀는 만국 박람회 에서 오뜨 꾸뛰르 부문 1위를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러시아 조각가 세흐쥬 체르스코프(Serge Czerefkov)와 결혼한 뒤 세흐쥬(serge)을 거꾸로한 그레(Grès)를 사용했습니다. 그뒤 1935년 파리의 생토노레(Faubourg Saint-Honoré)에 마담 그레(Madame Grès)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패션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1940년 그녀의 남편이 타히티로 떠나며 그녀 역시 파리를 떠났습니다. 이후 그녀가 파리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패션하우스가 다르게 사용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친구의 도움으로 이전회사를 매각하여 그레(Grès)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새로운 패션 하우스는 1942년부터 1988년까지 파리의 1 rue de la Paix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당시에 유명한 디자이너였으며 현재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그녀의 이름이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보다 회자되지 않고 생소한 것은 작업 활동에만 몰두하느라 인터뷰를 하지 않고, 사회적 활동이나 마케팅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 1939년 뉴욕 국제 박람회 프랑스관 그랑 꾸뛰르 룸에서 알릭스가 전시한 옅은 부조, Magazzino, 마담그레의 파리 전시중 한부분(2011) / 마담그레의 이브닝드레스와 디테일(1958), 메트로폴리탄 전시 제공, 전시명:Haute Couture, 1994년 9월 13일 ~1994년 11월 27일
그녀는 평생동안 반복해서 주변에게 “저는 조각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천이나 돌로 작업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여러번 말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디자인은 흡사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곡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초반 고대 그리스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하였습니다. 그녀에 작품에서 인체존중의 미의식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생겨난 장식 예술(아르데고)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디자인은 현대의 모던디자인까지 연결되어 집니다. 즉, 그녀는 패션 세계의 선구자인 헬레니즘 조각상에서 타협하지 않는 미니멀리즘으로 가는 50년의 여정의 작업을 보여줍니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항상 저지, 종종 아이보리 또는 진주 회색으로 제작된 조각 드레스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고 조각품 같은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왼쪽부터>터틀넥과 터번을 쓴 마담그레, 쎄실 바튼(Cecil Beaton)촬영, 파리(1972), Portrait de madame Grès by Kees vanDongen
그녀는 마들렌 비오네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두 여성디자이너 모두 입체패턴(드레이핑기법: 마네킹에 천을 직접대어서 의복을 만드는 기법)을 사용하여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마들렌 비오네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마담그레가 정식으로 패션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그리스의 자연스러운 의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두 디자이너의 디자인의 특징은 전혀 달랐습니다. 마담 그레의 디자인은 드레이프성과 주름이 특징입니다. 그녀는 세밀한 주름작업을 통해 굽이치는 굴곡을 만들어냈으며 하나의 조각을 보는 듯한 풍성한 주름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그리스 로마시대의 인본주의를 통하여 인체의 비례에 맞는 분할로 신체에 흐르는 자연스러운 형태미를 표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드레스는 종종 비대칭이며 앤티크 스타일로 드레이프되면서도 전체적인 실루엣은 단순했습니다. 이로써 그녀의 의상은 우아함, 로맨틱, 클래식의 이미지와 실용적인 주름을 가진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드레스로 탄생되었습니다.
마담 그레의 스타일과 미의식은 분리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자신이 디자인한 새로운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그녀는 터틀넥과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일관적인 패션을 착용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즉, 그녀는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도 그녀의 개인적인 드레스 스타일은 변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녀의 옷은 자신의 창작물이 아니였으며 직원들에 의해서 생산된 의상이였습니다. 따라서 그녀에게 디자인은 자신이 입는 것이 아닌 자신이 낳은 작품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윗줄 왼쪽부터 > MADAME GRÈS, LA COUTURE À L'ŒUVRE 포스터 / 전시 전경
그녀의 꿈은 2011년에 이루어졌습니다. 2011년 3월 25일 - 7월 24일에 파리 앙투안 부르델 미술관에서 <MADAME GRÈS, LA COUTURE À L'ŒUVRE (마담 그레, 쿠튀르 작업)>이란 첫 회고전이 전시되었습니다. 부르델 미술관은 파리시에서 관리하는 프랑스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Emile Antoine Bourdelle: 1861-1929)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이다. 앙투안 부르델은 로뎅의 제자로 고전의 재생을 꾀하였으며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고대조각에서 조각미를 탐구하여 독자적인 작풍을 세운 조각가입니다다. 마담그레가 고대 조각을 탐구한 조각가의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그녀에게도 뜻 깊은 의미일 것입니다. 전시에는 마담 그레'의 드레스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80벌의 의상과 크로키, 사진 등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전시는 석고 방에서 부르델의 아파트로, 부르델의 작업장에서 현대적인 별관 "de Portzamparc"까지 안내하는 11개의 각 방에서 전시되었습니다. 부르델의 작품과 어우러진 우아하고 모던한 드레스에서 마담그레의 모든 기술과 스타일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사실 1993년 그녀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9월~11월 두 달간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삶을 궁굼해 하거나 돌보지 않았고 그 해 11월24일 안타깝게도 양로원에서 91세의 일기로 쓸쓸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그녀는 안타깝게 생을 마쳤지만,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되며 작업들은 중요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부르델 미술관에서 전시가 끝난 이 후 벨기에의 앤트워프 의 패션 박물관(MoMu)에서 <Madame Grès, mode sculpturale(마담그레, 패션 조각상)>이라는 주제로 2012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전시가 이어졌습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더 깊은 영감을 불어 넣어줍니다. 그녀는 명성은 패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남았지만 그녀는 유행을 초월한 패션을 하는 조각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글.홍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