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습관을 알게 되면 작품에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특히 추상 작품은 단번에 이해하고 느끼기 쉽지 않지만, 작가의 습관을 알고 나면 조금 더 친밀감이 들면서 작가의 언어를 수수 깨끼를 풀어내듯 풀어보고 싶어진다.
우리의 몸은 상당히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되어 살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도 증명하고 있기에 되도록 하루의 루틴을 정해서 반복한다. 해가 뜨는 순간부터 십분 간격으로 아침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이 따로 없다. 그 몇 초 찰나로 버스를 놓치면 그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기에, 쪼개면서 움직이는 시계의 초바늘에 온몸을 욱여 넣기 일쑤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티스트들은 규칙적인 루틴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왠지 마감 시간에 닥쳐서 밤을 새우고 레드불 10통과 커피로 카페인 수혈을 할 것 같지 않은가? 직장인들은 회사라는 울타리 속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타 의적으로 계획을 짜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와 반대로 아티스트들은 틀에 갇혀서 창작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들은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새로운 자료들을 채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시간은 필수다. 이들에게 시간은 더 관대해 보이지만 사실 더 까다롭다.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조안 미첼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JoanMitchell in her studio, Paris, France, September 1956.
그녀의 작품은 구상적 형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이러한 궁금증이 떠오른다. 미첼의 머릿속에 갑작스러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단숨에 온몸을 던지며 페인팅을 했을 거라 추측하게 된다. 또한 저 그림처럼 두서없고 계획 따위는 없어 보이는 생활을 하지 않았냐는 의문도 든다.
이런 정신 없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하루의 루틴이 존재할까? 조안 미첼은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에 작업한다. 그림 속 대부분의 주제는 자연 풍경이며 자신이 경험했던 자연경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그린다. 조안 미첼의 습관은 밤과 낮이 바뀌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 해가 중천일 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이후 크로스 퍼즐로 뇌를 깨우고, 고민 상담 프로그램을 듣는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이 늘어놓는 고민과 문제들을 들으며 자신에게는 적어도 그러한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자신을 위안한다. 해가 지고 나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그림을 그린다.
작업할 때는 시작 전 축음기로 클래식이나 재즈를 크게 튼다, 음악을 듣는 습관은 자신의 내면에 굳어 있던 영감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문 앞에 ‘작업 중’이라는 팻말 대신 음악으로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Joan Mitchell, Untitled, 1992; collection Komal Shah and Gaurav Garg;
photo: courtesy Cheim & Read, New York
Joan Mitchell, Liens Colorés (1956). Oil on canvas. Courtesy Sotheby's.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미첼의 그림에도 약간의 ‘액션’이 동반된다. 물감을 흩뿌리듯 붓을 튀기는 대신 미첼은 몸을 자주 왔다 가다 한다. 몇 차례 붓으로 색을 긋다가, 스튜디오 반대편 끝으로 물러나 자신이 그린 것을 오래도록 지켜본다. 음악이 공간에서 사라지면 새로 레코드판을 바꾸고 다시 그림을 살핀다. 캔버스로 다가가 몇 차례 더 붓질하기도 하고 가끔은 과감하게 물러날 때도 있다. 이렇게 추상 회화 작품 한 개를 완성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전 그림을 조금씩 그려요. 그리고는 앉아서 때로는 몇 시간 동안 그림을 바라보죠. 결국에는 그림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거든요.”
- 조앤 미첼-
화가는 슬럼프가 오거나 작업이 되지 않을 때 붓을 마냥 놓을 수는 없다. 되도록 자신의 계획과 루틴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시간을 쓴다. 미첼은 ‘모든 것이 똑같이 무색인 것처럼 보일 때’가 가장 슬럼프의 시기라고 말하며 이런 시기를 나쁜 시기라고 칭한다. 그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맞서 싸운다. 그녀는 음악을 듣거나, 동네 산책을 하기도 하고 시집 두세 권과 조니 워커 한 병을 들고 스튜디오로 향하기도 한다. 이렇게 육체나 정신을 계속 활동시킨다. 어떻게 보면 쉬는 시간이 있나 싶지만 그렇게 해야만 그림을 다시 그릴 힘과 영감이 적당히 채워지고 다시 즐기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 영상_조안 미첼의 도시 풍경>
조안 미첼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장소가 어딘지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으나 언젠가 다녀왔던 도시, 강가, 숲, 바다 자연의 향기가 감돈다. 여러 차례 겹치는 페인트 자국들을 보면 밀집된 건물 같기도 하며, 수풀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이러한 추상 회화는 단순히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치 벽돌을 꾸준히 쌓아가고, 시멘트를 바르며 시간을 견디듯이, 더딘 붓질이 캔버스 표면에 쌓이며 언젠가 가보았던 그 풍경이 다시 재현된다.
아티스트의 습관을 알게 되면 작품에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특히 추상 작품은 단번에 이해하고 느끼기 쉽지 않지만, 작가의 습관을 알고 나면 조금 더 친밀감이 들면서 작가의 언어를 수수 깨끼를 풀어내듯 풀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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