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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있나요? 벨 에포크 | ARTLECTURE

당신에게도 있나요? 벨 에포크

-영화<카페 벨 에포크>와 베르트 모리조, 우리 각자의 아름다운 순간-

/Picture Essay/
by 백예지
당신에게도 있나요? 벨 에포크
-영화<카페 벨 에포크>와 베르트 모리조, 우리 각자의 아름다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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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여러분의 벨 에포크는 언제인가요? 가장 아름답던, 돌아가고 싶은 한 순간이 있나요? 혹 반복되는 일상의 익숙함에 속아 현실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한번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반짝이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러면 아마 깨닫게 될 겁니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어떤 특별하고 황홀한 이벤트의 연속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기쁨에 감사하며 웃음 지을 줄 알던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것을요. 그 아름다운 시절로 눈을 감고 잠시 돌아가 추억여행을 떠나보세요. 그 뒤엔 우리 모두 매 순간순간을 '벨 에포크'로 여기며 살아가게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도 있었나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은 언제인가요?


영화 <카페 벨 에포크>는 바로 그 한 가지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원제는 <La Belle Epoque>, 번역하자면 '아름다운 시절, 황금기' 정도가 되겠군요. 어느새 흘러가버린 세월, 빠르게 변해버린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주인공 빅토르는 100% 고객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의 설계자 앙투안의 초대로 하룻밤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빅토르의 '벨 에포크'는 1974년, 자주 가던 단골 카페에서 운명적 사랑을 마주한 그 날입니다. 몇 십년 전 그 카페에는 지금처럼 직장에서 쫓겨 나고 아내와의 결혼생활도 불행하기만 한, 주름 자글자글한 늙은이가 아닌 미래를 꿈 꾸며 사랑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지던 젊은 한 청년이 있었죠. 그때 자신이 사랑했던 그 여인을, 그때 그 호시절을 다시 마주한 빅토르는 잊고 있었던 옛 감정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빛 바랜 현재의 일상을 회복해가게 되죠.






이 영화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는 공상과학 장르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로맨스물은 더더욱 아니구요.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로맨스'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영화는 '고객의 가장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을 100% 재현해주는 이벤트 회사'가 있다고 상정하고, 관객을 아날로그 감성 여행에 초대합니다. 주인공의 과거 나들이를 지켜보며 관객들은 1970년대 그 특유의 감성에 푹 빠지게 됨과 동시에 '나의 벨 에포크는 언제일까?'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특별한 시간여행은 우리를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나 향수에만 마냥 젖게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익숙함에 속아 현재의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주인공 빅토르가 그런 것처럼요.





영화에서는 한때 잘 나가는 만화가였던 빅토르가 자신의 행복했던 그 시절 추억을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사랑했던 여인과 함께 한 순간들을 그리기도 하고 그녀의 미소, 붉은 머리칼, 춤추는 실루엣을 스케치하기도 하죠. 그의 드로잉들이 실제 장면으로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 창밖을 내다보다 문득, 빅토르의 그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곤 문득 나의 벨 에포크를 그림으로 그려낸다면 어떤 장면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우리 각자의 벨 에포크


이 영화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요? 사실 이런 질문은 살면서 종종 주변에 묻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아직 살아온 날이 빅토르만큼이나 길지는 않은지라, 글쎄- 딱히? 하고 넘겼던 적이 많았습니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거나 과거로 도망가고 싶을 만큼 현실이 괴롭거나 고달프진 않아- 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구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현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 가지고 사는 것도 참 근사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들을 떠올렸지요.



그림 속 소녀는 아마도 모리조의 딸 '줄리'라고 추정된다  /  베르트 모리조, 책 읽는 소녀, 1888




어린 시절 저는 책을 참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정말 책이란 책은 '닥치는 대로' 다 읽었던 것 같아요. 잠들기 전에는 빨리 다음 날 일어나서 책을 읽고 싶어서 얼른 꿈나라로 향했고, 해가 뜨기도 전인 어스름한 미명에 불도 켤 줄 모른 채 책장에 코를 박으며 탐독하곤 했죠. 그런 제가 눈이 나빠질까봐 아침마다 제 방문을 살짝이 열고 불을 켜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학교에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공기 놀이, 고무줄 놀이를 하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좋아서 늘 학급문고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다행히 마음씨 고왔던 그때 그 친구들은 그런 저를 이상히 여긴다거나 멀리하기 보다는 '맛있는 거 사줄게! 제발 같이 놀자'하며 제 팔을 끌어주곤 했습니다. 아, 몸이 꿈뜬 독서광이었던 그 소녀는 고무줄 놀이를 하자마자 발 인대가 늘어나 엄마 손을 잡고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만..! 그래도 그 때가 참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베르트 모리조, 딸(줄리)과 함께 있는 외젠 마네, 1881




콕 찝어 '이 때야!'라고 할 만한 그런 특별한 지점은 없어요. 다만 몽글몽글 피어나는 연노랑과 연보랏빛으로 물든 그 어린 시절이 제겐 '벨 에포크'로 남아있답니다.

아버지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던 책장 앞에서 이름도 어려웠던 책들을 어보던 순간, 온가족이 바둑판 앞에 둘러앉아 오목이나 알까기를 하던 순간,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서 삐약삐약- 쉴새없이 쫑알거리던 샛노란 병아리들을 구경하고 이내 문방구로 달려가 친구들과 불량식품을 사먹던 순간, 일요일이면 부모님 손을 잡고 교회에 다녀온 뒤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에서 포식하며 볼록한 배를 두드리던 순간들까지.. 지금은 그 레스토랑도 사라지고 어린 그 시절도 흘러가버렸지만 그런 순간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빚어낸 것이겠지요. 우리 모두가 이와 같은 '각자의 벨 에포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들



위의 그림들을 그린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1841-1895)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로, 자신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려낸 여성 화가입니다. 그림은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그 시기에 그녀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만큼은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곤 했지요. 여성은 화가로서 다양하게 활동을 할 수 없었기에 주로 집 안의 풍경, 가족과의 일상을 그렸던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모리조. 출산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인상파 전시회에 꾸준히 출품하며 인상회화의 발전에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좌)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 1872  /  (우) 베르트 모리조, 와이트 섬에서의 외젠 마네, 1875




그녀는 그림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와의 특별한 인연으로도 유명합니다. 마네의 뮤즈이자 모델로서 마네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기도 하였고 이 둘의 특별한 교류는 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에도 잘 나타나있지요. 그녀는 마네의 동생인 외젠 마네와 결혼하여 '줄리'라는 어여쁜 딸을 슬하에 두었는데요. 줄리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그녀의 그림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르트 모리조, 소녀와 개, 1886




모리조의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그녀의 딸 줄리에게 가장 행복했던 '벨 에포크'는 이 시기였나봅니다. 줄리 마네는 나중에 어머니 베르트 모리조와 그녀의 인상주의 화가 친구들을 회고하며 쓴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모래장난을 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최고로 행복한 때였다. 
어머니가 '만약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거니?' 하고 물으셨을 때 '난 계속 모래장난을 할 거야'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베르트 모리조의 딸 줄리 마네



그래서일까요? 모리조의 그림들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소꿉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거나 어머니와 산책을 하는 줄리의 모습은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책을 읽거나 강아지를 고 생각에 잠긴 딸의 모습을 포근한 무드로 그려낸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그림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간질하게 되는 것도 같구요. 이런 걸 보면 역시 아직도 덜 자란 '어른이'인 걸까요..?




여러분의 벨 에포크는 언제인가요? 가장 아름답던, 돌아가고 싶은 한 순간이 있나요? 

혹 반복되는 일상의 익숙함에 속아 현실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한번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반짝이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러면 아마 깨닫게 될 겁니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어떤 특별하고 황홀한 이벤트의 연속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기쁨에 감사하며 웃음 지을 줄 알던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것을요. 그 아름다운 시절로 눈을 감고 잠시 돌아가 추억여행을 떠나보세요. 그 뒤엔 우리 모두 매 순간순간을 '벨 에포크'로 여기며 살아가게 되면 좋겠습니다.



남은 우리의 하루가 한 편의 예술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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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소믈리에 백예지_일상의 어느 한순간에 포착된 생각에 그림과 인문학을 곁들여, 삶을 담담히 풀어내고 위로하는 글을 씁니다.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한 편의 예술이 되면 좋겠습니다.